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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Drake - So Far Gone(Official Mixtape)
    rhythmer | 2009-10-19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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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Drake
    Album: So Far Gone(Official Mixtape)
    Released : 2009-02-13
    Rating :
    Reviewer : 예동현





    내가 힙합 음악을 듣기 시작하던 시절에 존재하던 믹스테잎은 뮤지션들에게 저렴한 비용의 프로모션과 짭짤한 과외 수입원을 안겨주는, 일종의 번외 작업이었다. 뮤지션보다는 디제이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뮤지션은 미발표곡이나 프리스타일을 한번 읽어주고 용돈을 벌었다. 이런 작업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면서 간혹 유명한 디제이의 시리즈에 홍보가 필요한 신인 뮤지션들이 거금을 주고 로비를 해 유명 믹스테잎에 자기의 곡을 실었고 그 때문에 임자 없는 돈 냄새를 맡고 여기저기서 처음 보는 디제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돈이 없는 신인 래퍼들은 새로 등장한 디제이들과 어울렸다. 시장은 점점 팽창해갔다.

    그러다가 어느덧 미국 힙합 씬에서 믹스테잎 시장이 오히려 정규힙합 시장 이상의 관심을 받는 시대에 이르렀다. 오직 믹스테잎만을 위한 시상식이 생겨났으며 예고편 역할을 해주는 믹스테잎을 건너뛰고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랩 뮤지션은 메이저 랩 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정규 앨범 없이 믹스테잎으로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 퇴물 뮤지션의 정규 앨범보다 기대받는 뮤지션의 믹스테잎이 더 큰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낸다.

    드레이크(Drake)의 본 작 [So Far Gone]은 분명히 믹스테잎 가운데 최고의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다. 각 트랙의 작업이 끝날 때마다 유출되었고 정식으로 발매한지 2시간이 지나자 8천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올해 2월까지 발매된 그 어떤 랩 앨범보다 주목받았다. 이 캐나다 출신의 MC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바 있고 그 가운데 수작 믹스테잎 [Comeback Season]에 이르러 뮤지션으로서 그의 재능이 만개했음을 사방에 알렸다. 릴 웨인(Lil Wayne)의 영 머니 엔터테인먼트(Young Money Entertainment)와 사인하면서 그에 대한 인지도와 기대치는 수직 상승했다.

    그의 배우 경력과 멋들어진 디자인의 앨범 커버에서 눈치 챘겠지만 그는 목에 힘주고 거리의 비정함을 설파하는 계열의 하드코어 MC는 아니다. 억지로 비슷한 유형의 뮤지션을 꼽으라면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를 꼽을만한데 컬리지 랩 계열의 뮤지션을 연상시키는 가사와 스타일에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끼를 갖췄다는 점에서 그들과 동류로 느끼게끔 한다.  

    뮤지션으로서 드레이크는 도시적인 감성과 재치 있는 가사, 세련되고 막힘없는 라이밍까지 무엇 하나 아쉬운 점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재능 있는 뮤지션들이 내놓은 형편없는 졸작들을 지겨울 만큼 들어왔다. 실력은 결과물의 질을 끌어올릴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실력 그 자체가 결코 완성도의 보증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드레이크가 내놓은 이 사랑스러운 결과물은 극찬해야 마땅하다. 그의 재능은 결과물에 완벽하게 반영되어 있고 일말의 아쉬움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믹스테잎은 2009년 초반에 나온 가장 훌륭한 앨범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수작임이 틀림없다.

    정규 앨범 한 장 없는 신인에게 과분한 과찬이 아니다. 들어보라. 방금 차트에서 끄집어 내온 것 같은 “Uptown”, “Unstoppable”, “Little Bit”과 같은 감각적인 클럽 넘버부터 감미로운 “Sooner Than Later”와 “A Night Off”의 송 메이킹, 열정적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 “Best I Ever Had”의 완급조절까지. 다양한 게스트들이 앨범의 요소요소에 배치해 볼륨을 풍성하게 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결코 하이라이트는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Ignant Shit”에 이르러서는 릴 웨인마저 압도한다. 감탄의 연속이다.

    더욱 고마운 것은 대부분이 신곡이라 새 앨범을 듣는 기분이라는 점이다. “Ignant Shit”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수록곡이 이 믹스테잎을 위해 제작된 신곡이다. 다양한 주제의 감성을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비트의 영향력도 한몫했다. 미발표 곡이나 신곡으로 꾸며진 스트릿 앨범 형식의 믹스테잎들 가운데 훌륭한 것도 많았지만 잘 만든 정규 앨범에 비교할만한 완성도를 가진 것은 극히 드문데 드레이크의 [So Far Gone]은 웬만큼 정규 앨범보다 높은 완성도를 들려준다. 유난히 대작들의 연기소식이 많은 2009년 초에 이 믹스테잎은 철 지난 앨범들에 지친 당신의 귀를 구원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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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애 (2017-03-06 10:58:40, 211.216.136.***)
      2. ignant shit 가사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플로우디자인적인 면에서 툰치가 밀린다 생각안합니다 압도했다? 별로 동의 못하겠음
      1. Drizzy (2012-08-19 13:55:51, 211.108.46.***)
      2. 정말 웬만한 정규 앨범보다 높은 퀄리티의 믹스테입...
        드레이크 이런 몽롱한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1. Eminem (2009-11-05 12:01:47, 221.139.178.**) 삭제하기
      2. 밤에 책상에 앉아서 CDP로 돌리니까 녹아들더군요
      1. RefoMerTracks (2009-10-23 14:35:00, 125.176.190.**) 삭제하기
      2. 말이 필요없이 죽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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