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레디 - Commitment
- rhythmer | 2013-10-04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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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레디(Reddy)
Album: Commitment
Released: 2013-08-29
Label: 하이라이트 레코즈
Rating:
Reviewer: Quillpen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신인들을 해도 너무할 정도로 찾아보기 어려운 오늘날 한국힙합 씬에서 레디(Reddy)의 데뷔앨범은 기대를 할만했다. 싱글과 몇몇 피처링 활동을 통해 인상적인 라인들을 선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씬에서 뚝심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레이블 하이라이트(Hi-Lite Records)와 손잡고 발표하는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우선 트랩 뮤직으로 대표되는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중심으로 샘플링 작법을 적절하게 버무린 프로덕션은 훌륭하다. 오케이션(Okasian)의 [탑승 수속], 컴필레이션 앨범 [Hi-Lite]를 통해 전면에 부각되던 하이라이트의 프로덕션 방향과 질적인 수준은 이제 일정 경지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단순히 잘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과 사운드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나오는 비트인 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인공 레디의 활약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잦고 때론 불규칙하게 쪼개지는 트랩 비트에 맞물려 가야 하다 보니 대부분 곡에서 레디의 플로우는 마디마다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문장을 빨리 내뱉는 일명 '패스트 랩핑 스타일'로 정형화되는데, 이것이 이제는 너무 식상해진 스타일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랩핑이 너무 단조롭게 들린다. 이전에도 그의 랩핑이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건조한 듯하면서도 박자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특유의 개성이 거세된 건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가사적으론 별다른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 흔한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필자 주: 자기 과시, 특히, 일종의 ‘허풍’을 가미한 과시)로 소비되는 곡들이 아쉽지만, 피처링과 한영혼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써내려 간 점과 몇몇 곡들에서 엿보이는 센스는 주목할만하다. 이루고자 하는 물질적 목표를 '강변'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통해 표면화하는 "강변살자"라든지 (실제 그의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신파적 감성을 조장하는 라인 없이도 원거리 연애 중인 연인의 애틋한 심경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2:47", 이젠 특별할 것 없는 소재지만, 진솔하고 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Dear Mom" 등은 레디의 작사가로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탄탄한 프로덕션과 몇몇 괜찮은 가사적 성취에도 초기적보다 매력이 떨어진 스타일로 바뀐 레디의 랩핑이 앨범의 감흥을 반감시키는 점은 참으로 아깝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앨범이 정규 1집이 아니라는 것. 예상보다 첫 발걸음이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지만, 잠재력이 충분한 랩퍼니만큼 다시 한 번 하이라이트와 끈끈한 결합을 통해 정규 데뷔작에서 진가가 드러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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