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The Weeknd – Kiss Land
- rhythmer | 2013-09-30 | 3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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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he Weeknd
Album: Kiss Land
Released: 2013-09-10
Rating:
Reviewer: 지준규
2011년에 접어들 무렵, 알앤비(R&B) 계에도 얼터너티브 바람이 불었다. 새로운 느낌의 가사와 사운드로 알앤비를 색다르게 구성해 보고자 했던 몇몇 뮤지션들의 도전은 음악적인 성과와 더불어 메인스트림 알앤비에 서서히 지루해하던 대중의 기호에도 잘 맞아떨어졌다. 얼터너티브 R&B, 또는 PBR&B라 불리는 이 음악들은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Channel Orange], 미겔(Miguel)의 [Kaleidoscope Dream] 등이 상업적인 성공과 평론계의 찬사를 함께 거머쥐면서 완전한 주류음악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더 위켄드(The Weeknd) 역시 이런 알앤비 음악계의 흐름을 선두에서 주도한 대표적인 아티스트이다. 그가 2011년에 발표한 석장의 믹스테잎과 그것들을 묶어서 정식 앨범으로 발매한 [Trilogy]는 위켄드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위켄드는 트립 합이나 실험적인 록 사운드들부터 덥스텝, 심지어는 포크적인 느낌까지, 이 모두를 알앤비적인 색채로 매끄럽게 녹여내면서 이전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함을 선사했다. 이와 더불어 매력적인 보컬과 특유의 독특하면서도 대담한 가사들이 더해지면서 정체된 알앤비 시장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그는 일부에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이후, 최고의 재능이라는 엄청난 극찬까지 받으며, 알앤비 계뿐만 아니라 음악계 전반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러한 음악적 기반을 바탕으로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인 [Kiss Land]를 발매하였다.
일단 이번 앨범은 전작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충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해 마음 아파하는 쓸쓸하고 불안한 감정, 그리고 그를 벗어나 진실된 사랑을 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가사 곳곳에 묻어있으며, 그런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사운드적으로 하나같이 어둡고 혼란스럽다. 또한, 위켄드의 애처로운 팔세토 보컬은 배경으로 흐르는 리듬과 멜로디와 훌륭한 짝이 되어 울려 퍼진다. 무엇보다 위켄드는 드레이크(Drake)를 제외한 어떠한 가수도 참여시키지 않고 대부분 곡을 자신의 목소리로 빼곡히 채움으로써 지극히 개인적으로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앨범의 첫 싱글이면서 앨범 제목이기도 한 “Kiss Land”에는 자신과 사랑을 통해 그의 인기를 함께 누리고자 하는 여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과 함께 그런 여자들과 진실 되지 않은 사랑을 나누는 자신에 대한 불안이 담겨있다.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고 우중충한 사운드가 반복되는데, 그것들이 매우 변칙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7분가량의 대곡임에도 지루함을 남기지 않는다. 앨범의 또 다른 싱글인 “Live For”에서는 드레이크와 함께 하면서 “The Zone”(필자 주: 위켄드의 두 번째 믹스테잎 수록곡)에서 보여준 두 캐나다 뮤지션의 환상적인 호흡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곡에서 'This is the shit that I live for (이것이 내가 사는 이유야)'라고 외치며 자신의 욕망으로 가득 찬 일상에 찬사를 보내는 위켄드의 후렴은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흡입력 있는 후렴구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한 여인과 사랑을 갈망하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나타낸 “Belong to the World”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트립 합 밴드인 포티쉐드(Portishead)의 “Machine Gun”을 샘플링하여 일렉트로닉과 록, 그리고 알앤비의 결합을 매우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Wanderlust” 에서는 대중적인 사운드와 함께 비현실적인 사랑에 빠진 여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충고를 풀어내며, 위켄드가 원하고 바라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외에도 더 폴리스(The Police)의 노래를 샘플로 사용한 곡인 “Adaptation”에서는 그의 또 다른 싱글인 “Initiation”에서도 보여준 바 있는 보컬 피치의 멋진 변주가 나타나 몽롱한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고 있으며, “Pretty”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보컬에서나 느껴질 법한 소울 충만한 가성이 한껏 드러나 곡의 매력을 더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그의 전작들을 즐겨온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운드적인 측면은 발전이 있다 하더라도 가사나 앨범이 풍기는 전체적인 이미지만 본다면, 위켄드가 그동안 해왔던 것들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메이저 데뷔작은 위켄드가 해왔던 음악들을 다시 한 번 복기한 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은 결과물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이것이 그가 만들어낸 비공식 걸작들과 비교당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억울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벌써 PBR&B 사운드가 상당히 소비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또 도전과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위켄드는 이번 앨범을 통해 현 메인스트림의 알앤비와 자신이 추구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경계를 다시 한 번 잘 보여주었다. 단순히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랑을 노래하고, 섹스, 돈, 마약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확고한 주관과 여러 진지한 메시지들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또 새로운 느낌의 가사와 사운드를 통해 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현재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성장 정도와 그 깊이를 드러내기에 충분하며, 위켄드의 명성을 확인시켜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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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zzy (2013-10-06 14:45:24, 116.123.236.***)
- 요즘 자기 전에 매일 돌리고 있습니다 녹아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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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 STUDY TO DEATH AND GROW UP, KIDDO. (2013-10-02 10:21:41, 220.126.248.**)
- 리뷰하곤 좀 관련 없는 얘기지만, Portishead는 포티스헤드라고 읽어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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