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Eminem - The Slim Shady LP
- rhythmer | 2012-07-05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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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Eminem
Album: The Slim Shady LP
Released: 1999-02-23
Rating:
Reviewer: 황순욱
에미넴(Eminem)의 등장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가 백인이라는 사실도 그랬지만, 그가 겪은 삶의 모습은 특정 인종을 일반화하여 편견을 만들었던 모든 이에게 특별한 깨달음을 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The Slim Shady LP]의 의미는 음악적, 장르적 쾌감에서 비롯된다. 그의 피부색이 어떠하든 이 앨범의 가사와 랩은 진짜이고, 그에게 커다란 성격장애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가 뱉는 플로우는 세상 누구의 것보다 뛰어나다. 앨범이 나온 지 10년이 훌쩍 지나간 지금 그는 슈퍼스타가 되었고, 우리는 그의 뒷이야기를 본인만큼이나 잘 알고 있다. 지금에서 다시 돌아보는 [The Slim Shady LP]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The Slim Shady LP]의 간판은 에미넴의 발칙한 자기소개서 "My Name Is"이다. 라비 쉬프리(Labi Siffre)의 "I Got The ..."를 예리하게 도려낸 닥터 드레(Dr. Dre)의 경쾌한 비트와 에미넴의 종잡을 수 없는 가사가 섞여 기묘한 웃음을 유발한다. 이 콤비 플레이는 "Guilty Conscience"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흥미로운 베이스 진행이 돋보이는 비트 위로 선과 악이라는 캐릭터를 나누어 맡은 닥터 드레와 에미넴은 세 가지 상황에서 서로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물론, 결과는 에미넴의 승리. 무엇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21세기 이전의 가장 재미있는 작품 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쌓인 에미넴의 스트레스는 단순한 비아냥거림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딸과 얘기하듯 장난스러운 투로 말하고 있는 "'97 Bonnie & Clyde"에서 그는 이 분노를 해결할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이후 "Stan"의 토대가 된 이 살인, 시체유기의 과정은 그의 광기가 얼마나 진짜인지 알게 해주었다. 에미넴은 랩을 통해 세상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가끔은 낙담하며, 자포자기에 이르기도 한다. 그가 세상에 느꼈던 회의감은 "Just Don't Give A Fuck"과 "Still Don't Give A Fuck”에서 잘 드러나고, "My Fault"에서는 탈출을 위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청자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이가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 해봤기 때문이리라. 배신, 배고픔, 가난, 그리고 불공평함 따위 말이다. 이 앨범은 단순히 슬림 섀이디를 앞세운 인형놀이가 아니라 마셜 매더스가 처했던 현실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나는 가끔 악당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래서 에미넴의 [The Slim Shady LP]를 듣다 보면, 편견 가득한 그의 행동과 생각에 괜히 응원을 보내게 된다. 무서운 생각이다. 그만큼 그의 이야기에서는 진심이 느껴지고, 동조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마치 스톡홀롬 신드롬처럼. 직접 행동으로 옮길 이는 없겠지만, 이것은 정말 무섭고 선동적인 이야기 덩어리다. 하지만 동시에 장르와 형식의 완벽한 이해이기도 하다. 랩은 그렇게 자신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았을 때 그 힘을 발휘한다. 에미넴과 [The Slim Shady LP]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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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wic (2012-07-24 08:42:01, 46.64.29.**)
- 지금 들어보면 에미넴의 랩스타일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거쳐왔는지 알 수 있죠. 1집 2집 3집 4집(요 때는 마이너스로...) 5집 다 달라서 듣는 재미가 있어요 엠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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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0 (2012-07-09 17:49:37, 121.88.213.***)
- 길티컨셔스 뮤비 진짜 웃기네요ㅋㅋㅋ
이런 명 MV를 왜 아직까지 못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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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sslit (2012-07-07 01:12:36, 118.33.55.**)
- 에미넴의 이런 공격적인 측면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좋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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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기 (2012-07-06 16:10:52, 114.203.5.***)
- 2집과 관통하는 흐름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2집은 진짜 닥터드레의 그것과 에미넴의 정서가 완벽하게 융합한 명작이라 생각되고
1집은 락앨범 같은 느낌도 들어요. 인디삘 나면서도, 장난기 넘치고 간간히 소름끼치고
예전엔 오히려 1집을 2집보다 좋아하기도 했었어요.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 차가운 맛이 있어서
뭐 요새는 다시 아무리 그래도 2집의 아성을 넘볼순 없지라고 생각되지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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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2-07-05 23:52:38, 110.70.5.***)
- 전 2집 먼저듣고 이걸 들었는데 그래도 장난아니더군요. 보니앤클라이드 들으면서 소름돋았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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