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Mary J. Blige - My Life II... The Journey Continues (Act 1)
    rhythmer | 2011-11-24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Mary J. Blige
    Album: My Life II... The Journey Continues (Act 1)
    Released: 2011-11-21
    Rating: 
    Reviewer: 강일권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가 데뷔와 동시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기저에는 시류를 앞서간 걸출한 프로듀서 디디(Diddy)와 그들이 함께 창조한 힙합 소울(Hip Hop Soul)이라는 획기적인 장르가 있었다. 그리고 데뷔앨범이었던 [What's the 411?](1992)이 이 새로운 스타일의 알앤비 음악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었다면, 두 번째 앨범 [My Life](1994)는 이 장르의 선구자이자 여왕(Queen Of Hip Hop Soul)이 누구인지를 세계 음악팬에게 공표하는 작품이었다. 특히, [My Life]는 힙합 소울 프로덕션의 매무새가 좀 더 확연하게 다듬어지고,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블라이즈가 고통과 시련으로 점철됐던 자신의 삶을 노래 속에 담아내어 많은 이로부터 감동과 찬사를 이끌어낸 앨범이었다. 이후로도 그녀는 삶 속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얻은 경험과 교훈을 틈틈이 노랫말 속에 녹여내며 뮤지션으로서뿐만 아니라 흑인여성들의 멘토로서도 큰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17년이 흐른 지금, 그런 그녀의 커리어에서 구심점이 되었던 걸작 [My Life]의 속편이 발표됐다.

    한 뮤지션의 커리어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의 속편은 그 타이틀만으로도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는 홍보의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앨범의 내용물에 대한 음악팬의 반응이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만 엇나가도 혹평받기 일쑤다. 더구나 블라이즈처럼 무려 20년에 이르는 활동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뮤지션이라면, 더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작의 향수를 간직한 팬들과 오늘날의 젊은 팬들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블라이즈는 그녀에게 ‘힙합소울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부여한 초기 세 작품 [What's the 411?], [My Life], [Share My World]의 (90년대 알앤비에서 사용되던 특정한 사운드 소스들을 포함한) 스타일을 기반으로 오늘날의 808 드럼을 군데군데 곁들이고 말끔하고 풍성한 사운드를 입힘으로써 앨범을 듣게 될 세대 간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맞춘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본작은 음악적인 멘토이자 첫 번째 음악 파트너였던 디디와 통화(“Intro”)로 시작한다. – 전편에서는 디디가 블라이즈에게 전화를 걸지만, 본작에서는 블라이즈가 디디에게 전화를 거는 (신인에서 디바로 성장한 뒤에 멘토를 다시 찾는) 설정으로 바뀐 게 흥미롭다. 이후부터 제리 원다(Jerry Wonda), 단저(Danja), 에릭 허드슨(Eric Hudson), 짐 존신(Jim Jonsin), 리코 러브(Rico Love), 다크차일드(Darkchild) 등이 프로덕션을 책임지고 나스(Nas),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드레이크(Drake), 릭 로스(Rick Ross), 그리고 그녀의 랩퍼로서 자아인 브룩 린(Brook Lynn)까지 소환된 힙합 소울 트랙이 10번까지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묵직하고 긴장감 넘치는 루핑이 일품이었던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명곡 “Triumph”를 샘플링한 “Feel Inside”는 [Share My World]에서 “Love Is All We Need”로 첫 호흡을 맞췄던 나스와 다시 한 번 결합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역동적인 킥, 풍만한 신시사이저 라인, 파워풀한 보컬이 어우러진 “25/8”는 한 남자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25시간 8주라는 새로운 시간 개념을 만들어내며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드레이크를 대상으로 나쁜 남자에 대한 여자의 아이러니한 심경을 노래한 “Mr. Wrong”, 릭 로스를 대상으로 틀어져버린 연인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강하고 차분한 태도로 노래하는 “Why” 등의 트랙도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힙합과 알앤비의 결합을 통해 주도된 앨범의 종반부는 션 가렛(Sean "The Pen" Garrett), 트리키 스튜워트(Tricky Stewart), 언더독스(The Underdogs) 등이 이어받아 차분한 컨템포러리 알앤비 트랙들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곡은 또 한 명의 디바 비욘세(Beyonce)와 듀엣을 이룬 “Love a Woman”이다. 이 곡은 한 마디로 두 명의 원숙한 여인이 여자를 다 안다고 착각하는 우리 남자들에게 귀띔해주는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다. 어쩔 수 없이(?) 비욘세의 가이드에 더 마음이 동하게 되지만, 어쨌든 두 베테랑 보컬리스트가 각자 힘을 주었다 풀었다, 박자를 밀었다 당겼다 하며, 선사하는 황홀한 밀당 보컬이 가슴을 녹인다.

    [My Life]를 발표했을 때와 지금의 블라이즈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본작의 부제 ‘The Journey Continues’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겉으로만 보자면, 17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편이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허심탄회하게 고백하는 통로였다면, 속편은 인트로에서 밝혔듯이(‘이제는 삶 속의 고통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안다.’) 그것을 발판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이 (Act 1)인 것으로 보아 ‘My Life’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알앤비 여왕의 음악 여정을 동시대에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고 가슴 설렌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11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외계소년 (2011-12-04 17:39:45, 113.30.94.*)
      2. 이걸 이제 읽다니 아우 좋아요.글을 읽으니 음악이 더 잘들어오내요 여왕벌은 역시 대단해요
      1. doh! nuts (2011-11-28 10:04:11, 164.124.106.***)
      2. 확실히 꽉찬앨범 좋은 앨범이었어요!
      1. 부담보이 (2011-11-25 13:36:23, 163.152.3.**)
      2.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8트랙인가 하는 긴 트랙에 전반부에 긴장감이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느낌이라 일단 듣다 말았는데, 어제 레포트 쓰면서 뒷부분도 차분히 들어보니 좋은 곡들 정말 많더라고요ㅎㅎ 마지막에 컴홈위드미? 맞나? 리믹스까지 제대로된 코스요리에 디저트까지 제대로 맛있게 먹은 느낌입니다 ㅎㅎ 역시 여왕님은 여왕님이네요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