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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Beastie Boys - Paul's Boutique
    rhythmer | 2012-10-18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eastie Boys
    Album: Paul's Boutique
    Released: 1989-07-25
    Rating: 
    Reviewer: 황순욱









    뜬금없는 질문 하나. 세상에서 가장 비싼 고양이는? 런던의 한 고양이 양육자가 10년간의 이종교배로 탄생시킨 제우스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 고양이의 가격은 255,000달러(지금 환율이라면, 약 2억 9천만원이다!)이고, 사실 유전자의 90%는 아시아산 표범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도 있다. 현재 애완 고양이의 유전자를 맞춤으로 구성해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캐츠같은 기업도 있다는 것. 이들은 여러 품종을 교배시켜 새로운 비싼 고양이를 '창조'하고 있다. 고양이뿐이랴. 우리가 매일 앉는 식탁에는 이종교배된 식물들이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지금도 누군가가 프러포즈를 위해 구입하고 있을 꽃다발에는 같은 방식으로 탄생한 꽃들이 수북하게 담길 것이다.

    문화 상품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영화계는 장르 크로스오버가 유행이고, 음식은 퓨전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대중음악 시장도 마찬가지다. 조금 과장하자면, 순수한 장르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차트에서 무작위로 선곡해 들어보면, 그것이 어떤 음악인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곡은 드물다. 일렉트로니카에 힙합 리듬을 가미하고, 훵키한 연주를 얹어 새로운 교배를 시도하고, 적당한 이름이 없어 뭉뚝하게 하이브리드라 칭한다. 이것이 최근 음악 씬의 큰 특징이다. 그런데 록-연주 문법-이 지배적인 음악이었고 힙합이 아직은 걸음마하던 80년대에 이미 이러한 실험을 성공적인 발명으로 바꾼 그룹이 있다.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는 여기저기서 모은 레코드 판을 가지고 그들의 실험실로 가서는 온갖 장르를 교배했다. 그러고는 최초로 차트 정상에 오른 랩 앨범을 만들었다. 생물학에서든, 문화에서든 이종교배는 더욱 강한 종을 탄생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펑크(Punk) 밴드로 출발했던 비스티 보이즈의 데뷔작 [Licensed To Ill]은 10대들의 과격한 찬가가 되었다. 특히, "Fight For Your Right"의 뮤직비디오는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파티를 담았는데, 당시 많은 젊은이가 이를 흉내 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게다가 비스티 보이즈를 따라 하고 싶어한 이들 덕분에 전 세계 수천 대의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엠블럼을 잃었다. 이쯤이면 이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을 선동한 것은 강력한 록 사운드와 고음부터 저음까지 분배된 세 명의 랩 보컬, 즉, 음악의 힘이었다.

    많은 비판적 시선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비스티 보이즈의 실험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릭 루빈(Rick Rubin)과 결별하며 데프잼(Def Jam) 레이블을 떠난-분쟁과 함께- 그들은 뉴욕을 떠나 멀리 LA로 날아갔고, 인기 힙합 프로듀서였던 더스트 브라더스(Dust Brothers)를 찾았다. 덕분에 소포모어 앨범이 좀 더 힙합 장르 문법에 가까워졌고, 인종적 적대감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Paul's Boutique]를 제대로 분해하면 얼마나 많은 유전인자가 섞여 있는지 놀란다. 지금은 힙합 음악에 소울이나 훵크 고전을 쓰는 것이 블랙 뮤직의 전통을 고수하는 일반적 형태가 되었지만, 사실 힙합 음악의 태동기적 소스는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샘플 클리어런스에 대한 개념과 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시점이었다-이 앨범 이후 생겨났지만-. 따라서 비스티 보이즈의 음악은 시기적, 인종적, 제도적으로 다양한 종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합당한 배경에서 출발했다.

