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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The Pharcyde - Labcabincalifornia
    rhythmer | 2014-03-10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he Pharcyde
    Album: Labcabincalifornia
    Released: 1995-11-14
    Rating: 
    Reviewer: 양지훈









    유능한 힙합 프로듀서였던 고(
    ) 제이 딜라(J Dilla, 혹은 Jay Dee)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주변에는 그가 남긴 족적을 일일이 챙기는 열혈 수집가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90년대 캘리포니아 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그룹 파사이드(The Pharcyde)의 두 번째 앨범 [Labcabincalifornia]도 제이 딜라 추종자들에겐 무척 소중한 아이템으로 간주되며, 평단의 많은 이 역시 제이 딜라 컬렉션에 포함시킬 가치가 충분한 명반이라 회자하곤 한다. 서론부터 주객을 바꾸는 우를 범했지만, [Labcabincalifornia]는 그만큼 제이 딜라의 막강한 힘이 실려 있는 앨범이며, 동시에 주인공인 파사이드의 음악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만한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의 알맹이를 하나씩 들여다 보면 점입가경인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집과 상이함이다. 마치 시장바닥에서 랩을 하는 듯했던 [Bizarre Ride II The Pharcyde] 시절의 익살스러움이 2집에서는 상당 부분 배제되어 있다. 비록, 순간순간 터지는 재치 만점의 라임은 여전하기에 유랑하는 광대들을 연상케 하던 1집의 느낌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지만, "Runnin'"과 같은 곡에서 묻어나는 인생살이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멜랑콜리하고 그윽한 분위기가 깔려 있는데, 그럼에도 지루함이라고는 느낄 겨를이 없다. 차분함 속에서도 "Somethin' That Means Somethin'", "The Hustle" 등등, 이따금씩 배치한 스피디한 랩 트랙·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Produced By Jay Dee'는 앨범의 초·중반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제이 딜라가 운용하는 드럼이나 건반이 파사이드 멤버들의 랩과 궁합이 워낙 잘 맞는 편이어서, 늘 물 흐르듯 부드러운 전개가 이어진다. 코러스에 밥 말리(Bob Marley and The Wailers)의 명곡 "Get Up, Stand Up"을 쥐 죽은 듯 고요한 배경음으로 깔아 놓은 앨범의 첫 트랙 "Bullshit",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Drop" 등등, 제이 딜라가 참여한 곡은 그루브의 보증 수표이자 샘플링의 승리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제이 딜라를 제외한 타 프로듀서들의 활약도 미비하지만은 않다. 특히, "Groupie Therapy"에서 다이아몬드 디(Diamond D)가 만든 루프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파사이드의 멤버 슬림키드쓰리(Slimkid3)가 프로듀스한 "She Said"는 다소 직설적인 가사지만,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절정을 달리며, 부티 브라운(Bootie Brown)의 역량이 빛을 발한 "The Hustle"은 앨범의 박진감을 대표하는 곡으로 통한다. 멤버 전원의 재기 발랄한 랩에 트럼펫과 펜더로즈 연주가 가미된 마지막 트랙 "The E.N.D."까지 잔잔한 감동이 이어진다.

     

    코믹한 분위기의 1집이 프로듀서 제이-스위프트(J-Swift)가 있었기에 성공으로 귀결되었다면, [Labcabincalifornia]는 확실히 제이 딜라의 공이 컸다. 싱글 컷된 곡들의 리스트("Drop", "Y?", "Runnin'")와 후배들의 재활용 빈도를 보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이 딜라의 창조적인 그루브뿐만 아니라, 파사이드 멤버들의 아기자기한 랩, 이따금씩 흘러 나오는 스크래칭, 그리고 일관성 있는 분위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완벽했다. 빠른 비트나 현란한 전자음, 그리고 격양된 랩이 아닌 색다른 유형의 그루브를 원하는 청자에게 주저하지 않고 권할 수 있는 앨범이다. 판매량 면에서는 끝내 골드 레코드(50만 장 판매)가 되지 못했지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야말로 멜랑콜리한 그루브의 모범 사례라 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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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뮤직쿤 (2014-03-13 22:46:50, 36.39.234.***)
      2. 예전리뷰보다 별반개 올라간 점수네요. 동의합니다! ㅎ
        Drop 은 정말 마약처럼 강한 중독성의 비트..
      1. EPMD BABY (2014-03-10 19:35:22, 112.221.8.**)
      2. 왜 아무리 들어도 꽂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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