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Pitbull - Rebelution
- rhythmer | 2009-10-15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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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Pitbull
Album: Rebelution
Released : 2009-09-01
Rating : +
Reviewer : 황순욱
“Krazy”와 “I Know You Want Me (Calle Ocho)”로 클럽가를 들썩이게 만들며 새 앨범의 예고편을 선보였던 핏불(Pitbull)이 드디어 완성된 필름을 영사기에 걸쳤다. 비평가들의 쓴소리야 어찌되었든 유구한 전통을 만들어 온 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와 근래 들어 완전히 대세가 된 더티 사우스(Dirty South) 장르에 입맛이 맞는 독자라면, 분명히 이 앨범이 귀에 쏙 들어올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당신이 스테이지에서 몸을 끄덕이고 싶을 때 이보다 적당한 음악은 찾기 힘들 것이다. 지금처럼 고민이 많은 시국에 앉아서 머리로 듣는 음악보다야 일어서서 울림을 즐기는 음악이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2008년의 늦더위가 끝날 즈음, 여전히 클럽의 플레이리스트에는 핏불의 이름이 올라 있었지만, 그는 또 다시 도약을 준비했다. 지금 소개하는 네 번째 앨범 [Rebelution]의 불씨는 이미 이 때 타오르기 시작했다. 앨범의 11번째 트랙으로 실려 있는 “Krazy"는 그가 가장 자신 있게 해오던 음악이다. 이탈리아의 일렉트로 뮤지션 페데리코 프란치(Federico Franchi)의 곡 ”Cream"을 릴 존 식으로 컨버팅한 이 싱글은 무려 50만장을 팔아치웠다. 핏불의 기운찬 랩핑과 함께 릴 존의 사운드 메이킹을 원곡과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는 30위까지 오르며 선전했다.
앨범 발매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두 번째 싱글은 2009년 2월에 선보였다. 마이애미의 쿠바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한 거리 칼레 오초(Calle Ocho)의 이름을 부제로 내 건 “I Know You Want Me"가 그것. 내가 핏불의 이 앨범에 본격적인 기대를 품은 것도 이 곡을 듣고서이다. 니콜라 파사노 VS 팻 리치(Nicola Fasano Vs Pat Rich)의 ”75 Brazil Street"를 베이스로 했지만, 귀에서 떠나지 않는 신시사이저 멜로디의 원형은 그룹 시카고(Chicago)의 ”Street Player"의 도입부 트럼펫 연주이다. 인용에 인용을 거듭하는 최근의 제작양식을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이다. 하나의 곡이 어떤 식으로 변형되어 사용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어쨌거나 이 곡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는 그 흥겨움 자체다. 라틴 리듬아래 재탄생한 시카고의 멜로디는 원래의 모습보다 더 활기차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는 2위까지 차지했고, 유럽지역에서의 인기도 대단하다.
앨범 발매에 임박해 내놓은 세 번째 싱글 “Hotel Room Service"는 남부 음악의 한 축이자 핏불의 오랜 동료 짐 존신(Jim Jonsin)이 프로듀싱했다. 앞의 싱글들과 마찬가지로 일렉트로 음악에서 모티브를 빌려왔는데, 나이트크롤러스(Nightcrawlers)의 ”Push The Feeling On“가 그 원천이다. 이번에도 신시사이저 멜로디의 힘이 대단하고, 라틴색채와의 조화가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해 핏불스러운 음악으로 빗어졌다. 이 정도면 앨범의 윤곽이 대략 정리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거머쥔 본 앨범을 들으며 확인할 일만 남았다. 물론, 몸을 들썩일 작은 공간과 함께.
이 앨범에는 분위기를 잡아줄 인트로가 없다. 아니 필요가 없다. 첫 트랙 “Triumph"는 곧바로 당신의 청취 환경을 댄스 스테이지로 바꾸어 놓는다. 남들 눈 때문에 직접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그러할 것이다. 후반부 에이버리 스톰(Avery Storm)의 보컬이 흐를 때면 벌써 핏불의 팬이 되어있어야 마땅하다. 이어서 익숙한 보컬이 들려오는데 금방 눈치 챘겠지만, 에이콘(Akon)의 그것이다. ”Shut It Down"은 소리만으로 클럽의 광선 조명이 연상되는 현란함을 선사한다. 사이사이 에이콘의 보컬은 물론 맛깔스럽다. 이어지는 흥분에 약간 지칠 때 쯤 등장하는 인터루드(Interude)에서는 음악의 템포가 늦추어진다. 하지만, 이때 오히려 핏불의 랩핑이 빛이 나는데, 어쩌면 정신없는 사운드 공격에 그의 목소리를 놓쳤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Can't Stop Me Now"는 싱글컷되어도 무방할 숨겨진 무기이다. 농염한 여성 보컬과 기타 리프가 앞의 트랙들과는 조금 대조적인 분위기로 흐르지만, 오히려 더 대중적인 맛이 난다. 누가 들어도 쉽게 끌릴 트랙. ”Krazy"를 지나 흘러나오는 후반부의 트랙들은 완급조절을 보여주는 곡들이다. 댄스 플로어에서 들려오진 않겠지만, 차분히 핏불의 실력을 확인하기에는 더없이 적당하다. 특히, “Give Them What They Ask For”는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굴곡이 강하게 느껴지는 개성있는 비트에 호소력있는 핏불 랩의 조화는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Across the World”는 몽환적인 사운드를 선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곡이며, 마지막 트랙 “Daddy's Little Girl”은 알앤비 그룹 112의 멤버이자 홀로서기에 성공한 슬림(Slim)이 보컬 도우미로 나서 앨범의 마무리로 적합하다.
핏불이 10대 후반에 음악을 들으며 꾸었던 꿈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거리의 마약상으로 망가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고비를 헤쳐 나온 선배들의 음악에서 희망을 보았고, 도전에 성공했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선배들이 했던 음악을 답습하는 대신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르는 안목이 그에게 있었던 것이다. 쿠바 이민자라는 명함에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이애미의 음악적 환경을 그는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흡수했다. 그리고는 미국 전역을 춤사위로 덮을 강력한 곡들을 만들어서 보여주었다. 지금 누구도 그를 얕보지 않는다. 핏불은 괴로움을 잊고자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 노래한다. 그의 목이 쉬고, 몸이 지칠 그날 까지.......
기사작성 / RHYTHMER.NET 황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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