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Cormega - Born And Raised
- rhythmer | 2009-11-04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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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ormega
Album: Born And Raised
Released : 2009-10-20
Rating : +
Reviewer : 황순욱
지난 네 장의 앨범으로 라임과 거리, 코카인과 감옥의 역학관계를 진솔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던 리릭 마스터 코메가(Cormega)의 다섯 번째 앨범이 껍질을 깼다. 사람들이 그를 떠올릴 때 항상 나스(Nas)와의 비프를 먼저 생각하면서 음악적 커리어가 불이익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한 번이라도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살폈다면, 분명히 이 앨범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이 바닥에서 더 앞서 있지 못한 것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쉽게 자신의 소신을 굽히는 타입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새 앨범 [Born and Raised]는 그가 지금껏 해오던 음악의 정점을 찍으려는 분명한 시도로, 지금까지 함께 작업했던 성공적인 파트너들은 물론, 뉴욕의 모든 랩퍼가 꿈꾸는 베테랑들에게까지 악수를 청해 그야말로 [Illmatic]스러운 포메이션을 선보인다. "American Beauty"에서 힙합을 여성에 비유했던 재치를 다시 한 번 발휘하는 "Girl"은 L.E.S.의 비트를 받아 완성했고, 음흉한 보컬 샘플을 곁들인 자기과시 트랙 "Journey"는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의 작품이다. 소울풀한 맛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능숙한 샘플링 솜씨의 피트 락(Pete Rock)은 "Live and Learn"을 도왔고, 컷팅과 바운스만으로도 자신의 시그니쳐를 새기는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는 "Make It Clear"와 "Dirty Game"에 참여하면서 유대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다른 이들의 손에서 나왔다. 어머니와 딸에 대한 코메가의 사랑이 라임에서 구구절절 묻어나는 "Love Your Family"는, 맙 딥(Mobb Deep)이 [Heaven On Earth]를 발표한다면, 수록할만한 긍정적 버전의 해복(Havoc)표 하이햇 넘버이고, 재지한 분위기를 잔뜩 연출하는 마약과 거리 이야기 "The Other Side"는 놀랍게도 피지 워맥(Fizzy Womack: M.O.P.의 Lil' Fame)의 솜씨다. 물론, 이들도 쟁쟁한 업적이 있지만, 최근의 침체와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어려운 경쟁에서 쟁취한 승리 같아 더 값지게 보인다.
여기에 크라이시스(Khrysis) 비트에 말리 말(Marley Marl)이 응원 멘트를 실어 보내는 인트로도 분위기를 잘 열어주고, 락킹한 사운드의 하드코어 넘버 "Get It In", 해복과 트레저디(Tragedy Khadafi)가 뭉쳐 퀸스 삼총사를 구성한 "Define Yourself", 아야톨라(Ayatolla)의 몽환적인 사운드 "Rapture"도 적절한 선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지막을 장식한 레드카펫 수준의 "Mega Fresh X"는 곡의 완성도를 떠나 굉장한 경험이다. 누가 케이알에스 원(KRS-One)과 빅 대디 케인(Big Daddy Kane), 그랜드 푸바(Grand Puba)와 PMD, 그리고 디제이 레드 얼럿(DJ Red Alert)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을까?
어느 매체에서는 코메가가 가장 과소평가된 랩퍼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나는 신보의 감상에 앞서 지난 코메가의 앨범을 곱씹을 기회를 가졌는데, 역시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주위에서 너무 많은 스타가 탄생했고, 걸출한 음악들이 쏟아져서 충분한 이목을 받지 못했을 뿐, 실력이야 그들보다 떨어질 것이 없었다. 게다가 하나의 장점을 보태자면, 수많은 이들이 이리저리 금전적 성공의 노선을 모색할 때에도 그는 줄곧 지금처럼 자신의 뿌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 어느 것이 옳다고는 판단할 수 없지만, 그가 소신을 지킨 것은 분명하며, 오늘날 그런 뮤지션은 보기가 드물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Born and Raised]가 좋은 음악들로 가득 차 있지만, 화려한 프로덕션으로 말미암은 높은 기대치에는 다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씬의 유행까지 고려하면 소극적인 관심만이 예상된다. 지금이 거리를 이야기하고, 삶이 담긴 가사로 청자를 설득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 앨범을 놓친다면 과거의 유산을 소중히 이어가는 뮤지션의 진심을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황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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