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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Pharoahe Monch - Internal Affairs
    rhythmer | 2014-09-02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Pharoahe Monch
    Album: Internal Affairs
    Released: 1999-10-10
    Rating: 
    Reviewer: 양지훈









    오랜 시간 동안 음악계에서 활동한 뮤지션의 색다른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최근 수 년 사이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심도있게 다루며 진지한 리리시스트(Lyricist)로 군림하는 패로 먼치(Pharoahe Monch)에게도 지금과 확연히 다른 과거가 있었다. '99년에 발표된 [Internal Affairs] 시절 얘기다. 그는 최근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로커스(Rawkus) 레이블의 전성기를 수놓은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그의 솔로 데뷔작 [Internal Affairs]는 한 마디로 '지독한 하드코어 랩 앨범'이었다. 감상 포인트는 단연 패로 먼치의 거침 없는 랩이다. 변화무쌍한 플로우는 기본이고, 직유와 은유를 번갈아 활용하며 자유분방한 랩의 극을 달렸다. 오거나이즈 컨퓨전(Organized Konfusion)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워드플레이(Wordplay) 또한 이 앨범에서도 흔하디 흔한 광경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워드플레이를 보여주는데, "Right Here" 한 곡을 예로 들어 보자. 'I'm the six million motherfuckin dollar man / With a six million muh'fuckin dollar plan'처럼 듣는 순간 바로 캐치할 수 있는 구절이 있는가 하면, 'We can face the fuck off like hockey or Face Off like Travolta / Face off like car radios with the mind of Minolta / Face off like Treach if you're fuckin with Vin Rock'처럼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Face Off’), 미놀타 카메라(Minolta), 랩 그룹 너티 바이 네이처(Naughty By Nature/Treach, Vin Rock) 등등, 각종 콘텐츠의 특성을 파악하면 비로소 이해가 가능한 가사도 공존한다.

     

    무엇보다 그는 직설 화법을 즐겨 사용하지만, 좀처럼 생각지 못 할만한 굉장하고 기발한 비유를 통해 허를 찌르기도 하는데, "Rape"은 그 대표적인 예다. 제목부터 너무 선정적이어서 듣기도 전에 청자를 놀라게 만드는 이 곡은 음악과 실제 강간을 비유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매우 노골적이고 과격하면서도 수준 높은 어휘력이 돋보이는데, 게다가 그 안에 다중적 의미까지 담겨있어 그의 리리시스트로서 역량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

     

    앨범이 명반으로 자리하게 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귀에 착착 감기는 후렴구, 적절한 샘플링, 그리고 기똥찬 랩이 그것이다. 우선, 매 곡에 실린 중독성 강한 후렴구는 보컬리스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알앤비 싱어 맥스웰(Maxwell)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명곡을 샘플링한 "Queens", 괴수 걸작 [고질라, Godzilla] OST를 활용하여 인상적인 후렴 'Get The Fuck Up!'이 발산하는 강력함의 원천을 만든 "Simon Says",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의 비트가 인상적인 "No Mercy" 등등, 단순하면서도 맛깔스러운 루프는 패로 먼치의 랩과 최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그의 활화산 같은 랩은 혼자여도 늘 불을 뿜었지만, 게스트들과 조화도 괜찮았다. 각각 "No Mercy" "The Next Shit"에 참여한 엠오피(M.O.P.)와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는 앨범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린 게스트로 꼽을만하다.

     

    패로 먼치는 이 앨범을 통해 성적 농담을 비롯한 직설 화법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은유를 담아내는 저돌적인 랩퍼의 완성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지금의 패로 먼치를 상기하면 좀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하드코어 랩 앨범의 팬들에게는 나무랄 데 없는 이상적인 컨셉트였다. 그리고 무려 1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Internal Affairs]는 패로 먼치를 오랜 시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당시의 기똥찬 랩을 추억으로 삼고 생각날 때마다 곱씹어 듣는 앨범으로 남을 것이고, 2000년대 이후부터 그를 알게 된 이에게는 새로운 먼치의 세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자든, 후자든 누가 들어도 범상치 않은 앨범으로 각인될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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