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Das EFX - Hold It Down
- rhythmer | 2009-11-14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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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Das EFX
Album: Hold It Down
Released : 1995-09-26
Rating : +
Reviewer : 황순욱
진부한 얘기이며,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동부/서부 음악 나누기는 분명 90년대 힙합음악을 듣는 주요한 방법이었다. 지방색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음악의 성격을 느끼고, 비슷한 음악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이 유용한 방법은 힙합음악이 급격히 산업화 되어감에 따라 이들을 대립시키려는 매스컴과 이에 휩쓸려버린 대중들의 집단최면에 의해 큰 부작용을 안고 한동안 조심스레 다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트렌드가 변하면서 이러한 고유의 지방색을 가진 음악은 점차 줄어들어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90년대 동부/서부 음악을 비교해 가며 듣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만큼 황금기 힙합음악의 음원들이 아직 많이 숨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고, 당시 음악의 생명력이 무척이나 길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다.이런 양 진영의 음악은 각각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의 힙합음악은 꾸미지 않은 듯이 투박하고 거친 거리의 냄새가 잔뜩 묻어나는 '날 것'의 느낌이 매우 강하다. 이를 대표하는 동부음악의 중심에는 많은 작품이 있는데, 세월의 검증을 거친 이른바 명반을 꼽아 본다면, 나스(Nas)의 [Illmatic], 맙딥(Mobb Deep)의 [The Infamous], 우탱 클랜(Wu-Tang Clan)의 [Enter The Wu-Tang]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필자 개인적인 판단으로 지금부터 얘기할 음반 다스 에펙스(Das EFX)의 [Hold It Down]을 이 목록에 포함해보려 한다.
다스 에펙스는 스쿱(Willie "Skoob" Hines)과 크레이지 드레이지즈(Andre "Krazy Drazyz" Weston)로 이루어진 뉴욕의 듀오로서 EPMD가 출연했던 탤런트 쇼에서 그들의 눈에 띄어 계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92년, 그들은 첫 앨범인 [Dead Serious]를 발표했는데, EPMD조차 이루지 못했던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이름과 실력을 알리게 된다. 이들은 특유의 넌센스 라이밍과 'Stop-Start Stutter (tongue-twisting)' 방식의 플로우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는데, 이는 단조로운 진행의 비트와도 상당히 잘 맞아떨어졌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랩퍼로서 이들은 성공에 고무되었는지 93년에 곧바로 두 번째 앨범 [Straight Up Sewaside]를 똑같은 방식으로 내었는데, 아쉽게도 전작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단지 연장선일 뿐이라는 느낌과 나아진 것이 없는 구성 등은 새로운 충격보다는 그들의 활동이 계속된다는 것만 알릴 뿐이었다. 그리고 95년, 본작 [Hold It Down]이 발표됐다. 솔리드 스킴(Solid Scheme: Chris Charity와 Derek Lynch)이 일괄하던 프로덕션은 보다 네임밸류가 있는 프로듀서들로 채워졌고 곡마다 정성스레 느낌을 실었다. 이들의 견고한 랩핑은 여전히 힘을 발했고 비트의 지원사격은 정확히 과녁에 적중했다.
본작에는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가 두 곡을 제공하고, 피트 락(Pete Rock)이 한 곡의 리믹스 트랙을 선사했다. 그리고 동부의 대표적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이지 모 비(Easy Mo Bee)가 무려 5곡을,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의 앨범에서 탄탄하고 진지한 비트를 들려주던 디제이 스크래치(DJ Scratch)가 2곡, 그리고 이들의 데뷔앨범부터 동고동락한 솔리드 스킴이 여전히 3곡의 비트로 채워 주었다. 여기에 쇼비즈(Showbiz)나 클라크 켄트(Clark Kent) 같은 명장들도 나머지 트랙을 빈틈없이 틀어막고 있다. 이렇듯 [Hold It Down]에는 전작들과는 달리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한 동부사운드 집합체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일관성의 결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한 프로듀서의 개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유사한 음색의 사운드로 앨범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시기적으로 다양한 사운드 실험이 활발히 시도되기 이전의 작품이라는 이유도 한몫했을 것이다.
주인공인 다스 에펙스에게 초점을 맞춰보자. 이들의 확고한 이미지 콘셉트는 확실히 비트 메이킹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들은 줄곧 하수구에서 나온듯한 음악을 고수했으며, 팀버랜드 부츠와 밀리터리룩으로 자신들을 표현했다. 이는 힙합의 탄생 배경이었던 빈곤층의 모습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도 이런 모습이 멋지고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음악과 아티스트의 모습으로는 적절치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90년대 이전의 이들이 음악을 접하고 발을 들인 시기를 상상해 본다면, 이런 모습들은 자신의 음악적 토대를 잃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 그래서 당시 많은 힙합팬이 이 모습을 멋있게 생각하고 따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근작들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지만 말이다.
