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Erykah Badu - Worldwide Underground
- rhythmer | 2017-03-02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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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Erykah Badu
Album: Worldwide Underground
Released: 2003-09-16
Rating:
Reviewer: 강일권
'네오 소울의 여왕'이라 일컬어진 에리카 바두(Erykah Badu)는 그 이름이 갖는 의미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음색과 실력을 지닌 아티스트다. 그녀의 음성은 흡사 [오디세이아]의 사이렌(*필자 주: 그리스어의 원어는 세이렌‘Seiren'이다.)처럼 듣는 이를 홀리는 강력한 마력이 있다. 2003년에 발표한 바두의 세 번째 정규작 [Worldwide Underground]에서도 이 같은 보컬의 힘은 고스란히 발휘되었다.“라디오에서 전파를 타는 것과 싱글 발매를 신경쓰지 않았고, 단지 그루브(Groove)를 원했다."라는 발매 당시 그녀의 말처럼 [Worldwide Underground]는 전작들보다 더욱 그루브하고 자유로운 무드가 눈에 띈다. 전반적인 프로덕션은 에리카 바두를 포함하여 걸출한 작곡가들인 제임스 포이저(James Poyser), 라샤드 스미스(Rashad Smith), 알씨 윌리엄스(RC Williams)가 뭉친 프리퀀시(Freakquency)가 주도했다. 소울, 힙합, 재즈는 물론, 블랙뮤직의 온갖 스타일을 훌륭하게 결합했으며, 수록곡 전반에 걸쳐 적절히 배치된 퍼커션의 감흥 또한 상당하다.
이는 아프리칸 뮤직에 기반을 둔 아카펠라 그룹 잽 마마(Zap Mama)와 함께한 첫 곡 “Bump It”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매우 관능적이면서도 약간은 나른한 음악과 함께 자신의 비트와 음악이 연주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읊조리는 보컬은 매혹 그 자체다. 특히, 스캣(Scat)으로 마무리되는 곡이 끝나게 되면, 무려 9분여의 러닝타임에도 그렇게 짧게 느껴질 수가 없다.
이어지는 “Back In The Day(Puff)”는 여음구의 코러스 라인이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절제된 기타 연주와 어우러지며 적잖은 여운을 남기고, 투어 버스 안에서 밴드와 즉흥 연주가 시발이 되어 만들어진 “Woo”는 세련된 고고(go-go) 사운드를 들려준다. 랩 그룹을 결성했던 에리카 바두의 데뷔 이전 이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마치 랩퍼가 리듬을 타듯 뱉는 보컬 또한, 감상 포인트다. 그런가 하면, 마약과 총격이 난무하는 거리를 노래한 “Danger”는 강렬한 피아노 루프와 브라스가 조화한 가운데, 그동안 보여준 절제된 보컬에서 벗어나 힘 있는 보컬을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재즈 베테랑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와 합작도 빛난다. 바두와 로이는 “Think Twice'“에서 중간마다 청중들의 박수소리를 삽입하여, 마치 잼 세션(Jam Session)을 듣는 것과 같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주로 사회적인 주제를 읊는 힙합 그룹 데드 프레즈(Dead Prez)와 함께 여전히 배고픈 약자의 현실을 노래한 “Steady On The Grind”, 바하마디아(Bahamadia), 퀸 라티파(Queen Latifah), 앤지 스톤(Angie Stone)과 함께 영화 [브라운 슈가, Brown Sugar] OST 수록곡인 “Love Of My Life”를 새롭게 편곡한 “Love Of My Life Worldwide” 등도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곡들이다.
에리카 바두는 본작에서 소울 음악은 물론, 힙합 문화, 게토의 삶, 사랑에 관해 애정을 담아 노래했다. 그리고 전반적인 무게감은 전작들보다 낮을지언정 한 곡 한 곡이 전하는 감흥은 여전히 만족스럽다. 그녀의 커리어에서 가장 활력 넘치고 하드코어한 가사가 함께한 작품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네오 소울이 힘을 거의 잃다시피 한 분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과시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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