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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Lauryn Hill -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rhythmer | 2011-05-02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Lauryn Hill 
    Album: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Released: 1998-08-25
    Rating: 
    Reviewer: 황순욱








    아직도 생생하다. 윤상이 진행하던 심야의 음악방송이었는데, 타이거 JK가 손님으로 나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틀어주었다. 로린 힐(Lauryn Hill)의 “Doo Wop (That Thing)”이 그의 선곡이었는데(Delinquent Habits의 “Tres Delinquents”를 함께 소개했는데, 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도 있을 것이다), 그때의 충격은 이후 내 취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당시의 나는 미국의 래퍼라면 다들 우탱(Wu-Tang Clan)이나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처럼 랩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결국, 다음날 하굣길, 단골 레코드 가게에 들러 로린 힐의 앨범을 구했고,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바친 첫 프러포즈다.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은 이런 개인적인 추억이 없더라도, 이미 공인된 명작이다.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을 비롯하여 여러 매체는 연말결산에서 이 앨범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고, 수년이 지나서 정리된 여러 추천음악 리스트에서도 마찬가지로 ‘꼭 들어야 할’, ‘반드시 소장해야 할’ 같은 수식어를 붙이며 시간의 모래에 침식되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힙합과 알앤비는 물론, 소울과 가스펠, 그리고 레게를 자유자재로 담아내며,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가능한 모든 변주를 보여주는 그녀의 음악은 사상 최고의 데뷔였다.

    학교보다는 삶에서 배운 것이 더 많다며 데뷔앨범의 타이틀을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로 결정한 그녀는 세상의 여러 가지 차별과 부조리에 대해 설득력 있는 충고를 건넨다. 경쾌한 피아노 루핑과 깔끔한 혼 섹션, 그리고 어쿠스틱한 드럼 위에 진행되는 첫 싱글 “Doo Wop (That Thing)”은 성차별과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어린 아프로-아메리칸들에게 의식적인 깨우침을 선사하고, 세 번째 싱글이었던 “Everything Is Everything”은 랩과 노래 실력을 동시에 자랑하는 힙합트랙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한껏 불어넣는다. 그리고 때로는 직접적인 충고 대신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는 방식으로 듣는 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도 하는데, 우탱 클랜(Wu-Tang Clan)의 “Can It Be All So Simple”을 샘플링해서 끈적한 소울넘버로 바꾸어 놓은 “Ex-Factor”는 자신의 이별경험담을 누구나 공감할만한 얘깃거리로 전달하며, 카를로스 산타나(Carlos Santana)의 기타연주를 선물로 삼아 자신의 아들에게 바치는 “To Zion”은 끈끈한 모성애로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이 앨범이 로린 힐이라는 이름과 동의어로 작용하는 이유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 앨범 전체를 움직이고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그녀의 탁월한 안목이 앨범의 완성도에 한몫했는데, 디엔젤로(D’angelo)와 속삭이듯 이야기를 주고받는 “Nothing Even Matters”나 힙합소울의 여왕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를 초대해 단단한 비트 위에 호소력 강한 목소리를 얹은 “I Used To Love Him”을 들으면, 이러한 그녀의 재능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보태자면, 도어즈(The Doors)의 명곡 “Light My Fire”를 그루브 머금은 소울로 인용한 “Superstar”나 시스터 낸시(Sister Nancy)의 레게 고전을 독특한 리듬패턴의 힙합트랙으로 바꾸어 놓은 “Lost Ones”도 있다.

    이렇듯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은 수록곡들도 훌륭하지만, 앨범 그 자체로서 가지는 의미가 무엇보다 대단한 작품이다. 로린 힐은 푸지스(Fugees) 시절 때와는 달리 앨범의 대부분을 보컬로 채웠는데, 이는 당시 평단과 대중에게 ‘힙합 음악’으로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전에도 힙합 비트와 보컬이 만난 힙합 소울이라는 형태가 있었지만, 그보다 더 ‘힙합’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등장한 본작은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심지어 빌보드 차트가 ‘알앤비’ 부문을 ‘알앤비/힙합’으로 바꾸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까지 제공했다.  

    훗날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이 빠졌다는 동료의 고소로 깔끔한 마무리를 짓지는 못하였지만, 이 모든 화제는 로린 힐이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을 완벽한 작품으로 완성했고, 또한, 그 반응이 뜨거웠다는 반증이 아닐까? 자세한 내막을 알지는 못하겠지만, 관계가 소원해진 동료도 시원찮은 작품에 이름이 실리길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이 앨범은 20세기를 마감하는 가장 훌륭한 소리의 집합이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한 예술가의 진심 어린 목소리이기도 하다. 가히 명예의 전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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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임재호 (2021-03-07 07:43:22, 39.7.230.**)
      2. 다이아몬드 축하합니다.
      1. asym (2015-05-25 17:49:38, 114.129.96.**)
      2. 이앨범을 알라딘에서 7000원에 산건 진짜 행운
      1. 길동 (2011-07-08 13:25:21, 58.120.98.*)
      2. 집에 가서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1. 쏘니 (2011-05-14 14:06:25, 116.39.194.***)
      2.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에도 포함된 앨범이죠 ㄷㄷ
      1. djyd (2011-05-09 12:55:16, 182.210.21.***)
      2. 로린힐 2세만큼 기대되는 2세가 한국에도 있지요 조단이
      1. immortal (2011-05-04 19:28:25, 218.235.76.***)
      2. 저기근데 I used to love her은 커먼곡이고 로린힐은 I used to love him아닌가요?
      1. 독버섯전성시대 (2011-05-03 18:49:13, 122.46.96.***)
      2. 헐 얼마전 정모때 얘기가 나왔왔던 그 앨범이군 ㅎㅎ
      1. 조성호 (2011-05-03 13:26:04, 115.21.61.***)
      2. 아오 이거 써서 보내려고 하니까
        이렇게 올라와 있네...
      1. Another reflection (2011-05-03 00:15:23, 119.71.152.***)
      2. 이 분의 남편분이 밥 말리의 아들이라는 것을 누구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사실적으로다가 있을지도 모른 다는 난 그 사실을 나는 알 수가 알 수가 없는데 ㅆㅂ 이지아 ㅄ같은 연......개코형님의 결혼을 축하드리면서 빈 라덴이 진짜로 뒤졌는지 궁금증만 일어나고 BBK감출라고 이 ㅄ 같은 언론은 괜한 일을 끄집어내서 문화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그에 또 휘들리는 등 쉰 같은 어린노무 세퀴들때문에 아무튼 turn your light's down low는 정말 명곡이라 생각합니다
      1. 외계소년 (2011-05-02 22:17:27, 175.197.17.***)
      2. 정말 최고죠. 로린힐이 왜 대단한지 알게 하는 앨범입니다. 나스와 친한것도 다 이유가 있죠. 역시 최고의 사람들은 서로 통하나 봅니다.
      1. E-Dub (2011-05-02 20:26:25, 14.32.113.***)
      2. 그저 기분이 좋네요 이 앨범이 리뷰가 올라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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