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The Notorious B.I.G. - Ready to Die
- rhythmer | 2012-09-04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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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he Notorious B.I.G.
Album: Ready to Die
Released: 1994-09-13
Rating :
Reviewer : 강일권
90년대 초반, 라이벌 투팍(2Pac)과 비프(beef)를 벌이며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 간 세력 싸움의 절정기를 이끌었던 더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이하 ‘비기’)는 이 데뷔 앨범 한 장으로 ‘기대되는 신예’에서 단숨에 ‘동부를 대표하는 MC’로 우뚝 섰다. 그만큼 본작에서 그가 보여준 랩핑과 작사 스킬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주제로만 놓고 보자면, 비기가 다루는 내용들은 동시대 활약한 여느 하드코어 랩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빈민가에 대한 이야기, 마약 딜러로서 삶, 섹스, 갱스터리즘(gangsterism), 자기 과시 등등…. 그러나 그가 당시 흑인들과 랩퍼들에게는 평범했을 이 주제를 랩으로 풀어놓는 순간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자신의 직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비기의 가사들은 모두 빼어난 스토리텔링을 자랑했는데, 특히, ‘그의 랩을 듣고 있으면, 장면이 마치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듯하다’라는 미 평단의 말처럼 본작에 수록된 곡들이 연출하는 이미지의 향연과 내러티브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자신을 죽이고 돈을 뺏기 위해 집에 침입하려고 한 이들을 응징하는 과정을 범죄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한 “Warning”,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위험한 밑바닥 인생을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린 “Everyday Struggle” 등은 그중에서도 백미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렇게 주제가 이미지화되는 과정이다. 비기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게 디자인한 라임과 플로우를 통해 랩의 구성미를 극도로 끌어올리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듣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구사한다. 그야말로 본작은 랩 자체가 가진 언어유희의 묘미를 최고 레벨로 선사함과 동시에 많은 하드코어 랩퍼들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를 가장 효과적이고 인상적으로 전해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비기를 발굴한 퍼프 대디(지금의 Diddy)가 주도하고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이지 모 비(Easy Mo Bee) 등이 조력한 프로덕션도 매우 훌륭하다. 당시 이스트코스트 힙합을 대표하는 전통적 작법이었던 붐 뱁(Boom Bap) 사운드를 고수하되, 본작의 대표적인 두 싱글 “Juicy”와 “Big Poppa”에서는 옛 소울/훵크 음악 중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곡들 – 엠튜메이(Mtume)의 “Juicy Fruit”, 아이즐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의 “Between the Sheet” 등을 샘플링하여 대중적인 접점을 이루는 데에도 성공했다. 자칫 잘못하면, 열혈 힙합 팬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이 곡들이 힙합 역사 속의 명곡 반열에 올라있다는 사실은 (어디까지나 미국을 기준으로) 비교적 대중적인 트랙에 대한 일말의 비판마저도 상쇄시켜버리는 비기의 랩 실력이 얼마나 죽여줬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3월은 비기가 세상을 떠난 지 15주기였으며, 오는 9월 13일은 그가 생전에 발표한 유일한 앨범 [Ready to Die]가 발표된지 18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전설적인 앨범을 들어보면, 왜 여전히 전 세계의 수많은 힙합 팬이 노토리어스 B.I.G.에 대해 회자하고 그리워하는지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가히 1990년대를 대표하는 힙합 ‘그 자체인’ 앨범이라 할 만하다.
앨범 관련 이모저모
*1995년 ‘Billboard Music Awards’에서 노토리어스 B.I.G.는 ‘Rap Artist of the Year’ 부문을, 앨범의 세 번째 싱글이었던 "One More Chance"는 ‘Rap Single of the Year’ 부문을 수상했다.*1995년 ‘The Source Awards’에서 ‘New Artist of the Year, Solo’, ‘Album of the Year’, ‘Lyricist of the Year’, ‘Live Performer of the Year’ 등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1996년 ‘Grammy Awards’에서 두 번째 싱글이었던 “Big Poppa”가 ‘Best Rap Solo Performance’ 부문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본작이 리마스터링되어 재발매되었는데, 커버의 색이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으며, "Who Shot Ya", "Just Playing (Dreams)" 등, 2곡이 추가 수록되었다.*앨범의 첫 싱글이었던 “Juicy”에 얽힌 흥미로운 비화가 있다. 비기와 디디는 어느 날 앨범에 들어갈 곡을 얼추 추려놓고 함께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세고 투박한 비트의 음악들만 있어서 이를 중화시키고 대중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곡의 필요성을 느낀 디디가 말랑말랑한 소울 넘버 엠튜메이의 “Juicy Fruit”을 들려주며, 이 곡을 샘플링하여 앨범에 넣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비기는 ‘농담하지 말라’라며, 수록하길 꺼려했는데, 디디가 곡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나머지 음악작업 부분에 대한 주도권을 쥐어주며 설득에 성공했고, 결국, 비기는 랩퍼가 되고자 했던 자신의 꿈을 담은 가사를 입힘으로써 “Juicy”를 명곡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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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ors Toi (2015-12-28 23:59:55, 119.64.43.***)
- 힙합 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힙합 앨범을 하나만 빼고 지구상에서 모두 삭제해야 한다면 난 레디투다이와 일매틱 중에 고민하다가 레디투다이를 고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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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규 (2014-09-14 17:59:40, 121.64.141.*)
- 일매릭 리콜 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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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쿤 (2012-09-08 11:15:10, 36.39.188.**)
- 리스너를 잡아먹을거같은 랩괴물...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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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esar (2012-09-06 17:58:59, 112.187.194.***)
- juicy는 디디가 지네집 놀러와서 비트 감상하다가
자기꺼 베낀 거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는 핏롹의 분노 사건으로도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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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B (2012-09-05 17:47:08, 121.88.209.***)
- 뭐 쓸 말이 없네요. R 5개가 아닌 500개라도 주고 싶습니다.
R.I.P 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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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현 (2012-09-05 02:47:41, 14.50.65.***)
- 응? 이 앨범은 지나치게 유명해서 리콜없을줄 알았는데ㅋ 나스 일매틱도 나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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