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Michael Kiwanuka - Home Again
- rhythmer | 2012-08-07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Michael Kiwanuka
Album: Home Again
Released: 2012-03-21
Rating:
Reviewer: 오이
현재 레트로 소울의 인기는 한때의 유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장르로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갓 데뷔하는 뮤지션부터 수년을 활동하는 베테랑 뮤지션들까지도 레트로 소울이나 클래식 알앤비를 구워내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이런 열기는 지금까지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지금 소개하는 마이클 키와누카(Michael Kiwanuka)도 레트로 소울을 전면에 내세운 영국 출신 뮤지션으로 진작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신예다. 작년 EP를 시작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는 앨범에 수록된 곡을 포함한 데뷔작 [Home Again]을 올 봄에 발표하였다. 일찍부터 적잖은 주목을 받은 그의 음악은 흔히 레트로 소울이나 포크, 블루스계열로 분류된다. 젊은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시대의 탐구가 느껴지는 이 앨범은 빌 위더스(Bill Withers)나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밥 딜런(Bob Dylan) 등 그가 담아내고자 했던 이들의 음악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의 음악은 흔하게 말해 LP판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과거에 대한 향수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느릿한 호흡과 여유 있는 템포는 심장박동을 노리는 속도감 넘치는 음악들에 익숙한 요즘 대중들의 취향과는 사뭇 다르지만, 대중과 교감을 원하는 관조적이고 차분한 사운드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음악에 공감을 표했던 이들은 이미 그의 발에 맞추어 가고 있다.
비교적 짧은 10개의 트랙이 수록된 [Home Again]은 어쿠스틱한 레트로 사운드를 기반으로 소울, 블루스, 포크 등 전자음악을 배제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가득 담긴 앨범이다. EP를 통해 먼저 발표된 바 있는 첫 곡 “Tell Me A Tale”은 빈티지한 LP의 질감까지 그대로 재현한 곡으로 어쿠스틱 기타는 물론이고 드럼, 혼, 퍼커션 등 다양한 악기를 이용해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자전적 가사와 맞물려 나이를 잊게 하는 원숙함이 느껴진다. 현란한 리듬이나 기교가 눈부신 것은 분명 아니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악기 하나도 허투루 지나침 없이 조화로운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이런 섬세함은 6번째 트랙 "Bones"에서도 느껴지는데, 두왑 스타일의 이 곡은 공간적인 느낌을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다이닝바에서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생생함을 전해주는 이 곡은 단순하면서도 유연하게 흐르는 리듬이 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서 세대를 뛰어 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툭 내던지는 보컬이 잘 어우러진 “I'm Getting Ready"나 "I'll Get Along", "Always Waiting"은 특별한 기교 없이 소박하고 오버하지 않는 담백한 목소리와 사운드가 잔잔한 곡들로, 블루스, 포크 음악과 좋은 접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관조적인 음색과 사운드는 동명의 곡이자 싱글로 발표했던 "Home Again"에서도 이어진다.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 클래시컬한 현악 사운드는 덤덤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목소리와 함께 하나의 아이콘처럼 작용하고 있다. 사실 이런 레트로 사운드적인 기법이 이젠 지겨울 만큼 많은 이들이 써왔던 것이라서 마냥 우호적일 수만은 없지만, 그의 젊은 나이와 짧은 커리어를 염두 하고 보면, 또 한 명의 괜찮은 아티스트의 발견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언제나 ‘본게임은 소포모어 앨범부터’라는 건 대중보다 아티스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사실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수준 높은 음악에 대한 희열보다는 미래가 밝은 뮤지션을 발견한 데에 더 힘이 있다. 레트로한 감성의 역할은 음악에 대한 편견을 주기 쉽기 때문에, 섣불리 손을 대기 어려운 작법이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요즘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기에는 지나치게 옛 향수가 깊다. 게다가 멜로디나 사운드에서 영특함이 다소 부족해, 조금은 지루한 앨범이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그 음악을 즐겨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꾸준히 음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은 상업적 가치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본작이 기대가 되면서도 우려되는 데뷔 앨범인 것은,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한다고 해서 그게 아티스트의 음악적 역량을 키워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은 나이가 어리고, 앞으로 가능성이 열린 뮤지션이기에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Home Again]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그저 가능성으로만 그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2
-
-
- 현승인 (2012-08-16 00:57:00, 124.53.74.**)
- 좋은 앨범! 레트로 소울을 하나의 장르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의견에 대해선 동의합니다. 근데 이게 참 애매한게, 현재 미국의 알앤비씬을 들여다보면 이제 이런 소울 음악은 로컬시장 안에서만 작용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흑인들이 보는 미드가 따로있고 백인 중산층들이 보는 미드가 따로 있듯이 음악 역시 그런 양상으로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셔나 크리스 브라운 정도 되야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