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Kid Cudi - Man on the Moon
    rhythmer | 2009-10-11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1038992275.jpgArtist: Kid Cudi
    Album: Man on the Moon : The End of Day
    Released : 2009-09-15
    Rating:
    Reviewer: 황순욱








    매년 우리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복귀 소식에 반가워하고, 그 결과에 흡족해하거나 혹은 실망스러운 경험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신인의 등장에 감탄하며 그의 새로운 서포터가 되기도 한다. 아마 이것이 대중의 소소한 재미일 것이다. 특히, 힙합/랩 음악에 관심을 둔 이라면, 2006년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의 등장이 그러했을 것이고, 2007년 플로라이다(Flo-Rida)의 활약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아쉽게도 2008년은 이렇다 할 신인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2009년 올해는? 정답. 키드 커디(Kid Cudi)가 여기 있다.

     키드 커디(본명: Scott Ramon Seguro Mescudi)는 1984년 클리블랜드 근교에서 태어나 자랐다. 한때 영화를 공부하며 대학까지 진학했던 그는 신입생이던 해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수정하고 음악의 꿈을 찾아 브루클린으로 이사한다.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곧 올바른 선택이었음이 증명되었다. 한 의류 브랜드의 후원으로 온라인에 공개된 그의 첫 믹스테입 [A Kid Named Cudi]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순식간에 그의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었다.

     게다가 커디의 윤택한 솜씨에 반한 건 대중만이 아니었다. 팝 씬에서 수위를 다투는 탑 프로듀서(겸 래퍼)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믹스테입을 듣곤 곧바로 그를 자신의 레이블 G.O.O.D. Music으로 편입했다. 그리고 얼마 후 2008년의 끝이 보일 때 즈음 발표된 자신의 앨범에서 이 신예를 적극 기용하며 세상에 알렸다. 반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Welcome to Heartbreak"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은 미디어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금세 2009년 눈여겨봐야 할 MC로 불리게 되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에 뛰어든 지 채 1년이 지나지도 않았지만, 더는 풋내기(Kid)가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카운터펀치는 첫 오피셜 싱글인 “Day 'N' Nite"이었다. 이 곡의 인기는 누군가의 이름 덕분도 아니었고, 막강한 마케팅의 영향도 아니었다. 그저 비트의 뛰어난 매력과 커디의 해석에 힘입어 이루어 낸 결과였다. 곡은 인기 비디오 게임의 테마로 사용되었으며, 여러 편의 TV 시리즈 배경으로 흘러나왔고, 연이은 리믹스 행진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이탈리아의 듀오 크루커스(Crookers)의 버전은 유명 남성 화장품 광고에 쓰이며 원곡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다(덕분에 새롭게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빌보드에서 싱글 차트 3위를 차지하고, 판매량은 플래티넘(100만 장)을 넘었으니 이 곡의 성공에 대한 어떤 수식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래도 의심이 간다고? 물론, 우리는 수없이 많은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를 목격했다. 하지만, 이번은 예외다. 이번에 발표된 그의 첫 정규 앨범에는 “Day 'N' Nite"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앨범 [Man on the Moon]은 5개의 액트(Act)로 구분되어 있다. 최후의 날(The End of Day)에서 새로운 시작(A New Beginning)으로 이어지는 서사적 구성은, 이 앨범을 처음부터 차근히 들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전반의 세기말적이고 모호한 사운드가 어느새 희망차고 선명한 그림으로 변해가는 것을 즐겨라. 근래 들어 이토록 앨범 전체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 적은 없다.

     두 번째 싱글 ”Make Her Say"는 카니예의 유연한 드럼플레이와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슈메이커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Poker Face" 인용구가 궁합을 이루며 진행된다. 여기에 커먼(Common)의 어시스트를 보태고(하루아침에 이런 베테랑을 레이블메이트로 맞이하다니!), 커디의 재치(가사를 비튼 솜씨를 보라)를 더했다. 이쯤에서 감탄사는 자연스레 나올 것이다. 카니예가 프로듀싱한 또 다른 곡 “Sky Might Fall"은 커디가 영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장면을 이용하여 손수 만든 비공식 티저 영상에 쓰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 트랙에서는 아마 [808s & Heartbreak]의 감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의 진행에서 절망과 희망의 사이에 있는 "Pursuit of Happiness"는 이 앨범의 세 번째 공식 싱글이다. 네오 사이키델릭 듀오 MGMT와 일렉트로 듀오 랫탯탯(Ratatat)이 의기투합해 마련한 이 곡은 랩 음악에서 흔히 느끼지 못했던 정서로 진행된다. 물론, 이와 유사한 비트를 언더그라운드나 영국 음악에서는 많이 목격했다. 하지만, 그 위에 얹은 랩 스타일에서 키드 커디는 분명히 미국적이고 대중적인 조율을 하고 있다. 랫탯탯이 만든 다른 곡 “Alive"의 분위기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지켜볼 만 하다.

     물론, 대부분의 수록 곡들이 그 자체로 알차지만,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 트랙에서는 커먼의 나레이션이 더해져 더욱 신뢰감을 준다. 그의 한마디 코멘트는 흔한 피쳐링과는 다르다. 앨범의 도입에서는 우리가 왜 키드 커디를 주목해야 하는지, 끝에서는 왜 동의해야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물론, 커먼이 이제껏 쌓아온 믿음과 앨범에서 커디의 활약상이 만족스러웠기에 가능했던 것은 당연하다.

