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도끼 - Thunderground EP
- rhythmer | 2009-12-03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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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도끼(Dok2)
Album: Thunderground EP
Released : 2009-11-25
Rating :
Reviewer : 이병주
서던(Sounthern) 힙합이 미국에서 거대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트렌드는커녕 국내 힙합을 즐겨 듣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상대적으로 다른 스타일에 비해 큰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연이나 TV 등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활동이나 수입보다도 철저하게 마니아들을 겨냥한 음반판매 수익에 기반하고 있는 뮤지션이 많은 국내 힙합 씬의 실정은 서던 힙합을 시도하는 힙합 뮤지션의 등장 자체를 더 어렵게 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가운데 크라운 제이(Crown J)가 대중을 상대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며 해당 장르를 소개했고, 언더그라운드 씬의 반지하 갱스터와 올해 정규 앨범을 발표했던 앤써(Answer)를 거치며 서던 힙합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맵더소울에 새로이 둥지를 틀고 EP를 발표한 도끼는 그러한 움직임 안에서 결과적으로 말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고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건 "I'm Back"이라는 어찌 보면 진부하기 그지없는 제목의 곡인데,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의 멜로디와 몰아치는 808 드럼 사운드는 제목을 통해 갖게 될 법한 진부하다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It's Me"는 주영이 보컬로 참여한 타이틀 곡 버전과 맵더소울의 식구들이 함께 한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좌우로 벌려져 더욱 어수선하게 몰아치는 드럼과 두터운 신스음 및 베이스의 조화가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다만, 메인이 되는 리듬부가 좀 더 존재감이 강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마지막"은 서정적인 선율의 건반과 톤에 서던 스타일의 드럼이 가미된 곡으로, 앨범에서 오토튠의 활용이 가장 멋들어지게 나온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이다. 그 밖에도 단출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비트가 내내 타이트한 랩에 좋은 짝을 맞춰가고 있는 "64%" 역시 손꼽아 볼만하다. 앨범에는 훌륭한 비트들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의 랩 역시 특유의 발음과 톤이 합쳐지며 여전한 개성을 드러내는 가운데, 딜리버리나 플로우의 짜임새 자체에서도 발전이 엿보인다.
도끼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몇몇 마니아들에게 만이 아닌 더 많은 대중에게 선보이고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앨범은 젊은 프로듀서 도끼의 출중한 실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보임과 동시에 래퍼로서 도끼의 성장과 한계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어떤 방향을 향해 더욱 발전을 거듭해나가게 될지, 선택은 그의 몫이다.
여담으로 국내에는 영어를 혼용해 가사를 쓰고 랩을 하는 래퍼들이 많이 있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평가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러한 랩 스타일로 폭넓고 대중적인 지지를 얻기란 더욱 쉽지 않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EP 내 가사에서 '못 알아들으면 영어를 배우라'는 표현이 나왔기에 다뤄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말마따나 만약, 대중 모두가 영어를 능숙히 구사하고 알아듣게 된다면, 그들이 과연 영어를 혼용하는 한국 래퍼의 랩을 듣게 될지 아니면, 릴 웨인(Lil' Wayne)이나 티아이(T.I.)의 랩을 듣게 될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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