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KRS-One - KRS-One
- rhythmer | 2010-03-04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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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RS-One
Album: KRS-One
Released : 1995-10-10
Rating :
Reviewer : 양지훈
케이알에스-원(KRS-One, 이하 KRS)의 첫 솔로 앨범 [Return of the Boom Bap]과 차기작 [KRS-One]간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가 절반 이상의 프로듀싱을 맡고 키드 카프리(Kid Capri) 등이 참여했던 [Return of the Boom Bap]과 달리, [KRS-One]은 디제이 프리미어, 다이아몬드 디(Diamond D), 그리고 KRS이 뭉쳐 프로듀서 삼각 편대를 형성하는 변화를 꾀했다. 전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프리미어의 비트는 [KRS-One]에서 양적으로 대폭 축소되었지만(3곡), 모두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 봐도 무방할 만큼 귀중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D.I.T.C의 프로듀서 다이아몬드 디와 KRS 본인의 프로듀싱, 그리고 같은 D.I.T.C 진영의 쇼비즈(Showbiz)가 합세한 프로덕션 라인이 괜찮은 균형을 이루며,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즉, 프리미어의 변함없는 지원, 부기 다운 프로덕션(Boogie Down Productions) 시절부터 검증된 KRS의 비트 메이킹, 그리고 D.I.T.C 프로듀서들의 합류 하에 [KRS-One]이라는 묵직한 힙합 앨범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부기 다운 프로덕션 시절부터 솔로로 전향한 이후까지 꽤 드물었던 게스트 래퍼의 참여도를 대폭 끌어올려, 후배 뮤지션과 다채로운 조화를 시도했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사실 팻 조(Fat Joe)와 매드 라이언(Mad Lion), 그리고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가 담당한 랩 세션은 'Guest Appearance'라고 표현하기가 망설여질 만큼 비중이 작아서 의문을 갖게 되지만, 채널 라이브(Channel Live)처럼 KRS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의 몫을 해내는 이들도 있다. 어찌됐던 간에, 이것이 [Criminal Minded]부터 [Return of the Boom Bap]에 이르는 기존 앨범들과 가장 대조되는 점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KRS-One]은 타 뮤지션들이 라디오 등의 매체에서 KRS를 언급하는 부분을 모아서 트랙 사이에 삽입하여 KRS를 소개하는 무척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 본인의 인맥과 실력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자신을 언급한 삼십 여 힙합퍼의 메시지를 담아서 이들의 이름을 앨범 커버에 일일이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 KRS가 느끼고 있는 자부심과 긍지가 어느 정도인지 지레 짐작이 간다. 또한, 수 년 전부터 "I'm Number One"을 외치던 KRS 답게 [KRS-One]에서 느낄 수 있는 자신감도 여전하다. 아니, 다수의 랩 배틀(Rap Battle) 성향의 곡을 수록하여 이전보다 더욱 충만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다. 어설픈 엠씨들을 향해 끊임없이 '훈계'하는 "MC's Act Like They Don't Know"는 뛰어난 라이밍과 분노에 가까운 랩을 통해 어느덧 '배틀 라임(Battle Rhyme)'의 교본 격 트랙이 되었다. 다이아몬드 디가 깔아 놓은 묵직한 베이스라인 위에서 힙합 선생의 면모를 또 한 차례 과시하는 "Build Ya Skillz", 그리고 디제이 프리미어와의 완벽한 합작 "Wannabemceez"에 담겨 있는 가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But rappers talk too much shit, and can't back it up with lyrics, build ya skills'를 연신 외치는 "Build Ya Skillz"의 코러스는, 랩이라기보다는 분노 표출에 가까워 보인다. 암울한 빈민가를 묘사한 스토리텔링("Hold"), 종교적 의문("The Truth") 등 앨범에는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지만, 배틀 랩 트랙이 유난히 돋보인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굳이 '90년대의 'Raw Hiphop'을 이상향으로 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KRS-One]은 꽤 잘 만든 앨범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자신감 충만한 랩을 뒷받침할 프로듀서로 디제이 프리미어와 다이아몬드 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선정한 KRS의 선택은 탁월했다. 힙합에 대한 견해와 후배들에 대한 따끔한 조언, 즉, 힙합 선생의 변함없는 훈계가 지겨울 수도 있지만, 그것이 KRS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키워드가 아니었던가. 때로는 타인을 향해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는 듯하지만, 수준급 랩 스킬을 지닌 베테랑의 라이밍을 따라잡다 보면 "지겨움"보다는 "감탄"이 앞선다.
가끔씩 이렇게 뚜렷한 주관으로 따끔한 조언을 서슴지 않는 메인스트림 래퍼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현재의 힙합 씬에 아쉬운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KRS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것이 꽤 유익한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주류 힙합 씬에서 KRS와 같은 캐릭터를 찾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힘들어졌지만, 어찌 보면 지금이 바로 그와 같은 인물이 부각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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