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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피타입 - Rap
    rhythmer | 2013-08-21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피타입(P-Type)
    Album: Rap
    Released: 2013-07-29
    Label: BrandNew Music
    Rating:
    Reviewer: Quillpen








    피타입(P-Type)의 전작 [Vintage]가 다양한 장르 속에 랩을 안고 뛰어들어 스스로 일으킨 힙합 뮤지션으로서 정체성 논란에 정면으로 맞선 작품이었다면, 이번 [Rap]은 다시 힙합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비록, 그는 앨범의 타이틀로 ''을 부각하고, 가사에서도 '그래, 내 자리 되찾는 게 쉽진 않단 걸 알고 있어. 판 떠난 반골, (중략) 다시 물어봐도 노래꾼'("Love, Life, Rap")이라며, 에둘러 표현하고 있지만, 보도자료에서도 직접 '한국힙합'이 언급됐듯이 본작에서 피타입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그리고 여전히 일부 힙합팬들은 해당 논란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을 원하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앨범의 완성도일 것이다.

     

    'Rap'이라는 타이틀처럼 앨범의 주요 감상 포인트는 피타입의 랩이다. 풍부한 어휘력을 바탕으로 하여 정석적으로 비트를 밟아가며 내뱉는 그의 랩핑은 이전에도 지금도 피타입이라는 랩퍼와 그의 음악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기 때문이다. 일부 평단이 버벌 진트와 함께 그에게 부여한 '우리말 라임의 체계를 정립한 선구자'라는 수식어는 그 실질적인 영향력과 결과 면에서 오늘날 냉정히 재평가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가 라임을 운용하고 은유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는 수준은 분명 탁월하다. 또한, 혹자들은 플로우의 단조로움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지점의 강세를 살리며, 본인이 구축한 다음절 라임을 극대화하는 데 오히려 이 정도의 단조로움은 효과적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Heavy Bass]의 향수가 짙게 밴 어휘들이 코끝을 찌르는 컴백 선포곡 "I'm Back", 다소 모호한 태도가 아쉽긴 해도 청자의 감정을 이입시키기엔 충분한 자기 해명 트랙 "Love, Life, Rap", 제목 그대로 왜곡, 망각, 욕구 등등, 꿈을 매개체로 하여 그리움을 담아낸 "꿈의 해석" 등은 그의 사그라지지 않은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들이다.

     

    그러나 피타입의 랩이 지닌 이러한 장점은 겨우 몇몇 곡에서밖에 드러나지 못한다. 대부분 곡들에서 주제는 흐릿하기만 하고 가사는 강박적인 라이밍 탓에 서사의 맛을 잃었다. 낱말과 문장은 과잉되어 있는데, 그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내용은 실체가 없거나 별다른 감흥을 안기지 못하는 것이다. 본작보다 훨씬 촘촘하고 우아했던 [Heavy Bass]에서 라임이 더욱 강박적이었음에도 그 안에서 '힙합' '문화'라는 거대한 주제가 생생하게 살아났던 점을 떠올리면, 이는 더더욱 치명적인 부분이다. 특히, "Unchangeable"에서 베테랑으로서 소회와 현 힙합 씬에 대한 비판을 유기적으로 담아낸 셔니슬로우(Sean2Slow)의 랩이 앨범을 통틀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점은 분명 생각해볼 일이다.

     

    킬링 트랙의 부재와 평범한 프로덕션도 아쉽다. 대표적으로 장르적 성취와 대중적 완성도 사이에서 길을 잃고, 선우정아의 보컬마저 소모된다는 느낌이 강한 타이틀곡 "볼케이노"라든지, 주로 건반을 통해 연출하고자 한 비장미 넘치는 몇몇 트랙의 감흥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건 얼마나 중독적인 루핑과 깊은 인상을 남기는 멜로디 라인을 뽑아내느냐 차원의 문제다. 다만,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의 푸근한 맛과 악기 소스들의 오밀조밀한 결합이 맛깔스러운 "꿈의 해석"이나 일렉 기타의 강렬함이 살아있고 단체 랩핑에 최적화된 "OST : Peace" 등은 인상적이다.