    재즈 드러머 이드리스 무하마드(Idris Muhammad)의 초기작에서 떼어낸 느릿한 연주로 시작하는 앨범은 곧장 "Shake Your Rump"의 몰아치는 샘플 공격으로 이어진다. 에버레지 화이트 밴드(Average White Band)의 잘 알려진 "Cut the Cake"에서 베이스 라인을, 로니 로스(Ronnie Laws)의 "Tell Me Something Good"에서 기타 리프를 빌리고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비롯한 십여 개의 다른 소리를 조합한 변화무쌍한 편곡은 앨범에서 비스티 보이즈의 음악이 어떻게 진행될지 확실하게 예고한다. "Egg Man"은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의 최고작 "Superfly"로 시작되어 영화 [에이리언 2(Aliens)]의 사운드로 끝을 맺고, 앨범의 중요 트랙 "Hey Ladies"는 커티스 블로우(Kurtis Blow)를 비롯한 블랙 뮤직의 고전 (알려진 것만) 15곡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런 취향은 트랙 사이의 짧은 간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23초짜리 휴식시간 "5-Piece Chicken Dinner"는 밴조(banjo/*편집자 주: 발현 악기의 일종) 연주자 에릭 와이즈버그(Eric Weissberg)의 곡을 깔아 놓고 수다를, 11초의 "Ask for Janice"는 자메이칸 음악 방송 광고를 녹음해서 내보내는 유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2009년에 발표된 본작의 20주년 기념판(20th Anniversary Edition)에서는 9개의 짧은 비트가 뭉쳐 있던 열다섯 번째 트랙 "B-Boy Bouillabaisse"를 개별로 배당했다. 짧게는 1분에 못 미치고, 길게는 2분 30여 초에 이르는 곡들을 좀 더 쉽게 선택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기념판의 장점이다. 70년대 주요앨범으로 꼽히는 영화 [The Harder They Come]의 사운드트랙의 보컬라인과 싸우스사이드 무브먼트(Southside Movement)의 훵크를 교묘하게 물려놓은 "Stop That Train"을 더 자주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반갑다. 물론, 레드 제플린의 "When The Levee Breaks"를 훵키와 노이즈로 바꾸어 놓은 "Year And A Day"처럼 다른 트랙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들은 [Paul's Boutique]에서 고전 소울과 훵크는 물론, 비틀즈(The Beastles)와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까지 온갖 종의 우성인자를 쏙쏙 뽑아 교배했다. 이런 배열 방식은 새로운 교배종(스타일)을 탄생시켰는데, 연주 문법에 익숙하던 당시 대중과 평단은 이것을 프랑켄슈타인적인 작품으로 받아들였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예술품의 진정한 가치는 시간이 흘러야만 더욱 확실해진다. 이들은 힙합 음악의 탄생 배경에서 비롯된 샘플링을 고수했고, 또 그것을 가장 잘 이용했다. 원본의 해체와 재구성에서 비롯된 해석의 다양성은 포스트모던한 세계에 가장 잘 어울리며, 비스티 보이즈는 이 과정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덧씌움으로써 확실하게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 이에 지난 20여 년의 세월은 결국, 이것이 진정한 걸작이라고 다시 평가했다.

    그들의 앨범 중 어느 것이 가장 뛰어난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많은 매체는 이 앨범에 지지표를 냈다. 제도를 비롯한 여러 문제로 이처럼 극단적인 음악이 다시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이종교배라는 방식은 이미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 시대의 선택이 되었다. 그리고 [Paul's Boutique]는 이런 흐름을 발생시킨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남아 있다.





    R.I.P Adam Yauch aka 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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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Methodwoman (2012-10-20 03:30:23, 218.48.44.***)
      2. 이스트 코스트의 어두운 사운드와 웨스트 코스트의 쥐훵에만 익숙해져 있던 제게 이 앨범은 실망이었는데....언제부턴가 끼고사네요....
      1. Archetype (2012-10-19 23:13:33, 112.170.109.**)
      2.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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