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케이온 - Hope & Truth
- rhythmer | 2014-05-18 | 3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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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케이온(Kayon)
Album: Hope & Truth
Released: 2013-04-23
Rating:Rating:
Reviewer: 이병주
케이온(Kayon)이란 이름은 아무래도 생소한데, 다른 여느 신인보다도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씬에 드문 여성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굳이 뮤지션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그녀가 랩퍼임과 동시에 비트메이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가 속한 크루 ‘XXXYYY’는 무려(!) 5명의 여성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봤을 때 흔치 않은 등장임은 확실하다.우선 앨범을 들어보면, 앞에 말한 내용들 덕분에 가졌던 관심을 음악 콘텐츠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나가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껴진다. 굳이 어떤 식으로든 남성, 혹은 여성적인 표현 양식을 강박적으로 따라가는 많은 기존 여성 랩퍼들과도 다르다. 그런 성별과 관련된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게끔 만드는 담담한 이야기와 차분한 랩핑이 앨범 내내 이어진다. 게다가 자신의 속마음이나 과거를 털어놓는 가사에서도 다분히 중성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물론, “Respect”이란 곡에서는 성별 집단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가사적으로 또 다른 방식의 센스가 발휘되어 앨범 내 돋보이는 곡 중 하나가 되었다. 빈지노(Beenzino)의 가사를 재치있게 활용하여 만든 라인, ‘왜 여자들은 그리 명품에 환장해?/글쎄, 랩퍼들에게 물어봐, 왜 환장해?’가 그 좋은 예이다.
가끔 라임 구조에 기대지 않고 나오는 다소 인위적인 플로우가 덜컥거리는 느낌을 주는 순간이 있지만, 랩핑도 전반적으로는 탄탄하다. 특히, 첫 곡 “K.A.Y.O.N.”에서 그녀는 랩퍼로서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모두 직접 완성한 비트 역시 메인 멜로디와 리듬의 짝이 썩 훌륭하며, 전체적으로 드럼 구성에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그러나 매끄러운 시퀀싱을 통해 완성된 느낌이 강하게 나는 음악들이 장르 음악의 고유한 매력을 만들어내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활용되는 소리, 악기 음원들 또한, 제한적인 면이 있다. 아직은 본인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통해 말하려는 건 간단하다. 앨범, 혹은 뮤지션과 관련된 정보에서 느끼게 되는 흥미와 기대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주는 앨범이라는 것이다. 신인다운 과감한 매력은 덜해도, 많이 준비하고 다듬은 태가 난다. 다만, 그렇다 보니 다음 결과물에서 언급했던 장점들이 더 극대화되지 못하고, 이번과 비슷한 만듦새와 이야기가 담긴다면, 만족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괜찮은 앨범을 가지고 등장한 신인들에게 항상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앞으로 결과물과 활동이 무척 기대된다. 여성 힙합 뮤지션의 괜찮은 앨범을 만나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느껴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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