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Jeru The Damaja - The Sun Rises in the East
- rhythmer | 2014-08-0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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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eru The Damaja
Album: The Sun Rises in the East
Released: 1994-05-24
Rating:
Reviewer: 양지훈
마치 정제되지 않은 보석처럼 로우(raw)하고 칙칙한 사운드로 대변되는 로-파이(Lo-fi)의 미학이 담긴 90년대 초·중반의 앨범들엔 한 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미스테리한 마력이 있다. 그리고 당시 그러한 스타일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프로듀서 중 한 명,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행보를 추적해 보면, 제루 더 다마자(Jeru The Damaja)라는 랩퍼의 존재를 마주할 수 있다. 90년대 초부터 프리모와 구루(Guru)가 이끌던 갱스타 파운데이션(Gang Starr Foundation)의 일원으로 활동한 그가 첫 모습을 드러낸 건 갱스타(Gang Starr)의 [Daily Operation] 수록곡이었던 "I'm the Man"의 마지막 벌스. 이후, 갱스타의 투어에 합류하며 활동 영역을 확대해 나가던 중, 데뷔 싱글 "Come Clean"을 선보이며 인지도를 넓혀 갔고, '94년 마침내 디제이 프리미어가 전곡 프로듀싱을 도맡은 데뷔작 [The Sun Rises in the East]를 내놓기에 이른다.이 앨범은 암흑 빛으로 물든 뉴욕 시의 고층 빌딩들과 교각을 그린 커버부터 음산하고 거친 분위기가 지배적임을 암시한다. 프리미어의 전매특허인 궁극의 루핑과 턴테이블 리릭으로 처리한 후렴구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질펀하게 깔린 비트 위에서 제루는 화답하듯 최상의 랩을 들려준다. 적당히 묵직한 톤으로 명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그의 플로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견고하고 높은 수준의 라임과 만나 상당한 희열을 선사한다. 특히, 제루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단어를 끊어 읽는 독특한 랩 스타일을 지녔는데, 이것이 프리미어의 비트와 매우 잘 맞아떨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 "D. Original"을 듣다 보면, 'histo-ry', 'pin-eal'과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단어 사이를 끊어 읽는 걸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제루의 랩을 대변하는 스타일로 남아있다.
가사적으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면서도 은유적이거나 추상적인 표현이 자주 사용되었는데, 여기서 여타 하드코어 랩과 차별되는 지점이 형성된다. 백인들을 악마에 빗댄 "Ain't the Devil Happy"와 예언자와 무지(Mr. Ignorance)의 대결을 묘사한 "You Can't Stop the Prophet" 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재치 있는 라임으로 창녀들을 맹렬하게 비난하는 "Da Bichez", "I'm the Man"에서부터 천명했던 'Dirty Rotten Scoundrel(필자 주: 아주 악랄한 악당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이란 닉네임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D. Original"과 "Come Clean"에 이르기까지 제루는 브루클린에서 유년 시절부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야말로 본작은 거친 비트와 랩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제루가 당시 구루와 프리미어가 물색하던 'Next Generation of Gang Starr'로서 자격이 충분함을 입증한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다소 침체기에 빠져 있었던 동부 힙합 씬에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했으며, 동년에 발매된 갱스타의 [Hard to Earn]이나 나스(Nas)의 [Illmatic]에서 느낄 수 있던 특유의 쾌감이 고스란히 담긴 언더그라운드 클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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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4-08-16 00:04:49, 175.202.126.**)
- 제루 하면 혼다와 함께한 엘 프레지던트가 생각나더라고요. 간지작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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