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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MellowHigh - MellowHigh
    rhythmer | 2013-11-20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MellowHigh
    Album: MellowHigh
    Released: 2013-10-31
    Rating:
    Reviewer: 지준규









    LA
    기반의 집단 오드 퓨처(Odd Future)가 이제껏 보여준 음악적 시도들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매우 독창적이며 매력적인 건 분명하다. 혼란스럽고 오싹한 비트, 때때로 애처로움을 동반한 난폭하고 거침없는 가사, 그리고 도발적인 퍼포먼스는 오드 퓨처의 상징과도 같았고 이는 기존의 비슷비슷한 힙합에 갈증을 느끼던 팬들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언론의 찬사까지 이끌어냈다. 집단 내에서 후발 주자였던 랩퍼 핫지 비츠(Hodgy Beats)와 프로듀서 레프트 브레인(Left Brain)의 듀오 멜로우 하이프(Mellowhype)는 오드 퓨쳐가 가진 공격성과 야만성은 절제하면서 그룹명과 어울리는 음악들을 선보이며,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런 멜로우하이프와 오드 퓨처 소속의 또 다른 랩퍼인 도모 제네시스(Domo Genesis)가 뭉친 그룹이 바로 이번 앨범의 주인공 멜로우하이(Mellowhigh).

     

    멤버 구성과 팀 명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이 멜로우하이의 음악은 이전까지 멜로우하이프가 발매했던 정규 앨범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사운드적으로 한층 웅장해진 면은 있지만, 으스스한 음악 소스들과 무거운 베이스라인, 그리고 변칙적인 드럼 비트가 부조화를 이루며 흘러가는 건 이미 익숙한 진행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번 앨범의 아쉬운 점이 발생한다. 거의 모든 곡을 프로듀싱한 레프트 브레인의 실험적인 시도가 전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매끈하진 않아도 포인트가 확실한 신스 사운드를 활용하여 특유의 부드러움을 선사했던 매혹적인 전자음들과 끊임없이 삐걱거리며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던 레프트 브레인 고유의 비트들이 눈에 띄게 시들해졌다는 느낌이다.

     

    대표적으로 앨범의 포문을 여는 “Goonn”과 그 뒤로 이어지는 “Air” 등은 다채로운 음악 소스들과 효과음이 사용되었음에도 그 배치와 구성에서 느껴지는 진부함 탓에 곡의 매력이 반감됐다. 방향성은 희미하고 위태로웠지만, 그 안의 불길함과 날 선 느낌이 묘한 쾌감을 선사했던 “epaR(얼 스웻셧의 믹스테입 'Earl' 수록곡)이나 "Astro(멜로우하이프의 정규작 'Numbers' 수록곡)처럼 레프트 브레인이 이전 작업들에서 보여준 과감한 시도와 다채로운 음악적 아이디어를 고려한다면, 아쉬움은 더하다.

     

    핫지 비츠와 도모 제네시스의 랩 역시 아쉬운 프로덕션을 커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도모 제네시스의 첫 번째 믹스테입 [Rolling Papers]에 담긴 “Super Market”이나 핫지 비츠가 올해 솔로로 발매한 “Sale, Alone” 등의 곡들에서 강렬함을 선사했던 그들 특유의 의기양양한 태도와 종잡을 수 없는 공격성, 그리고 반항적인 허영심 등이 본작에서는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새로운 이야기나 메시지, 표현이 부재하다는 것도 큰 원인이다. 몇몇 곡들을 제외하고는 마약과 자기과시로 점철된 가사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지금껏 그들이 보여주었던 가사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 동어반복의 느낌이 강하다. 다만, 같은 마약 소재라도 “Troublesome” 같은 곡은 주목할만하다. 마약 이야기와 거칠었던 자신들의 과거를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그들의 인생과 사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서술하고 있는데, 그 감흥이 상당하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상적인 곡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첫 번째 싱글로 공개된 “Yu”는 웨스트 코스트 힙합 사운드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레프트 브레인의 피아노 변주가 중심을 잡고 나른한 도모 제네시스의 후렴구와 핫지 비츠의 깔끔한 브릿지가 더해지면서 단순한 답습에서 벗어나 멜로우하이만의 스타일로 재구성한 묘가 느껴지는 트랙이다. 특히, 핫지 비츠의 재기 넘치는 가사와 장난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랩핑이 절묘하게 결합한 브릿지 부분은 그가 2012년에 발매한 [Untitled EP]의 “Lately”를 연상시키며 곡의 매력을 더한다. 더불어 앨범의 후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인 “High Life”는 냉랭하면서도 어둡고 거친 소리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날카로운 드럼 비트와 각종 음악 소스들이 영민하게 짜맞춰져서 앨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 곡의 백미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여러 전자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앨범 전체를 통틀어 레프트 브레인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난 트랙이다.

     

    멜로우하이프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음악적 기량과 독특한 개성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에 충분했고, 오드 퓨처의 또 다른 밝은 미래를 보여줄 정도로 희열을 선사하였다. 본작은 트랙들의 배치나 앨범의 전개에서 멜로우하이프 때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음악 자체가 주는 감흥은 이전에 미치지 못한다. 오드 퓨쳐 스타일과 실험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하며 흐지부지 되어버린 레프트 브레인의 비트나 기존의 것을 재현하고 유지하는데 그친 핫지 비츠와 도모 제네시스의 랩핑은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무엇보다 레프트 브레인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와 더불어 오드 퓨처의 핵심 프로듀서라는 점과 핫지 비츠와 도모 제네시스 또한, 집단 내의 주력 랩퍼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더 나아가 오드 퓨처 전체를 위해서라도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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