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Nas - Illmatic
- rhythmer | 2014-04-21 | 3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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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as
Album: Illmatic
Released: 1994-04-19
Rating:
Reviewer: 예동현
1994년 4월 19일. 단 10개의 트랙이 플레이되는 39분 44초의 시간 동안 힙합계는 절정의 황홀함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황홀함은 지난 20년간 지속되었다. 나스(Nas)와 [Illmatic]은 힙합 음악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고유명사가 되었으며, 많은 힙합 팬들은 그들의 자부심과 충성심의 근원을 획득했다.랩 게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다른 명작들과 비교하면, 그 시작은 조용한 편이었다. 당대를 지배하던 쥐펑크(G-Funk)의 결정판이자 궁극의 갱스터 기믹을 담아냈던 [Doggystyle]이나 그에 대한 반격으로 일종의 컬트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등장한 [Enter the Wu-Tang], 혹은 같은 해에 발매되었던 뉴욕 힙합의 성배 [Ready to Die]처럼 압도적이기는커녕 당시를 대표하던 헤게모니의 무엇도 대표하지 못했다. 갱스터 랩의 아이콘은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의 차지였고, 우탱 클랜(Wu-Tang Clan)과 같은 상징성도 부족했으며, 반년 가량 늦게 등장한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는 굉장한 상업적 파급력을 일으키며 뉴욕의 권좌를 차지해버렸다. 대신 [Illmatic]은 랩 게임을 약간 비틀었다. 그리고 그 약간의 뒤틀림이 이토록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앨범의 완벽성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이 앨범이 가진 완벽성의 특징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힙합이 뉴스쿨(New School) 시대로 들어서면서 랩 실력은 필수불가결의 요소였지만, 성공을 보장해주는 절대적 지표는 아니었다. 폭발적 성장기에 들어선 메인스트림 힙합 음악계에서 실력과 완성도보다 더 중요시되었던 것은 차별화와 캐릭터성의 부여였고, 당대의 절대자들은 이 모든 것을 섭렵해서 각자 권좌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Illmatic]은 그 독특한 제작기대로 '뉴욕 최고의 비트메이커들이 한 명의 똘똘한 천재를 두고 어떻게 죽여주는 앨범을 만들어 볼까?'에서 출발했다. 고만고만한 카리스마를 가진 약관의 청년은 스튜디오 안에서 신과 같은 플로우를 쏟아냈고,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엠씨를 어떤 식으로 험난한 랩 게임에서 제구실 하게 만드느냐가 그들의 과제였다. 그런데 질문에 답이 있다고 했던가? 나스가 결국 그들에게 방향을 제시했다.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가 지켜보는 가운데 “NY State Of Mind”의 비트가 흐르고, 나스가 부스 안에 들어가 랩을 하는 그 순간, 자리에 있던 프리모,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 큐팁(Q-Tip), 피트 락(Pete Rock)은 해답을 찾아내었다. 그들은 그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비트를 만든 다음, 나스를 스튜디오 안으로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마케팅을 위한 특별한 사운드도, 차별화를 위한 의도적인 장치도 필요치 않았다. 명인의 비트와 나스의 랩이 포개어지는 그 순간 특별한 곡이 완성되었고, 모든 청자를 유례 없는 경험으로 이끌었다. 이 얼마나 간단한가? '최고의 비트와 최고의 랩이 있으면 최고의 앨범이 완성된다.'라는 진리는 이 앨범이 증명한다.
나스의 랩은 그만큼 특별했다. 물론, 라임 안에 라임을 숨겨놓는 것 같은 복잡한 라임 설계법이나 마디(bar)의 일반적 구성을 파괴하는 독특한 호흡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규칙한 플로우의 대단한 리듬감 등등, 엠씨로서 이룩한 기술적 성취들도 그의 업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가장 위대한 점은 그의 시적 표현방식과 특유의 관점으로 주제를 통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창의력이다. 라이밍을 통한 리듬감 발생에서 시작하여 발전을 거듭하던 랩에 내러티브가 담기기 시작한 그 시점에 나스는 은유와 암시, 적절한 비유를 통해 가사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쌓으며 이야기에 풍부함을 더했다. 이것은 그저 시적 표현에서 서술의 차별화 수준으로 논할 정도가 아니었다. 나스는 전체 가사를 복층 구조로 설계하는 동시에 청자가 거리의 실상을 직접 겪는 듯한 체험적 감흥과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나 관찰하며 얻는 관조적 감흥을 한꺼번에 선사했는데, 이는 그야말로 이후의 랩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쳤다.
