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Yancey Boys
Album: Sunset Blvd.
Released: 2013-10-29
Rating:
Reviewer: 강일권









지난 2006년 희소병으로 사망한 프로듀서 제이 딜라(J Dilla)는 여전히 수많은 힙합 팬의 가슴 한편에 자리한 아련하고 가슴 벅찬 기억이다. 그리고 그가 생전에 만든 아름다운 비트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회자하고 있을 정도로 힙합 씬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있으며,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놀라운 비트들이 동료 뮤지션들의 앨범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제이 딜라의 동생 일라 제이(Illa J)와 딜라의 작업 파트너 중 한 명이었던 프랭크 앤 댕크(Frank 'N Dank)의 프랭크 닛(Frank Nitt)이 뭉친 듀오 얀시 보이즈(Yancey Boys/*필자 주: '얀시 보이즈'는 일라 제이의 데뷔 앨범 제목이기도 했다.)가 발표한 이번 앨범에서도 다시 한 번 비트 거장의 황홀한 음악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본작에 수록된 14곡은 모두 제이 딜라의 미공개된 비트들이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Sunset Blvd.]의 가치는 수직 상승하는데, 그 완성도 또한 탁월하여 딜라의 생전 작업량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엄청난 디깅을 바탕으로 시전된 자르고 이어 붙이기, 때론 정석적으로, 때론 변칙적으로 운용된 샘플 루핑, 날고 긴다는 프로듀서들의 질투와 감탄을 불러온 건조하고 단단한 특유의 드럼, 이 모든 게 한데 어우러지며, 연출하는 소울풀하고 재지하며, 아름다운 사운드는 주로 딜라의 프로듀싱이 일렉트로닉과 결합을 통해 또 다른 혁신을 꿈꾸기 전, 예를 들면, 커먼(Common)의 [Electric Circus] 이전으로 청자를 데려간다.  

 

특히, 첫 곡 "Fisherman"과 "Jeep Volume"은 딜라 프로덕션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Fisherman"에서는 건조한 드럼 위에 짧지만, 깊숙이 각인되는 샘플 루핑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범적인 딜라식 붐 뱁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며, 일라 제이의 솔로작 [Yancey Boys]의 "All Good"에서 사용했던 일렉트로닉 컨셉트 오케스트라(The Electronic Concept Orchestra)의 "The Look of Love"를 다시 한 번 사용한 "Jeep Volume"에서는 같은 곡의 같은 구간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감각적인 비트를 만들어내는 딜라식 샘플링의 정수를 체감할 수 있다.

 

자기 과시, 사랑, 디트로이트에서 삶에 관해 읊는 일라 제이와 프랭크 닛의 랩은 무난하게 흐른다. 분명 랩으로는 형보다 나은 동생 일라 제이가 어휘의 선택이나 은유적인 측면에서 프랭크 닛보다 나은 활약을 펼치는데, 특별히 깊은 인상을 남기는 지점은 없지만, 딜라의 비트와 궁합이 좋은 편이다. 더불어 초대손님인 커먼과 탈립 콸리(Talib Kweli)는 각각 한 벌스지만, 명성에 걸맞은 라이밍으로 본작에 빛나는 순간을 선사했다.

 

앨범의 주체가 얀시 보이즈이긴 해도 진짜 주인공이 제이 딜라임은 부정할 수 없다. [Sunset Blvd.]가 감상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가 딜라의 프로덕션인 건 분명하니까. 그래서 새삼 제이 딜라에게 감사하다. 그가 생전에 묵묵히 작업에만 몰두한 덕에 여전히 이렇게 위대한 프로듀서의 새 비트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