     

    피타입의 복귀작 [Rap]은 반가움이 앞서긴 하지만, 음악적으로나 랩적으로 아쉬운 점이 더 부각되는 앨범이다. 다행히 최초 브랜뉴뮤직과 결합에서 우려했던 불협화음까지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장르에 충실했다.'라는 걸로 위로하고 넘어가기엔 오히려 전작들의 성취에서 한 발 더 뒤로 물러났다는 사실이 자꾸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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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asym (2015-08-01 19:18:38, 1.232.141.**)
      2. 불꺼 원럽 언체인저블은 진짜 몇년지나도 듣고 있을거 같에요
      1. 윤정준 (2013-11-05 18:58:17, 211.104.72.***)
      2. 복귀작으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앨범인거 같습니다.
        피타입의 롸이밍은 역시나 명불허전 입니다.
        다음 앨범은 정말로 기대되네요.
      1. 할로윈1031 (2013-09-07 13:18:04, 175.202.126.***)
      2. 볼케이노만 없었다면..
      1. Scuba (2013-08-26 16:18:53, 58.126.185.***)
      2. 전 딱 공감되는 내용과 공감되는 점수.
      1. mcstel (2013-08-23 12:42:04, 211.192.90.***)
      2. 공감가는 내용이 많은 리뷰지만 별4 정도는 되는 앨범이라고 생각함
      1. Fukka (2013-08-22 14:28:21, 175.223.52.***)
      2. 전 일단 지루해서 못듣겠어요
      1. 0r트모스 (2013-08-22 13:46:55, 118.217.112.**)
      2. 확실히 1집앨범의 주제의 일관성 측면에서 비교하면 중구난방식의 느낌은 많이 받긴 했던 앨범이네요.
      1. 0r트모스 (2013-08-22 13:45:19, 118.217.112.**)
      2. 전 이 앨범이 별 4개정돈 받을 줄 알았는데 3개라 좀 의아하네요

        물론 원펀치곡은 없지만 역시나 라임하면 피타입이다 라고 다시 선포한 곡이면서도

        가사의 무게또한 참 좋았는데 말이죠. 특히 첫번째 트랙의 임펙트는 정말 좋았구요
      1. Yokohama PMX (2013-08-22 09:08:57, 221.143.213.***)
      2. 전작보다 못한건 있지만 CD사도 돈이 전혀 아깝지가 않아요
      1. sodgh (2013-08-22 02:55:59, 222.233.162.***)
      2. 확실히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면서도 전작들에 비해 아쉬운 감이 있는 앨범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희한하게 전곡에 중독되더군요. 아쉬웠던 첫 감상 이후 너무 잘 듣고 있습니다.
      1. 리듬을 타는 렉스 (2013-08-22 02:04:43, 175.223.36.**)
      2. 아 셔니슬로우님 가사가 뭔가 확 오는 가사였던 것 같아요. 뭔가 더 직설적이랄까... 망설이는 느낌이 없어서 더 확 왔던 듯.
      1. 리듬을 타는 렉스 (2013-08-22 02:02:06, 175.223.36.**)
      2. 소수의 전략적인것 같은 곡 빼면 앨범은 준수한 느낌이었습니다. 워낙 유려한 신인들이 많이 나와서 랩이 촌스럽게 느껴질때도 있었지만 역으로 그게 일종의 멋으로 다가온 느낌.
      1. T (2013-08-21 23:56:56, 125.176.32.***)
      2. 볼케이노는 너무 아쉬웠고, 특히 원펀치가 없는 건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기대가 큰만큼 완벽한 충족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단어선택이나, 여전히 문학적 기교도 살아있었고,

        다시 돌아온 힙합씬에 스무스하게 안착하는 피타입을 보았습니다.

        heavy bass같은 운율의 타이트함과 가사의 깊이를 2013년에 가져왔다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을 뻔 했습니다. 지금의 모습도 전 좋네요
      1. 덕구 (2013-08-21 23:08:26, 211.47.82.***)
      2. 피타입은 걍
        라임이 메세지다..
        강박적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강박적 이여도 충분히 예술적이다 뭐 이런 느낌..
      1. Junenee (2013-08-21 21:23:15, 112.214.154.***)
      2. 흐흠..저는 높은 점수를 기대하고 왔는데 그렇지 않군요 ㅎㅎㅎ
        '볼케이노'는 확실히 아쉬웠지만 다채로운 느낌의 비트에 여전히 살아있는
        피타입의 라이밍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이번 앨범 들을때 가리온 2집이 생각나더군요. 메타 형님께서

        '아티스트들에게 있어서 스타일의 다양성은 중요하지만, 언제나 우리(가리온)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음악적 방향성이라는 것은 한 가지를 지켜가는 것이다'

        라면서 가리온 2집의 방향성을 암시한적이 있었는데, 이번 피타입 앨범도 그러한 설명에 딱 부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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