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오버클래스(Overclass)   
Album: Collage 3
Released : 2010-05-17
Rating :
Reviewer : 이병주







컴필레이션 앨범이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트랙의 개수만큼 후진 트랙의 개수를 꼽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 건질만한 트랙은 있어도 앨범 전체로는 별 매력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힙합 태동기에 즈음해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뮤지션들이 충분한 검증을 받은 각자의 대표곡들을 수록하거나 특정 프로듀서가 주도하던 앨범들 몇 개 이후로는 좋은 컴필레이션 앨범이라고 꼽아 볼만한 게 거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버클래스의 [Collage 3]는 오랜만에 접하는 실로 괜찮은 컴필레이션 형태의 음반이다.

앨범이 전체적으로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듯, 꼽아볼 만한 트랙도 많다. 그동안 비록 왕성하진 않지만, 꾸준히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작업물을 선보여왔던 로보토미(LOBOTOMY)가 프로듀싱한 “Sabotage”는 트랙 위에서 춤추는듯한 베이스와 퍼커션의 조합에 타이트한 버벌 진트(Verbal Jint)의 랩이 얹어져 높은 기대를 고스란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 곡에서 보여준 로보토미의 프로덕션은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감상 포인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산이(San E)와 짝을 이루어 “Rap Genius”를 선보였던 제피(Xepy)는 이번엔 리미(Rimi)와 짝을 이뤄 중독적인 트랙 “Rimholic”을 완성했다. 이미 독보적인 여성 래퍼로 자리 잡아가는 리미의 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는 곡이다.
 
“다 왔어”에서 스윙스는 흥미로운 표현들을 동원해 최근 들어 발표한 것 중 가장 높은 완성도의 탄탄한 랩을 선보이고 있고, 크라이베이비(Crybaby)는 템포감 있는 가운데 적당히 몰아쳐주는 드럼과 베이스로 스윙스의 랩을 완벽하게 어시스트 해주고 있다. 스윙스의 언더그라운드 데뷔 초창기 [Upgrade EP] 등을 통해 보인 인상적인 조합이 오랜만에 다시 제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자칫 앨범 안에서 재앙으로 작용할 뻔했던 프로덕션의 부족함을 스스로 기발하고 엄청난 랩으로 커버해 낸 산이의 “Interview”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다. 한국에서 ‘n.e.r.d’의 그것을 보는듯한 케이준(Kjun)의 트랙 “Dream Girl”은 현란한 드럼 사운드와 치밀한 편곡이 신선한 자극을 준다. 그 밖에도 앨범에는 두어 곡을 제외하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혹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다양한 곡을 담아내고 있다. 다만, 단체곡에서 드러나는 아우라가 생각만 못하단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이 앨범이 좋은 컴필레이션이 되기까지는 참여진의 고른 실력과 각자 본인의 명성에 어긋나지 않는 완성도의 결과물을 들려준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컴필레이션 앨범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 획득을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앞선 두 개의 [Collage] 시리즈를 통해 얻은 경험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믹스 테입의 형태로 다소 난잡한 구성을 가지고 시작되었던 이 시리즈는 두 번째에 이르러서 당시 ‘올해의 싱글’로 꼽아볼 만한 산이의 곡을 포함해 몇 개의 킬링 트랙을 담아냈고, 그것이 지금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짜임새 있게 완성된 하나의 앨범으로 진일보했다. 이 정도라면, ‘Collage’가 힙합 마니아들로 하여금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열게 할 브랜드로 자리 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크루 내 뮤지션들의 참여 비중을 고려하여 수록된듯한 일부 떨어지는 벌스나 트랙을 철저한 음악적인 고려로 선택하고 드러낸다면, 다음번엔 앨범의 퀄리티가 한 단계 더 올라설 여지도 충분하다. 물론, 그게 각자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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