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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Nas - Untitled
    rhythmer | 2009-10-26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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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Nas
    Album: Untitled
    Released : 2008-07-11
    Rating : +
    Reviewer : 예동현







    앨범을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타이틀과 관련된 모든 논란에 대해서는 묻어두자. 어쨌든 앨범의 공식적인 타이틀은 없으며, 이에 어쩔 수 없이 [Untitled]로 표기해야 하거니와 나스(Nas) 본인이 “이 앨범이 뭐라고 불릴지는 상관없다. 이미 이 앨범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는 다 알고 있을 테니까…”라고 논란을 종결시켜 버렸으니. 하지만, 교체하기 전의 타이틀인 [Ni**er]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이 앨범의 테마에 대한 절대적인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일 것이다. 타이틀 자체의 적합성과는 별개로 나스는 큰 논란을 부른 타이틀을 통해 자신이 새 앨범을 통해 여전히 미국에 잔존하는 인종차별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기로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더불어 이렇게 앨범의 메시지에서 테마가 분명한 메인스트림 앨범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스킬풀한 라이밍과 리릭시즘(Lyricism)이야말로 힙합의 정수로 여기는 하드코어 팬들은 이 앨범이야말로 리릭시즘 부활의 신호탄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스의 본 작은 [Illmatic] 이후 가장 생기 넘치는 라임과 완숙한 스킬, 그리고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런 앨범 자체의 성격과는 별개로 ‘힙합 앨범의 완성도 = 비트 + 랩’이라는 앨범 감상의 전통이 유효한 일부 팬들에게는 이 앨범이 썩 마음에 드는 앨범은 아닐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나스는 팬들에게 불친절한 비트에 상당한 애착을 가진 듯했고 이런 나스의 괴벽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 앨범의 사운드는 신선하다. 메인스트림 랩 앨범에서 당신이 기대할 수 있는 비트는 이 앨범에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어떤 통일된 질감이나 방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고요하다가 시끄럽고 고독하다가도 활기찬 이 앨범의 비트가 모든 팬을 만족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게 들리지만, 반대로 당신이 ‘나스는 이런 비트에 랩을 해야 해.’ 혹은 ‘나스가 이런 비트에 랩 해줬으면 좋겠는데….’라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본 작의 사운드를 받아들이기 한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숨길 수 없는 본질적인 가치는 랩이다. 비트와 랩의 결합으로 탄생한 완성물의 모음으로써 본 작이 갖는 가치는 본작에 담긴 메시지와 그를 표현하는 스킬 - 나스의 랩 그 자체의 가치보다 작을 수도 있다. 이 앨범은 화려한 효과가 관객을 압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들이 고함을 질러대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하나의 소재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탐구하고 주장하는 스타일이다. 멋진 비트를 골라 랩을 입히기보다는 비트를 둘러보다 자기 할 말에 어울리는 비트를 찾아 녹음한 느낌과 더 가깝다. 

     나스의 랩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어보자. "Queens Get The Money"에서 피프티 센트(50 Cent)를 겨냥한 디스(Diss)는 여태까지 공개됐던 수많은 뮤지션의 수많은 피프티 디스 곡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 리듬 트랙도 없이 피아노와 나스의 목소리가 주도하는 이 자연스러운 그루브는 비트가 정해주는 리듬에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그런 것과 질감이 다르다. 르자(Rza)의 최근작과 같은 샘플을 사용한 "You Can't Stop Us Now"에서 흑인의 억압받은 과거에 대한 가사에 담긴 은유적인 표현들은 과연 깊이 곱씹을만한 가치가 있는 라인들에 틀림없다. 차별과 그 경계의 시점을 지적하는 "America"의 가사도 놓치기 어렵다. 한편, "Testify"에서는 현재의 랩 게임과 흑인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으며 "N.I.G.G.E.R."에서는 흑인 사회의 역사와 현재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꿰뚫는다. 하지만, 그는 억압받은 과거에만 매달리지 않고 흑인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이 곡처럼 본 작에 수록된 다수의 비트는 유행가 특유의 짧고 인상적인 멜로디와 리듬만을 강조하는 대신 메시지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본 작에서 랩과 메시지는 이 앨범을 설명하는 요소의 한 가지가 아니라 이 앨범의 목적 그 자체다.

    "Hero"는 이 앨범에서 가장 명백하게 라디오 프렌들리 싱글의 목적이 명확하지만, 불행히 이마저도 유행가와는 1만 광년 정도 거리가 있다. 이 앨범은 아무리 랩 게임이 얼룩져도 자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그 불변의 라임으로 위기에 빠진 힙합을 구원할 것을 천명하는 선언과 다름없다. 팔로우 다 돈(Polow Da Don)의 빠르고 변화무쌍한 비트는 나스의 철저하게 화려한 라임을 더욱 부각시켜줄 뿐 이 선언문을 싱글챠트 상위권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이 앨범에서 빼놓기 어려운 또 하나 트랙으로 록의 어프로치가 가미된 "Sly Fox"를 꼽을 수 있다. 이 곡에서 나스의 랩은, 음…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하다! 누구든지 이 곡에서 들려준 나스의 기량을 절반이라도 흉내 낼 수 있다면 그는 분명히 리릭시스트의 대접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거대 미디어의 거짓과 선동, 그에 지배당하는 이들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부은 가사도 가사거니와 리듬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플로우와 절묘한 라임은 15년 전보다 조금도 녹슬지 않고 오히려 더욱 예리하게 날이 섰다. 

    앞서도 거듭 말했지만, 나스의 신작은 결코 가볍게 즐길만한 힙합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큼 친절한 앨범이 아니다. 이 앨범의 비트는 대중에게는 꽤 까다로울지도 모른다. 이 앨범의 가사는 몇몇 청자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다. 본인 역시 이번 앨범이 논쟁적인 앨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앨범에 대한 반응이 어찌 되었든 2008년 가장 의미 있는 힙합 앨범이 나스의 본 작임에는 틀림없다. 모두가 실체가 없는 이미지만을 쫓을 때, 나스는 허상에 대한 묘사를 집어던지고 이미지 너머의 실체를 향해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이는 랩 게임에서 실종된 리릭시즘의 재탄생이다. 주류 음악계에서 이런 광오하고 무모한 도전은 없어진 지 오래되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그는 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무엇을 얻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는 흑인 음악의 역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대한 한 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나스는 ‘랩’을 부활시켰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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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anGelo (2010-06-02 13:03:32, 211.109.150.**) 삭제하기
      2. 나스니까 가능한 앨범이라고 생각하면 맞을듯,.
      1. (2009-11-05 08:49:55, 68.44.6.***) 삭제하기
      2. 나스의 랩은 영원하다...
      1. Eminem (2009-10-27 18:43:20, 58.120.231.**) 삭제하기
      2. 하핫 상당히 괜찮은 앨범:)
      1. WU (2009-10-27 18:06:34, 124.56.221.*) 삭제하기
      2. 정말 사랑하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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