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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EPMD - Strictly Business
    rhythmer | 2011-07-31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EPMD
    Album: Strictly Business
    Released : 1988-06-07(두 번째 프레싱: 1991-07-01)
    Rating : 
    Reviewer: 황순욱









    80년대 후반 이래로 확고하게 자신의 영역을 규정짓고 꾸준히 활동해온 프로듀서 겸 래퍼 에릭 셔먼(Erick Sermon)과 그보다는 뜸하지만 마찬가지로 프로듀싱과 랩을 겸하는 페리시 스미스(Parrish Smith/PMD)로 구성된 듀오 EPMD는 1986년 즈음부터 한 명의 DJ를 대동한 채 열심히 데뷔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1988년 듀오로서 체재를 갖추고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며 4장의 앨범을 성공으로 이끈 후 돌연 해체를 선언한다. 그리고 97년 재결합한 뒤 두 장의 앨범을 더 발매하고서 다시 각자 활동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난 2006년 뭔가 조짐이 보였다. 10월 비비 킹(B.B. King)의 공연에 함께 참가하고, 12월에는 키스 머레이(Keith Murray)와 함께 “The Main Event”라는 이름의 곡을 발표했다. 이어서 3월 스웨덴의 한 매거진은 이들이 [We Mean Business]라는 타이틀의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PMD가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임이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외국의 한 리뷰에서는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가 더 클래시(The Clash), N.W.A.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라면, EPMD는 뉴욕 돌스(New York Dolls)라고 비유했다. 앞의 밴드들이 씬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에 비해, 후자는 다소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였다. 어쨌든 우수하다는 얘기였지만,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원인은 그들의 가벼운 가사 때문이었다. 퍼블릭 에너미가 흑인의 인권을 부르짖으며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했고, N.W.A가 랩을 통해 인종차별에 대하여 전례 없이 과격하고 직접적인 대응을 했던 반면, EPMD는 음악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고, 여자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도구임을 이야기했다. 일부는 그런 태도를 지적했지만, 그것이 EPMD가 가진 사고이며 삶이었기에 그들은 억지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보는 듀오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당시의 일시적인 비난은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 앞에서 결국 꼬리를 내렸다. 비록, 그들이 다루었던 주제는 우리 기억 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진 않지만, 단언하건대 이들의 음악이 지니는 가치는 분명히 그 이상이다.

    이쯤에서 [Strictly Business] 앨범을 꺼내자. 88년에 발매되었던 EPMD의 데뷔작은 10트랙의 훵키한 음악으로 가득 차있다. 그야말로 모든 트랙이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준비된 에너지를 뿜어낸다. 앨범은 발표 당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R&B/Hip-Hop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기존의 히트싱글을 포함하여 3곡을 차트에 포함시켰다. 이들은 자신이 듣고 자란 7-80년대 소울과 훵크 음악에서 인상적이었던 라인을 짧게 잘라내어 드럼 위에 이리저리 붙이고, 루프시킨 뒤, 그 위에 스크래치와 랩을 얹은 형식의 음악을 선보였다. 때로는 스티브 밀러 밴드(Steve Miller Band)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명반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지만, 모든 결과물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에릭 셔먼과 PMD가 철저하게 자신의 취향을 바탕으로 밑바탕을 그린 덕이다.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Jungle Boogie”는 이 데뷔작에서 세 차례나 재가공되었고, 스티브 밀러 밴드의 곡도 같은 비중으로 사용되었다(이 곡들은 EPMD의 이후 앨범에서도 꾸준히 사용된다). 이쯤 되면 디깅에 의한 샘플링이 아니라 진심으로 애정 어린 헌사라 할 만하다. 같은 의미로 대부분 소스들은 흔히 알려진 것들이었다. 이 콜라주의 대가는 자신의 세계를 이때 이미 구축한 것이며 같은 방법으로 지지층을 확보했다.

    처음으로 선보였던 싱글 “It’s My Thing”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발굴한 마르바 휘트니(Marva Whitney)의 동명의 곡에서 보컬샘플을 가져오고 훵키한 베이스와 경쾌한 드럼으로 진행된다. 곡의 사이사이에는 핑크 플로이드와 마운틴(Mountain), 그리고 슬라이 존슨(Syl Johnson)과 타이론 토마스 앤 더 홀 단 패밀리(Tyrone Thomas & the Whole Darn Family)의 음악이 간헐적으로 배치되는데 주의 깊게 들어보면 그것들이 얼마나 적절하고 치밀하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앨범의 셀프 타이틀인 “Strictly Business”는 쿨 앤 더 갱의 익숙한 리듬 위로 에릭 클랩턴(Eric Clapton)이 커버한 버전의 “I Shot the Sheriff”를 포개놓았다(원곡은 Bob Marley이며 이 곡을 사용했던 Warren G의 동명 곡과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97년 앨범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You Gots to Chill”은 역시 “Jungle Boogie”에 바탕을 두고, 잽(Zapp)의 명곡 “More Bounce to the Ounce”의 보코더 라인으로 장식한다. “I'm Housin'”은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Rock Steady”의 리듬으로 진행되고, 이후 6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진 “Jane”은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 릭 제임스(Rick James)의 대표곡 “Mary Jane”에 대한 오마주다.

    언제나 힙합음악에서 샘플링은 대안이 아니라 주체였다. 하지만, 그 함정에 빠져 그저 원곡과 다를 게 없는 기계적 기교에 랩만 얹은 뭔가 개운치 않은 결과물 또한 수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힙합 듀오의 가장 오래되고, 역설적이게도 가장 훌륭한 데뷔앨범은 이미 20여 년 전 샘플링의 모범사례를 기록해 두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음반을 너무 멀리했던 게 아닐까?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EPMD가 얼마나 좋은 소스를 사용했는가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열거한 소스들은 다른 뮤지션의 앨범에서도 수십 차례 조리된 바 있다. 그럼에도 EPMD만큼 자신들의 음악으로 완벽히 소화해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Strictly Business]가 대단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좋은 음악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다.

    *본 앨범은 1988년에 발표되었으나 'Classic' 개념으로 '90's Classic' 섹션에 게재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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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지훈 (2011-08-06 13:38:29, 180.64.74.**)
      2. 언급하신 것처럼 샘플링의 모범사례가 될만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타 힙합 앨범에서의 동명곡 샘플링과 비교할만한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EPMD의 앨범 1~6집은 모두 그런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한 트랙에서 3~4개의 곡을 샘플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더군요. 절대로 어설프지 않았으니까 현재 거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고요.
      1. SRE (2011-08-05 04:31:04, 121.169.57.**)
      2. 졸 좋아하는 앨범
      1. E-Dub (2011-08-04 04:40:35, 175.209.223.**)
      2. world premier!!
      1. 정지윤 (2011-08-03 00:20:19, 121.166.186.**)
      2. 나름 90년대초부터 힙합을 들었지만 EPMD앨범은 이상하게 손이 안가서 한장도 소장하고 있는게 없네요...왜그랬는진 모르겠는데 흠...
        한번 들어보곤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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