덕분에 그저 화자가 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직선적 구조를 넘어서 구절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통해 청자 역시 가사 자체에 더 직접적으로 관계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앨범에 담긴 (실질적으로) 9개의 에피소드들은 각각의 이야기로서뿐만 아니라 전곡이 나스의 일대기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거대한 스토리텔링으로서 가치를 획득했다.
더불어 그 자체로 놀라운 리릭시즘(Lyricism)의 업적 이전에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그의 능력 또한 반드시 조명해야 한다. 그는 익숙한 이야기가 새로운 관점을 통해서 부여받는 신선한 생명력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나스의 통찰력과 관찰력, 그리고 창의력이 가장 직접 드러난, 나스식 컨셉트 곡의 시작인 “One Love”는 고요하지만,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으며, 앨범은 전반에 걸쳐 그 시점과 묘사의 주체가 요동친다. 덕분에 'Illmatic' 연대기 속의 나스는 거리의 삶을 영위하는 갱스터인 동시에, 냉혹한 현실의 증인이기도 하며, 때로는 그 전체에서 한발 물러선 관조자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창의력은 천재적인 랩 스킬과 표현력, 이를 지탱하는 완전무결한 비트들을 통해 구체화되지만, 그 이전에 이토록 치밀한 컨셉트의 설계가 없었다면, 앨범 속 이야기는 방향을 잃고 표류했을지도 모른다.
저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자 했던 힙합 황금기의 한복판에서 나스는 아무것도 차지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힙합의 영원한 테마인 거리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식상한가? 하지만 그 어리숙하게마저 느껴졌던 순수함은 완벽한 완성도와 맞물리며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전설이 되었다. 그와 함께 한때 저주처럼 뮤지션 본인에게도 그늘을 씌웠던 이 앨범은 아이러니하게도 갖은 드라마를 겪으면서도 20년간 최정상에 군림한 나스의 커리어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Illmatic]은 힙합을 대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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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TL (2022-11-10 21:34:41, 211.177.53.***)
- 타 음악 장르 존중은 커녕 힙합빼곤 다 ㅂㅅ이다 마인드이신 전형적인 힙찔이 이재호씨~^^
타 음악장르 존중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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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2014-04-26 10:20:42, 175.197.141.*)
- 저나 여기 힙합을 듣는 사람들도 결국 아이돌 빠돌이 빠순이와 다를게 없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게 예술에 반했냐 외모의 반했냐의 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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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r트모스 (2014-04-22 23:48:30, 125.180.213.***)
- 그들은 그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비트를 만든 다음, 나스를 스튜디오 안으로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거 하나로 일매틱 설명 끝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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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준 (2014-04-22 20:16:28, 61.102.87.***)
- 고등학생때 일매릭을 처음 들었을때가 기억나네요.
뭔지도 모르고 속으로 "와 진짜 죽인다"를 반복했던게 기억나네요.
그때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매릭은 죽이네요.
다만 One Time 4 Your Mind 는...아직도 친해지지 못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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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4-04-22 02:43:19, 175.202.125.*)
- 말로 하는것도 아니고 여기가 미국도 아닌데 글로 적을때 굳이 발음대로 해야 하나요?
스컬릿 조핸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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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일매틱 들으면서 힙합클래식을 알았죠. 트랙이 넘어갈수록 짜릿하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건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레디 투 다이나 엔터 더 우탱같은 뭔가 앞서고 실험적인 사운드는 아니지만 정말 완벽한 프로덕션과 랩이 낳은 불멸의 앨범.
아,그리고 20주년 리뷰 감사여! 나스=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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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4-04-22 00:26:48, 175.223.9.**)
- 캬 어느덧 이 앨범이 20주년이 되었군요..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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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OL (2014-04-22 00:13:22, 153.175.11.***)
- 볼 때마다 거슬리는데 그 리"릭"시즘 좀 안 쓸 수 없나요?
외래어 차용해서 발음 그대로 적을 거면 비슷하게 리리시즘이라고 적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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