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The Internet - Feel Good
- rhythmer | 2013-10-16 | 2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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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he Internet
Album: Feel Good
Released: 2013-09-24
Rating:
Reviewer: 지준규
LA 기반의 힙합 집단 오드 퓨처(Odd Future)의 지난 행보는 놀라웠다. 보드와 음악을 좋아하는 악동들의 모임으로 시작하여 그동안 그들이 보여준 음악적 역량과 성과들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어느새 오드 퓨처는 음악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나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멜로우하이프(MellowHype), 그리고 얼 스웻셧(Earl Sweatshirt) 등의 앨범이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었으며, 여기 시드 더 키드(Syd tha Kyd)와 맷 마션스(Matt Martians)로 구성된 인터넷(The Internet) 역시 그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오드 퓨처 내의 유일한 소울 밴드로서 그들 나름의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2011년 발매한 1집 [Purple Naked Ladies]는 모호한 사운드들의 의미 없는 나열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네오 소울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변신을 보여주며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엔 충분했다. 이후, 2012년 오드 퓨처의 첫 정규 앨범인 [The OF Tape Vol. 2]가 발매되고 수록곡인 인터넷의 “Ya Know”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음악적 성장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커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난 2013년 가을, 인터넷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2집 [Feel Good]을 발매하였다.인터넷은 소울 음악을 기본 재료로 삼아 트립-합(Trip Hop), 펑크(Funk) 등의 요소를 더하며 장르간의 경계를 허무는 식의 구성을 취한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전체적인 사운드들이 1집에 비해 훨씬 다듬어졌다는 점이다. 1집에서는 여러 실험적인 사운드들이 앨범 곳곳에 억지로 엮여있는 듯하여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면, 2집에서는 다채로운 사운드와 전자음들이 실험적으로 사용되었으면서도 잘 정돈되어 쌓여있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곡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있어 한층 성숙한 프로듀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한, 평소 오드 퓨처의 멤버들과 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드의 여성스러운 모습 역시 반전매력 포인트가 되는데, 1집에 비해 더욱 달달해진 가사와 달콤한 보컬, 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소울 충만한 몸짓은 그 매력을 증폭시켜 준다. 즉, 이번 앨범은 인터넷이 1집 이후에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산물이다.
첫 싱글로 나온 “Dontcha”의 프로듀싱에는 오드 퓨처와 꾸준히 음악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넵튠스(The Neptunes)가 참여했다. 경쾌한 리듬의 기타와 베이스라인, 그리고 절제된 신시사이저와 드럼 비트가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가볍고 세련된 펑키(Funky) 그루브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유혹의 언어를 속삭이는 시드의 소울풀한 보컬이 입혀지면서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인 "You Don’t Even Know"에서 역시 절정에 이른 시드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데, 1집에서도 함께 노래한 바 있는 테이 워커(Tay Walker)와 호흡을 맞추며 나긋나긋하게 뱉어내는 사랑의 속삭임은 가히 치명적이다.
이번 앨범엔 7분이 넘는 대곡들이 3곡이나 수록되어 있는데, 독특하면서도 멋진 음악 소스들과 풍성한 리듬의 드럼 비트들이 조밀하게 들어차있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대곡의 맹점을 영리하게 극복하였다. 특히, 연인과 사랑이 얼마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진솔하게 노래하는 곡인 “Cloud of our own”의 후반부에는 약 4분간 보컬 없이 노래가 진행되는데, 소울 충만한 분위기에 날카롭지만, 절제된 사운드의 전자음과 단순하지만, 강력한 드럼 비트가 더해지면서 상당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아름다운 멜로디의 "Red Ballon", 빠르고 경쾌한 비트와 시드의 희미하지만 중독성 있는 코러스가 인상적인 "Running", 안개를 연상시키는 몽롱한 사운드와 매끈한 베이스, 기타 연주가 환상적으로 결합하며 소울과 트립 합(Trip Hop)의 접점을 보여주는 "Matt’s Apartment" 등의 곡들 역시 이 앨범을 단단히 지지하고 있는 트랙들이다.
이렇듯 인터넷의 이번 앨범은 다양한 형식과 장르의 음악들이 적절히 조율되어 소울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덕에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별다른 삐걱거림 없이 흘러간다. 물론, (여전히 얼터너티브 알앤비라 할 수 있음에도) 실험적인 부분을 많이 도려내고 좀 더 듣기에 편안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더욱이 인터넷은 오드 퓨처라는 상징적인 그룹의 멤버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화끈한 실험정신과 극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팬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풍기는 고혹적인 느낌과 기묘한 아름다움은 그러한 아쉬움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또한, 하나같이 독특한 캐릭터들이 득실거리는 오드 퓨처의 유일한 여성 멤버이자 보컬리스트로서 시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Feel Good]의 중요한 성과다. 오드 퓨처 내에서 발표된 몇몇 걸작들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않지만, 참 기분 좋은(feel good) 앨범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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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enee (2013-10-17 01:04:27, 112.214.154.***)
- 시드의 독특한 보이스는
'여자 프랭크오션'같은 느낌이 들게 하더군요.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편안하면서도 몽환적인데
말씀하신대로 여러 장르의 특수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다른 매체들에서 참 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하던데, 저렇게 깎아내려냐하나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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