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Various Artist - More Than A Game OST
- rhythmer | 2009-10-12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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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Various Artist
Album: More Than A Game OST
Released : 2009-09-28
Rating : +
Reviewer : 강일권
한때 흑인음악으로 채워진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전성기를 누리던 때가 있었다. 트랙리스트에는 당시 잘 나가던 힙합, 알앤비 뮤지션들의 이름이 가득했고, 양질의 곡들이 모여 유기적인 구성을 자랑했다. 개중에는 단지 상업성만을 노리다가 외면당한 앨범들도 있었지만, 90년대 나온 흑인음악 OST의 80% 이상은 상업성과 음악성의 조화를 이뤄낸 걸작이었다. 당시 발표된 OST 음반은 ‘안 들어보고 집어도 후회는 안 한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이번에 실로 오랜만에 주목할 만한 OST 한 장이 발표됐다. [More Than A Game OST]가 그것이다. 메인스트림에서 잘 나가는 뮤지션들이 대거 초빙되었다는 점은 근래 발표됐던 OST들과 별다를 것이 없지만, 본작은 이 진부함을 영화의 컨셉트와 음악의 조화라는 해법으로 어느 정도 극복했다.영화 [More Than A Game]은 현재 ‘포스트 마이클 조던’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의 고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킹 제임스(King James)’라는 별명을 가진 이 농구천재와 같은 팀으로 활약한 4명의 재능있는 팀원들이 그들의 꿈과 명예를 위해 뛰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한다.
영화와 사운드트랙의 제작은 모두 유명한 작곡자이자 음반/영화 프로듀서인 하비 매이슨 주니어(Harvey Mason, Jr.)가 맡았다. 농구 영화답게 사운드트랙은 힙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설명이 필요 없는 힙합 거물들인 제이-지(Jay-Z), 칸예 웨스트(Kanye West), 릴 웨인(Lil Wayne), 에미넴(Eminem), 티아이(T.I) 등을 비롯한 요즘 가장 바쁜 뮤지션 중 한 명인 드레이크(Drake)와 알앤비/힙합의 여제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그리고 젊은 피 솔자 보이(Soulja Boy)와 리치 보이(Rich Boy) 등 그 참여 진이 마치 NBA 올스타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이런 별들의 전쟁 속에서 가장 먼저 이목을 잡아 끄는 곡은 바로 “Forever”와 “If You Dream”이다. 드레이크, 칸예 웨스트, 릴 웨인, 에미넴이 뭉친 전자가 힙합 올스타전이라면, 탱크(Tank), 타이리즈(Tyrese), 토니 브랙스톤(Toni Braxton), 조르딘 스팍스(Jordin Sparks), 오마리온(Omarion),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 찰리 윌슨(Charlie Wilson) 등이 함께한 후자는 알앤비 올스타전이라고 할 수 있다.
드레이크의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보이 원다(Boi-1da)가 주조한 “Forever”는 트렌디한 사운드는 유지하되 최대한 멜로디 라인을 절제하고 건조한 드러밍을 부각시키며 오늘날 최고의 힙합 셀러브러티들이 내뱉는 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사실 이 곡의 원래 주인은 드레이크보다 먼저 미국힙합 씬에 진입했던 또 한 명의 실력파 캐나다 랩퍼 카디널 오피셜(Kardinal Offishall)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디널 오피셜이 녹음까지 마쳤음에도 자신의 앨범에 수록하지 않자 다시 드레이크에게 팔리게 된 거라고. 결론적으로는 잘 된 일이었다. 릴 웨인과 에미넴의 동물적인 라이밍과 칸예 웨스트의 개성 있는 랩핑,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드레이크의 랩핑을 이렇게 한 곡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If You Dream”은 한동안 끊겼던 알앤비 단체곡의 명맥을 완벽하게 잇는 곡이다. 드라마틱한 구성과 멜로디 안에서 앞서 열거한 선후배 남녀 알앤비 스타들이 연출하는 화음은 실로 감동적이다. 보이즈 투 맨(Boyz II Men), 알 켈리(R.Kelly), 디엔젤로(D’angelo) 등을 비롯한 무려 30여 명의 알앤비 스타들이 입을 모았던 “U Will Know”(1994년)나 지누와인(Ginuwine), R.L, 케이스(Case), 타이리즈의 “The Best Man I Can Be”(1999년) 같은 곡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곡일 듯싶다.
이번 사운드트랙의 첫 싱글인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Stronger”와 제이-지의 “History”는 곡을 부른 주인공의 네임 밸류는 물론, 제목부터 무게가 느껴지는 트랙들이다. 주로 웅장한 느낌의 비트를 주조하는 프로듀서 팔로우 다 돈(Polow Da Daon)이 프로듀싱한 “Stronger”에서는 의외로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곡을 주도하고 있으며, 메리 제이 블라이즈도 그에 맞는 컨템포러리한 감성의 보컬을 들려준다. 바로 이 곡의 제목이 그녀가 곧 발표할 아홉 번째 정규 앨범의 타이틀이 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편, “History”는 원래 제이-지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발표했던 곡이다. 샹송 뮤지션 베로니끄 상송(Véronique Sanson)의 “une nuit sur son Épaule”을 칸예 웨스트가 특유의 작법으로 샘플링하여 힙합으로 재탄생시켰고, 기쁨과 엄숙함이 공존하는 제이-지의 라이밍이 그 위를 수놓는다.
이 외에도 서던힙합의 왕좌에 가장 가까운 이 중 한 명인 티아이가 자신의 레이블 소속 영 드로(Young Dro)와 함께 힘있는 랩핑을 들려준 “King On The Set”, 2007년 셀프 타이틀 앨범을 50만 장 이상 팔아 치우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앨라배마 출신의 랩퍼 리치 보이가 직접 프로듀싱까지 맡은 장엄한 트랙 “Top Of The World”, 웨스트코스트 베이에어리어 갱스터 랩 씬의 계보를 묵묵히 잇고 있는 야 보이(Ya Boy)의 “We Ready(*영화와 사운드트랙의 제작자인 하비 매이슨 주니어가 프로듀싱한 곡이기도 하다)” 등등 완성도 있는 곡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 [More Than A Game]이 국내에서도 개봉할지 안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개봉하지 않을 확률이 99%겠지만…). 오랜만에 영화의 컨셉트와 맞는 곡들로 구성된 사운드트랙이라 영상과 어우러지는 맛을 기대해볼 만하겠지만, 꼭 영상과 결부시키지 않는다 해도 그동안 ‘성의 없는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구성과 퀄리티 때문에 사운드트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떨어졌던 흑인음악팬들이라면, 이번 앨범을 통해 옛날 흑인음악 OST 전성기를 조금이나마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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