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Jay-Z - The Blueprint 3
- rhythmer | 2009-10-20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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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ay-Z
Album: The Blueprint 3
Released : 2009-09-08
Rating :
Reviewer : 예동현
앨범 타이틀을 브랜드화시킨 사례는 종종 있었다. 주로 해당 뮤지션이 자기 커리어에서 최고의 성과-그것이 음악적이든 상업적이든-를 달성한 앨범이 이 시리즈의 브랜드 네임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런 시리즈 대부분은 그 첫 번째 작품의 성취가 워낙 탁월해 후속작들은 그 그늘에 가려버리곤 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볼까? 나스(Nas)의 [Illmatic]과 [Stillmatic], 팻 조의 [Jealousy Ones Envy] 시리즈, 프라디지(Prodigy Of Mobb Deep)의 [H.N.I.C] 시리즈, 그리고 지금 다루려는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제이지(Jay-Z)의 [The Blueprint] 시리즈까지. 후속작이 제법 탄탄하다고 하더라도 전작의 찬란한 업적을 이어갈 만한 시퀄은 극소수였다.하지만, 이런 식의 브랜딩 타이틀은 뭔가 기대가 된다. ‘그래도 이런 제목을 내세웠다면 뭔가 다르겠지.’ 하는 마음이 앞선다. 더군다나 제이지다. 거기에 21세기 힙합 역사의 초반부를 건설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명작의 세 번째 타이틀이다. 비록, 두 번째 작품은 그 새로운 역사의 도면을 좀 더 넓은 설계도로 확장하는데 그치긴 했지만 작금의 어지러운 랩 게임을 제이지라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힙합 팬들을 또 다른 미래로 데려갈 것만 같다(하나 더 추가하자면, 팬들의 오랜 징크스대로 이 앨범 커버에는 제이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상으로 아예 제이지 본인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정말 강렬한 클래식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었다).
본작은 발표되기 전부터 분위기가 더없이 좋았다. 앨범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Jockin' Jay-Z”의 날카로운 라이밍은 그가 10년 넘게 랩 게임의 왕좌를 차지하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곡이었다. 첫 싱글이었던 “D.O.A(Death Of Autotunes)"는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앨범을 화제의 중심으로 가져다 놨다. 또한, "Run This Town"은 아마도 지금의 뉴욕 힙합 씬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세련되고 매력적인 커머셜-하드코어 랩 싱글일 것이다. ”Empire State Of Mind“는 왠지 나스(Nas)가 있었어야만 할 것 같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낭만적이다.
앨범의 수록곡들도 대체로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트랙은 두 곡인데, 바로 “Reminder”와 “Forever Young”이다. 전자는 제이지식 자기과시의 절정이자 그야말로 펀치라인이 난무하는 하드코어 트랙이다. 하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꼽자면, “Forever Young”이다. 이 곡에서 드러나는 제이지의 불가능한 욕망을 통해 본작의 전체적인 성격이 은연중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제이지는 춘추전국의 역사였던 랩 게임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기적적으로 오랜 기간 군림하고 있지만, 그 역시 점점 자신의 통치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 있었으리라. 숙명의 경쟁자인 나스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점점 유일한 힙합 메시아이자 하드코어 힙합의 수호자로 묘사하며(나스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메인스트림 커리어의 마지막 챕터를 건설하고 있을 때 제이지는 여전히 랩 슈퍼스타이자 힙합 아이콘을 고집한다. “A Star Is Born”은 그가 걸어온 길에서 지켜봐 왔던 수많은 랩 스타들의 명멸에 대한 헌정이자 자신의 노고에 스스로 보내는 조용한 찬사 같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다가올 몰락에 대한 씁쓸한 자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앨범은 훗날 제이지 커리어의 클래식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높은 편이지만, 그의 걸작들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 트랙의 기복이 없지 않은데다가 이 앨범의 킬러 싱글들은 제이지의 ‘올 타임 탑 텐 싱글’에 올릴 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본작이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지 못하고 현재의 트렌드를 제이지의 취향대로 변주하는데 만족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점이 흥미로운데 이 변주들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The Blueprint 3]는 힙합의 새로운 미래를 열지는 못하더라도 제이지 개인의 역사를 최소한 5년 이상 연장해 줄 것이다. 그는 여전히 랩 게임의 제왕으로 한껏 무게 잡으면서도 스키니 진을 입은 젊은 친구들과 교감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본작이 만족스럽지 않은 팬들이 있을지언정 이 앨범을 실패작으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순간 제이지보다 밝게 빛난 별은 많았으나 그보다 오랫동안 빛난 별은 없었다. 그가 빛을 잃지 않을 동안에 앞으로 몇이나 되는 별이 더 불타오르다가 꺼질까.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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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리스너 (2009-10-25 16:57:02, 125.182.57.**)
- 고수분들처럼 심오한 가사나 깊이있는 힙합의 세계는 모르는 사람입니다만...
여러 대중적인 히트곡 위주로 듣는 일반 리스너인 제 입장에선 앨범이 지루하면 정말 재앙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BLUEPRINT3는 즐겁고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인 것 같아요. 쭉 이어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군데군데 중독성 강한 트랙도 있구요.
개인적으로 작년 T.I.의 Paper Trail만큼이나 누구나 부담없이 들을만한 대중적인 힙합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Black Album보단 조금 아쉽지만 전 무척 만족해요.
근데 Forever Young이 아니라 Young Forever 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