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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Wu-Tang Clan - Enter The Wu-Tang: 36 Chambers
    rhythmer | 2009-10-19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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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Wu-Tang Clan
    Album: Enter The Wu-Tang: 36 Chambers
    Released : 1993-12-09
    Rating :
    Reviewer : 예동현





    여태껏 발매됐던 수많은 힙합 앨범 가운데 음악적/정치적 영향력은 배제하고 순수한 완성도만으로 봤을 때 가장 훌륭한 앨범은 무엇이냐고 질문받은 적이 있다. 나는 고민 끝에 나스(Nas)의 [Illmatic]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내게 질문했던 그 친구(힙합을 듣는 친구는 아니었다)는 어디서 들었는지 우탱 클랜(Wu-Tang Clan)의 [Enter The Wu-Tang]보다 훌륭하냐고 물어왔다. 나는 한참을 대답하지 못하다가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감히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사실 힙합 팬들에게 수많은 클래식 앨범 가운데 최고를 고르라는 질문은 어떤 선택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우주적 진리에 대한 고찰과도 같다. 우탱 클랜의 이 앨범은 힙합 음악의 역사에서 보편적이고도 가장 심오한 진리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서부의 쥐-펑크(g-Funk)가 지배하던 시기에 그들은 여러 가지 혁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이룩했다. LA의 갱스터 랩에 맞서는 뉴욕의 하드코어 랩을 정리하고 고유의 스타일로 표현했으며, 라킴 이후, 마이크로폰 스킬의 극적인 발전을 비기(Biggie)와 나스보다 1년 앞서서 선보였다. 마치 TV 드라마의 캐릭터처럼 세분화된 멤버들의 개성과 매력을 클랜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또 그것을 홍보에 이용하기도 했다(이런 홍보 방식마저도 이후의 힙합 마케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열거하기도 힘든 역사적 가치를 지닌 앨범이지만, 이런 가치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 앨범의 완벽한 완성도와 독창적인 스타일 때문이다. 이 앨범은 일종의 컬트에 가깝다. 딱딱한 베이스 라인과 탁하고 무거운 드럼의 질감 위로 물속의 기름처럼 날카롭게 때로는 황홀하게 떠다니는 피아노와 스트링, 거기에 덧씌워진 누아르와 무협 영화의 콜라주들은 난해하다기보다는 충격적이었다. 르자(Rza)는 천재임이 확실했다. 그 이전, 혹은 그 이후에도 이런 확고한 독창성을 보여준 비트 메이커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an It Be All So Simple"만 봐도 확실하다. 누가 감히 저 원곡을 샘플링해 이렇게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랩은 어떠한가? 혀를 검으로, 라이밍을 초식으로 비유한 그들의 무공은 멤버 각자가 솔로로 등장했더라도 일가를 이루었을 재능들이다. 단순히 스킬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각자가 뚜렷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9명이나 됨에도 결코 그 이미지들이 중복되지 않았다. ODB의 정신을 홀려놓는 랩에 얼이 빠져있을 때 즈자(Gza)의 냉철한 목소리는 다시 청자의 이성을 돌려놓는다. “.C.R.E.A.M."에서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과 래퀀(Raekwon)의 벌스 가운데 어떤 것이 훌륭한가에 대해 고민하는 와중에 중얼거리게 되는 것은 메소드 맨(Method Man)의 후렴이다. "Da Mystery of Chessboxin'"에만 참여한 당시 비정규 멤버였던 마스타 킬라(Masta Killa)는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라인을 써 내렸는가 하면, 멤버 가운데 가장 과소평가되는 유갓(U-God) 또한, 비범한 재능을 일부나마 들려주었다.

    고스트페이스(Ghostface Killah)의 까랑까랑한 하이톤은 지금만큼의 깊이는 없지만, 당시에도 예리했으며, 지금보다 훨씬 패도적이었다. 프로듀싱만큼이나 개성 있는 랩을 들려준 르자도 다른 멤버들보다 뛰어나지는 못하더라도 뒤처지지는 않는 기량을 과시한다. 더불어 그들의 내용이나 표현방식은 그 시기의 대세를 지배하던 갱스터 랩의 단순한 논조보다 훨씬 뚜렷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화려한 무공이 당시로써는 찾아보기 어려운 내공까지 겸비했으니 쏟아진 극찬들은 당연한 인사치레에 불과할 정도다.

    이 앨범은 교과서라기보다는 무공 비급에 가깝다. 웬만한 재능으로는 이 앨범이 가진 에너지를 분출하려는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만약, 오늘날 발전한 기술로 만들어진 힙합을 듣다가 거슬러오며 본작을 접했다면, 이 앨범의 진정한 가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거나 뜻밖에 과소평가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명성에 실망하거나 당황하기 전에 다시 유심히 들어보라. 그래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또다시 들어보라. [Enter The Wu-Tang]은 낡은 역사 속이 아니라 현재에도 그 위대함을 조금도 잃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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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정준 (2014-08-27 22:03:24, 61.102.87.***)
      2. 힙합
      1. 0r트모스 (2013-11-19 12:57:41, 220.67.130.***)
      2. 지금도 mp3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1번트랙..
      1. mp01 (2013-11-18 21:14:35, 123.212.245.***)
      2. 지구역사상 가장 완벽한 힙합앨범중 한장~
      1. Methodwoman (2013-11-18 20:55:58, 49.143.88.***)
      2. 저에게 미국힙합만 듣게만든 앨범입니다...
      1. Drizzy (2012-10-16 18:09:13, 211.108.46.***)
      2. 기념비적인 앨범이죠..
        이스트코스트 힙합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ㅎㅎ
      1. Messlit (2012-01-24 17:58:48, 222.110.188.**)
      2. 11ㅋㅋㅋㅋㅋ
        전 검은색케이스만 빼고 모든게 맘에 드는앨범
      1. listner (2009-10-27 18:52:00, 210.0.33.***) 삭제하기
      2. 군대 가기전 우연히 구입해서 한달동안 CDP에서 나오지 않았던 앨범
        훈련소에서 쉬는 시간에 수양록 메모장에 가사를 써내려가며 추억하던..앨범
        최고!!
      1. Eminem (2009-10-20 22:27:01, 58.120.231.**) 삭제하기
      2. 앨범커버하고 검은색 씨디케이스 빼고 모든것이 맘에 드는 앨범
      1. RELAPSE (2009-10-20 14:04:18, 211.58.78.**) 삭제하기
      2. 먹통... 그끝에서


        ★★★★★++++++++++++
      1. 끌리는데로 (2009-10-20 13:30:07, 165.246.55.***) 삭제하기
      2. 아직도 듣는 미친 클래식앨범
      1. 송석근 (2009-10-20 11:08:22, 210.20.99.**) 삭제하기
      2. 곡,구성,사운드,랩핑,메세지,참신함,앨범커버등
        모든게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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