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제이티 - 서(書)
- rhythmer | 2013-12-16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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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제이티(JayT)
Album: 서(書)
Released: 2013-11-28
Rating:
Reviewer: Quillpen
그야말로 어디선가 갑자기 불쑥 나타났다. 그것도 EP 1장을 들고서…. 랩퍼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신인들은 넘쳐나지만, 정작 그들의 앨범 단위 결과물은 찾아보기 어려운 거품 낀 현 씬의 상황 속에서 이것만으로도 그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바로 앨범의 총프로듀싱을 책임진 이가 소리헤다라는 점. 어느 정도 프로덕션의 방향성에서 예상과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남은 이슈는 이전 커리어가 전무한 이 신인 랩퍼의 랩이 과연 어떠한가였다.'글', '문장' 등의 뜻을 지닌 타이틀 '서(書)'는 랩퍼의 앨범 제목으로써 자못 비장하면서도 전형적이다. 제이티(JayT)는 그만큼 가사와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모든 면에서 근래 보기 드물게 정공법 랩핑으로 일관한다는 게 눈에 띈다. 원체 느릿한 플로우를 구사하기 때문에 딜리버리 측면에서도 꽤 효과적이다. 특히, 그는 에비던스(Evidence)의 일명 '슬로우 플로우(Slow Flow)'에 영향받은 듯하면서도 그저 카피캣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음색과 호흡을 바탕으로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러한 랩핑을 통해 씬에 입장하기 전의 마음가짐을 시작으로 그동안 응축했던 단어와 생각들을 직접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인 라이밍으로 배설한다.
제이티의 인상적인 랩핑을 뒷받침하는 소리헤다의 프로덕션 또한, 탁월하다. 그의 기존 작업물들과 달리 더욱 둔탁한 드럼과 낮고 건조한 기운이 지배적인 앨범 속 비트들은 비교적 정확한 발음과 앞서 가는 비트를 잡아당기듯 느리게 흘러가는 제이티의 랩에 최적화되어 있다. 재지한 실로폰 루핑에서 이전 소리헤다의 색이 드러나는 "낭적"도 이러한 전반적인 무드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서 이전의 재지한 비트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말의 아쉬운 점이라면, 제이티의 가사적 측면이다. 그는 어려운 단어 선택을 즐겨 하진 않지만, 직접적인 서술과 추상적인 표현을 번갈아 사용하며, 주제를 전개해나가는데, 양쪽에서 번뜩이는 구절이나 표현이 부족하다 보니 이러한 혼용은 때때로 말하려고 하는 핵심 내용을 효과적으로 살려내지 못한다. 물론, 타이틀곡인 "서(書)"에서 드러난 랩 스타일과 스토리텔링을 통한 서사의 조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나 같은 캐러밴 유니언(Caravan Union) 소속의 아날로그소년과 함께한 "낭적"이나 이 길을 걷는 포부가 담긴 "행인" 같은 곡에서 그의 가사는 너무 추상적이거나 다소 진부하다.
대개 첫 시작이 완벽할 순 없는 법, 어쨌든 본작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신예 랩퍼의 앨범으로써 만족할만하다. 무엇보다 그가 가사에서 얘기한대로 '성급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타입'이라면, 결과물을 거듭할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음악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맹목적인 미국 메이저 힙합 트렌드 좇기나 한두 곡의 싱글로 데뷔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신인들이 많은 작금의 씬에서 준수한 완성도의 앨범으로 흐름을 역행하는 신예의 등장을 보는 건 참으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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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욱 (2014-01-16 00:26:09, 211.211.10.**)
- 저두 기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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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퍼엔 (2014-01-06 13:33:52, 180.224.166.*)
- 행보가 기대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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