    디가 자신의 테마라고 부제를 붙인 “Heart of a Lion"은 자신감에 찬 랩과 더불어 간소하면서 웅장한 행진곡조로 진행되는데 그 비장미가 탁월하다. ‘ABC’를 외워대는 보이스 샘플이 묘한 ”Simple As..."는 리드미컬한 싱 랩(Sing-Rap)이 살짝 동향의 본 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의 영향을 감지하게 만든다. 앨범의 중반을 지나 펼쳐지는 “Cudi Zone"은 약간의 비음 섞인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뱉는 노련한 플로우가 그를 마치 베테랑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앨범의 매 곡들은 저마다의 매력이 있지만, 아무리 지면을 할애해도 그 모두를 나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쯤에서 강조하고 싶다. 곡의 제작 양식과 사운드 면에서 이 앨범은 기존의 랩/힙합 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특히, 메인스트림 음악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언더그라운드의 몇 음반이 이 같은 시도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적은 있지만(Def Jux레이블의 음반들, 특히 카니발 옥스 의 The Cold Vein), 아쉽게도 대중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카니예의 앨범 [808s & Heartbreak]과 이 앨범은 앞으로의 힙합 사운드를 새롭게 규정하는 표지석이 될 것이다. 장르는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진화하는 생물체 같기 때문에 이 음악들이 성공한다면 곧 힙합의 유전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음반을 감상한다면 아마 더 유익한 경험이 되리라.

    여담으로 [Man on the Moon]에서 키드 커디는 ‘악몽(Nightmare)’을 비유하며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이 음악이 꿈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길몽’이다. 당신은 미래에 데자뷰를 외칠지도 모른다.

    3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삼성동 (2011-01-13 22:26:17, 211.108.46.***)
      2. 아무래도 정이 안가는 앨범..ㅜㅜ
        키드 커디는 믿을 건 싱글밖에...
      1. G'anGelo (2010-06-02 13:02:17, 211.109.150.**) 삭제하기
      2. 죄송해요..

        전 자버렸네요..

        너무 늘어지던데..
      1. 버드맨 (2009-12-11 09:19:18, 194.72.81.***) 삭제하기
      2. 좀 지루했음
      1. 나그네 (2009-10-23 16:12:26, 119.196.95.***) 삭제하기
      2. 전 .. 앨범은 좀 별로였네요 라이브나 다른 싱글들은 진짜좋았는데..
      1. RefoMerTracks (2009-10-23 14:37:57, 125.176.190.**) 삭제하기
      2. 키드쿠디는 몇번들어야지 진가를 알게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신인.
        데이앤 나잇에서 그의 목소리가 녹아들더군요.
      1. 김정교 (2009-10-20 17:59:48, 59.9.145.**) 삭제하기
      2. 우앙.

        전 재밌게 들었는뎅..
      1. 송석근 (2009-10-20 11:03:52, 210.20.99.**) 삭제하기
      2.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에겐 딱 동시대때에
        드레이크랑 같이 나왔는데
        키드보단 드레이크를 더 많이 들었어요

        키드는 너무 얌전스럽다고 할까
        앞으로 기대됩니다 !!
      1. LalyPop (2009-10-19 19:32:28, 210.223.90.***) 삭제하기
      2. 한참 과대평가 되어있는 인사 중 하나..
        Drake가 진짜 물건 중의 물건

        Kid Cudi는 그저 Make Her Say의 귀여운 어필 말고는 뭐하나 끌리는게 업는거 같습니당
      1. 미활 (2009-10-15 19:54:28, 222.110.103.***) 삭제하기
      2. 앨범 구림. mgmt 참여한거 두개만 좋고 나머지 스레귀
      1. howhigh (2009-10-13 03:15:14, 124.54.125.**) 삭제하기
      2. 라이센스가 생각보다 빨리되어서 놀랐던 앨범...

        리뷰에도 언급되어있지만 컨셉이 상당히 재밌는 앨범 같더군요

        한 앨범에 5개의 액트로 나뉘고 마치 연극(?)을 보는 느낌....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이고 잘뽑아낸 앨범 아닌가 싶어요
      1. Datskat (2009-10-12 20:42:35, 219.250.35.***) 삭제하기
      2. 드레이크보다 캐릭터가 더 잘잡혀져 있는거 같아서 좋긴한데
        솔직히 좀 늘어지는 감도 없지않아 있더라구요 전
      1. rnjs1345 (2009-10-12 19:29:55, 122.36.121.**) 삭제하기
      2. 커디가 맞을걸요ㅎㅎ
        이번앨범 완전 잘들었어요
      1. 최민성 (2009-10-12 18:27:45, 114.199.139.**) 삭제하기
      2. 드디어 오픈됬네요. 전 리드머가 없으니 아무것도 모르고
        음반점가서야 이 앨범이 나온걸 알았어요.
        참 좋더군요 근데 분위기하며..

        Drake Vs Kid Cudi 뭐 요즘하는거보아하면 라이벌로 볼 수밖에 없는데,
        키드커디가 Day N Nite 로 선빵갈기고 드레이크가 So Far Gone과 Best I
        Ever Had로 끝장을 내는듯싶었는데(저의관심을끌려는 싸움ㅎㅎ)
        키드커디가 정규를 빨리내면서 또 와 대단하다는걸 각인시켜주네요.
        Sky Might Fall이 원츄
      1. Eminem (2009-10-12 12:17:23, 58.120.231.**) 삭제하기
      2. 대학 입시 준비하느라 앨범은 사놓고 아직 못들었네요...ㅠ

        그나저나 태클은 아닌데 키드 커디가 맞지 않나요?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