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abolous - Loso's Way
- rhythmer | 2009-10-19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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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abolous
Album: Loso's Way
Released : 2009-07-28
Rating :
Reviewer : 예동현
패볼러스(Fabolous)는 분명히 재능이 있는데, 그것을 살릴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그 재능이란 게 어중간한 것이거나. 분명히 멋진 라임을 만들 줄 알고, 때로는 놀랄만한 펀치라인을 뱉어내기도 하고, 비트도 제법 잘 고른다. 그런데 걸작은 아니더라도 만족할만했던 데뷔 앨범을 제외하면 항상 아쉬운 앨범들을 만들어왔다. 앨범마다 죽여주는 곡들이 몇 개는 끼어있었는데, 전체적으론 들쭉날쭉했다. [Real Talk]까지만 해도 그의 재능에 대한 내 견해는 전자에 가까웠는데, 이제는 점점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가장 큰 문제는 유행을 좇는데 그걸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를 못 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몇 년 전에는 어떤 트렌디한 비트를 들었을 때 ‘아, 이건 팹이 했으면 딱 인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트렌드를 좇는 건 마찬가지지만, 소화력이 탁월했던 예전과 지금은 너무나도 다르다. [From Nothing To Something]에서부터 그런 기미가 약간씩 보여 불안했는데, [Loso's Way]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오히려 트렌드에 쫓기는 형세가 됐다. 그전에는 음악적 소신이나 뚜렷한 스타일 따위는 없더라도 음악계에 흐르는 트렌드 위에 올라타서 유연하게 이끌어갔다면, 지금은 그 뒤꽁무니를 쫓느라 힘겨워 보인다. 도대체 "Throw In The Bag"에서 그와 같은 라임을 던져놓고 무슨 배짱으로 클래식임을 예감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사실 비트들은 준수한 편이다. 아니 준수함을 넘어 그 광택이 자못 곱고 세련되었다. 그렇다고 일관성이 없는가? 그렇지도 않다. 미니멀한 비트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나름 전체적인 모양새에 통일성도 있다. 랩이 형편없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 번씩 덜떨어진 벌스(Verse)들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예전의 패기만만하던 모습은 희미해졌으나 여전히 수준급이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사실 모든 것이 문제다. 곡들은 고만고만하게 좋지만, 대부분 헐겁고 느슨하다. "Imma Do It", "Salute", "Throw In The Bag" 등 본작 내에서 꽤 타이트하다고 꼽을만한 곡들도 예전에 그가 발표했던 걸작 싱글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실 앨범의 거의 모든 수록곡들은 싱글로 발표해도 될 만큼 세련되고 잘 다듬어졌지만, 문제는 특별히 매력적인 곡이 없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몇몇 곡("Throw In The Bag", "Fabolous Life")은 게스트에게 완전히 빛을 빼앗겼다. 듣고 있으면 괜찮으나 흔하고 중독성도 없고 매력도 부족한 커머셜 넘버들로 앨범 대부분이 채워진 것은 상당히 아쉽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패볼러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했다면, 제법 호평받았을지도 모르는 앨범이지만, 패볼러스의 앨범이기에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앨범이다. 깔끔하고 높은 완성도를 가졌지만,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트렌드 갈아타기를 반복해왔던 그가 내놓은 앨범치고는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앨범들로 디스코그라피를 확장하고 있지만, 가면 갈수록 메인스트림 중심부의 회전 속도에 패볼러스가 밀려나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재능의 낭비이자 잠재력의 소모가 아닐는지.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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