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 Kelly
Album: Write Me Back
Released: 2012-06-25
Rating: 
Reviewer: 오이









‘King Of R&B’라는 수식어와 함께 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알켈리(R. Kelly)의 신작[Write Me Back]은 커버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전작인 [Love Letter]의 후속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여전히 과거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앨범이다. 다만, [Love Letter]가 과거를 회상하는 씬에 대한 오마주라면, 이번 앨범은 빌 위더스(Bill Withers), 배리 화이트(Barry White),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 아이즐리 브라더스(Isley Brother) 등 머릿속에 선명하게 아티스트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개인적인 취향이 입혀져 있다. 그래서 두 앨범은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았다. 켈리가 앨범 제목에서부터 밝혔듯이 본작은 과거를 상기시키는 복원작업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전체를 레트로한 사운드로 아우르고 있는 [Write Me Back]은 첫 싱글 "Share My Love"에서부터 그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가벼운 디스코 풍의 이 곡은 악기 편성이나 기승전결 없이 이어지는 흐름과 구성이 70,80년대 그것과 똑 닮아 있을 정도로 과거의 것을 충실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이런 가벼운 그루브의 흐름은 첫 곡 “Love Is”와 빌 위더스의 “Lovely Day”를 차용한 "Feelin’ Single", 그리고 “Lady Sunday”로 이어지면서 이번 앨범을 통해 알켈리가 대중에게 보여주고자 한 과거의 장면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또한, 흥겨운 로큰롤 트랙인 “All Rounds On Me”나 “Party Jumpin’”, 스모키 로빈슨에게 영감을 받았음이 분명한 “Fool For You” 등 향수 짙은 곡들은 수록 곡 전체를 의도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모아놓았기에 하나씩 별개로 떼어 듣기 보다는 앨범 자체로 들어야 그 감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과거를 상기한다고 하여 마냥 트렌드와 동떨어진 곡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When A Man Lies”는 빈티지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세련된 편곡과 해석이 꽤 현대적으로 완성되었으며, “Clipped Wings”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현대적인 곡이라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알앤비 발라드로, 아마도 대중에게 어필하기 가장 좋은 트랙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이즐리 브라더스에 대한 명백한 오마주 “Green Light”는 그들의 곡을 충실하게 재현해 냄과 동시에 알켈리가 갖고 있는 섹시 슬로우 잼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세련된 어반 사운드를 들려준다.

지금까지 알켈리가 수많은 구설수에도 꾸준히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인간적인 실망과는 별개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누구 못지않게 프로페셔널했기 때문이다. 사실 레트로 사운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트렌드를 주무르며 작업해왔던 그가 굳이 [Love Letter] 이후, 누군가를 빼다 박은 곡을 재현한 정규작을 또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약간 의아스러운 생각도 든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등장했던 복고사운드가 현재 트렌드 성향을 동시에 갖추게 되는 것과는 달리 이번 알켈리의 앨범은 마치 LP를 리마스터링한 것처럼 사운드 부분까지 온전히 과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만의 고유성이 다소 마모되어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를 지금까지 지탱해온 특유의 사운드가 없는 과거의 복원은 사실상 팬들이 원하는 사운드와는 동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Write Me Back]은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드는 작품이다. R&B라는 장르의 특성 안에서는 의심할 여지없이 잘 만들어진 앨범이지만, (알켈리라는) 비범한 싱어송라이터의 정규작이 되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