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Outkast - Stankonia
- rhythmer | 2012-12-04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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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Outkast
Album: Stankonia
Released: 2000-10-30
Rating:
Reviewer: 강일권
오늘날 대표적인 음악 기인으로 묘사되는 애틀랜타 출신의 듀오 아웃캐스트(Outkast)는 데뷔할 당시만 해도 클럽 튠 이전의 전형적인 남부 힙합 사운드로 무장했던 팀이다. 펑크(Funk)와 소울 음악 샘플링을 통해 끈적끈적하고 거친 질감의 힙합 음악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후, 범상치 않은 세계관을 드러내기 시작한 [ATLiens]와 [Aquemini]에 이어 두 이방인은 네 번째 앨범인 본작을 통해 그동안 응축됐던 자유분방함과 실험정신을 폭발시켰다. 많은 이가 생각하는 힙합 스타일, 혹은 힙합 작법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사이키델릭, 테크노, 드럼 앤 베이스, 헤비 메탈 등등, 여러 장르의 엑기스만을 뽑아 예상할 수 없는 비율로 섞어낸 앨범의 수록곡들은 지금까지 등장한 다른 수많은 하이브리드 결과물 중에서도 가장 분석하기 어렵고 야릇한 감상을 유도한다.아웃캐스트와 미스터 디제이(Mr. DJ)가 결성한 프로덕션 팀 어스톤 쓰리(Earthtone III)가 대부분 곡을 만들고 오거나이즈드 노이즈(Organized Noize)가 세 곡으로 조력한 본작의 프로덕션은 그야말로 육체와 영혼을 동시에 강타하며, 청자를 카오스로 몰고 간다. 인트로를 지나자마자 사이키델릭한 기타 리프와 훵크 리듬이 혼을 빼놓는 “Gasoline Dreams”를 시작으로 [Stankonia]의 예측할 수 없는 스타일의 음악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트랙은 누가 뭐래도 “B.O.B”다. BPM부터 150에 이르는 (기존 힙합음악의 평균 BPM이 80 ~ 95 정도) 파격적인 속도를 앞세운 이 곡은 힙합이라는 울타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드럼 앤 베이스와 훵크를 뒤섞어 뼈대를 세우고 신스와 두 멤버의 미친듯이 달리는 랩핑, 그리고 가스펠 보컬을 얹은 ‘당황스러움과 놀라움’ 그 자체인 곡이었다. 게다가 당시 힙합 씬에서 나오던 클럽 뱅어의 기준과 영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B.O.B”와 함께 대표곡 역할을 하는 건 “Ms. Jackson"이다. 아웃캐스트는 본작에서 실험적인 트랙들 사이로 기존 힙합 음악의 감흥을 간직한 트랙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구성의 묘를 꾀했는데, “Ms. Jackson"도 그러한 곡 중 하나다. 물론, 신스의 연출에선 미래지향적인 부분을 놓지 않았지만, 알앤비/펑크 밴드 더 브라더 존슨(The Brothers Johnson)의 (보컬 라인을 포함한) "Strawberry Letter #23"를 빌려와 탄탄한 힙합 트랙을 탄생시켰다. 특히, 전 부인이었던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어머니에게 헤어지게 된 경위를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건지,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건지 모를) 모호한 태도로 설명하는 가사가 화제를 뿌림과 동시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외에도 펑키한 베이스라인과 귀를 간질이는 보컬 라인이 돋보이는 "So Fresh, So Clean", 곡의 주제와 맞게 잔뜩 우울하고 사이키델릭한 감성 가득한 "Toilet Tisha" 등등, 모든 곡이 각각 개성을 지녔음에도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한편, 앨범의 세계관과 음악적인 핵심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피-펑크(P-Funk)에 기반하고 있다. 두 멤버 안드레3000(Andre3000)과 빅 보이(Big Boi)는 조지 클린턴이 정의했던 펑크 음악과 쾌락의 세계인 ‘스탱크(Stank)’를 기초로 하여 지구의 중심이자 온갖 펑키한 것들의 근원지인 가상의 세계 ‘스탱코니아(Stankonia)’를 새롭게 건설했다. 그리고 이 세계 안에서 안드레와 빅 보이는 거침없이 이방인의 시를 살포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이 각자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에 맞는 라이밍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같은 주제를 놓고도 빅 보이는 거리의 시인으로서 좀 더 직접적인 단어와 묘사를, 안드레는 이상 세계의 시인으로서 매우 추상적인 메타포를 흩뿌려놓았다. 앞서 언급한 "Ms. Jackson"과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삶이 위협받는 십 대 미혼모 문제를 다룬 "Toilet Tisha" 등, 남부 출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삶 속의 여러 이슈와 문제들을 다룬 본작의 가사를 살피면,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음악이 주는 거대한 충격에만 휩쓸려서 이 앨범을 특별하게 하는 또 하나의 중심축인 랩과 가사의 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지금 이 시점에서 본작의 음악들을 한 곡 한 곡 되짚는 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이 앨범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아웃캐스트가 건설한 ‘스탱코니아’라는 세계로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 글은 단지 그 여행의 아주 기본적인 안내서 정도의 역할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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