본작의 비트는 후반부의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한 느낌을 가진다. 짤막한 베이스루핑과 간결하게 쓰인 멜로디 샘플들, 그리고 투박한 드럼사운드는 앞서 언급한 동부 명반들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이 앨범의 곡들은 다양한 바운스를 들려주는데, 프리모와 피트 락 버전의 "Real Hip Hop"은 우위를 정하기 어려울만큼 훌륭한 리듬을 뽐내고 있으며, 두 곡 모두 힙합 클래식 넘버가 되었다. 대스 에펙스가 직접 만들어 낸 "Buck Buck"은 의도적으로 조악하게 녹음되었는데, 그 덕에 가감 없이 이들의 스타일을 알려준다. 마치 프리스타일 같은 이 곡은 감상을 위한 최소한의 음향을 들려주지만, 열심히 다듬은 트랙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Here We Go"와 "Hardcore Rap Act"에서는 다년간에 걸친 솔리드 스킴과 궁합을 자연스레 들려주고, "Comin' Thru"에서는 날카로운 타격감을, "Dedicated"에서는 클라크 켄트 특유의 통통 튀는 샘플링이 돋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지 모 비와 조합은 더 이상의 궁합이 필요치 않을 만큼 잘 어울린다. "Knockin' Niggaz Off"는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트랙인데, 자연스럽게 흐르지만 굴곡감 있는 플로우와 딱딱 들어맞는 라임들이 펼쳐지는 후반부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 외에도 "Microphone Master", "40 and A Blunt", "Alright", "Hold It Down"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조화는 몇 번 듣다 보면 어느새 멜로디와 후렴부를 따라 흥얼거릴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본작에는 이런 양질의 트랙이 무려 20곡이나 존재한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치의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힙합의 정통성에 관해서는 상당히 많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관대한 안목도 필요하지만, 원형을 유지하고 알리는 일 또한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금 소개한 이 앨범은 후자 쪽의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음악을 다시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이런 음악이 있었기에 지금의 변화된 음악도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황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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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y High (2009-11-18 16:33:11, 222.106.146.**)
- 어떻게든 아는 척을 하고 싶은 거죠.
이 리뷰가 [Straight Up Sewaside]에 대해 논하는 글도 아니고
리뷰어가 강조하는 방점이나 글의 형식에 따라
언급의 정도와 경중이 달라질 수 있는 건데,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본다', '나는 이 부분에서 생각이 좀 다르다'
정도의 수위로 의견을 피력하면 그만인 것을
저렇게 부자연스럽고 별로 어법에도 맞지 않는 표현과 수사를 동원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건 아무래도 은연 중에 저렇게 리뷰어를 깔아뭉갬으로서
우월감을 맛보고 싶은 심리 때문이겠지요.
글이라는 게 제한된 텍스트라
곁가지 내용들은 자연스럽게 좀 쳐내거나 압축하기 마련인데
그 조그만 부분 가지고 침소봉대/확대해석하면서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댓글을 보고 있자니 참...
취향과 안목은 구분되어야하는 게 맞고
음악적 주관이 뚜렷한 것도 좋은데
저렇게 자기가 조오오온나게 좋게 들은 앨범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수사 요란하게 써가면서 띄워주고
남들도 자기랑 똑같이 조오온나게 좋게 듣지 않았으면
표현력이 아니네,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네 하면서 비꼬는 모습이
참 보기가 안 좋습니다.
계속 거슬렸는데 이참에 장황하게 한마디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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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pect4whut (2009-11-17 21:16:21, 118.33.62.***)
- 흠. 위에 너무 버닝하시네. das efx 저도 좋아하는 팀인데, [Straight Up Sewaside]는 충분히 평이 갈릴만한 앨범이었죠. 개인적으로 [Dead Serious]에 뒤지지 않는 앨범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리뷰에서 나온 것처럼 연장선상에 있는 건 맞다고 봅니다. 단, 이 부분 때문에 무조건 앨범이 평가절하되면 안 되겠지만, 어쨌든 데뷔작보다 인기가 없었던 건 사실이고요.
전작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큰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Straight Up Sewaside]에 대한 평은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뭐, 리뷰어가 이 앨범이 구리다고 말한 것도 아닌 것 같고.
제가 이 글 상 Straight Up Sewaside에 대한 평가를 느끼기는 나스의 It was written이나 우탱의 Wu-tang forever 등을 이야기할 때 뉘앙스로 보입니다. 두 장 모두 뛰어났던 전작 때문에 평가가 갈렸던 앨범들이죠.
개인적으로 얄팍한 지식으로 진리인 것처럼 버닝하는 분들 보면 좀 거부감이 들어서 몇 자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