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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Gang Starr - Moment of Truth
    rhythmer | 2015-03-30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Gang Starr
    Album: Moment of Truth
    Released: 1998-03-31
    Rating:
    Reviewer: 양지훈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는 지금까지도 다수의 올드팬을 보유하고 있는 힙합 프로듀서이다. 그가 미국 현지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팬층을 보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90년대의 흔적이다. 통상적으로 프리미어의 전성기라 일컬어지는 '90년대 초반 ~ 후반의 행적은 경이롭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이며, 소속 그룹 갱스타(Gang Starr) 2집 이후 정립된 작법으로 오랜 세월 베테랑의 위용을 떨쳤다. 그렇다면 남들과 유별나게 차별화된 작법이 있는가? 전혀 그렇지는 않다. 두 마디 루프를 걸어놓고 때때로 짤막한 샘플 소스를 추가하다가 코러스를 턴테이블 리릭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프리미어의 영향을 받은 프로듀서가 워낙 많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힙합 프로듀서들 사이에서 매우 흔한 작법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그가 우직하게 고수한 작법은 여러 차례 찬사의 대상이 되었고, '90년대에 발매된 갱스타의 앨범은 그의 출중한 능력을 집약시킨 작품으로 통한다. 특히, '98년의 [Moment of Truth]는 프리미어의 감각이 정점에 서 있던 시절의 앨범이기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갱스타의 전작 [Hard to Earn]이 지독할 정도로 건조한 느낌이 가득했던 앨범이었던 반면, [Moment of Truth]는 보다 부드러운 느낌으로 돌아선 작품이다. 78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의 1 1초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샘플링의 힘을 한데 모았다. 재즈, 소울, 펑크를 기반으로 하는 샘플링의 집합체이며, 동양적인 비트의 "Above the Clouds", 통통 튀는 피아노 루프에 감탄하게 되는 "Work" 등등, 경탄을 자아내는 메인 루프를 보유한 트랙이 줄을 잇는다. 턴테이블 리릭이 주는 쾌감도 반드시 언급해야 할 장점이다. 첫 트랙 "You Know My Steez"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늘 그랬듯이 기교의 난무가 아니라 비트에 최적화된 스크래칭이 프리미어의 선택이고, 그러한 선택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음은 앨범 전반에 걸쳐 충분히 증명된다.

     

    프리모가 다양한 샘플 소스로 길을 포장했다면, 구루(Guru)와 게스트들은 그 길을 질주하는 주자의 역할을 했다. "Suckas Need Bodyguards", "F.A.L.A.(Fuck Around, Lay Around, do or die)”처럼 아예 곡명부터 과격한 분위기를 암시했던 [Hard to Earn] 시절의 랩보다는 수그러든 가사의 강도와 별개로, 구루의 랩은 대체로 프리미어의 비트와 잘 조화를 이룬다. 특히, 정상에 선 MC의 고뇌와 과시를 무게 있게 풀어낸 "Moment of Truth"를 비롯한 앨범 속 구루의 가사는 때때로 시적이면서 시종일관 중후함을 잃지 않는다. 다만, 라임 배치와 강약치기의 여부를 떠나서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랩퍼가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지루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갱스타가 택한 대안은 랩 게스트의 동원이다. 결코 과하지 않게, 필요한 만큼의 게스트가 동원되었다. 엠오피(M.O.P.)와 빅 슉(Big Shug), 그리고 프레디 폭스(Freddie Foxxx)의 참여는 앨범의 중반부를 최고조의 분위기로 끌어올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B.I. Vs. Friendship", "The Militia"),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 "Above The Clouds"에서 동양적인 느낌의 비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맑은 목소리의 랩으로 제 역할을 해냈다. "Royalty"는 다소 특이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랩 피처링과는 달리 보컬리스트로 참여한 케이씨 앤 조조(K-Ci & JoJo)는 코러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마음껏 기교를 펼치는데, 프리미어가 만든 루프 속에서 일종의 악기와도 같은 역할을 하며 비트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좀처럼 결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결점을 찾아볼 시간에 앨범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몰입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다양한 샘플 소스와 드럼의 운용, 턴테이블 리릭, 랩 게스트의 활용 등 모든 면을 만족시킨다. [Moment of Truth]는 갱스타의 모든 정규 앨범 중에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프로듀싱이 담겨 있다. 느린 템포의 "You Know My Steez"로 시작해 세상을 떠난 힙합 뮤지션들을 추모하는 "In Memory of..."에 이르기까지, 프리모가 들려주었던 사운드의 집합체 중 정점에 서 있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앨범이다. 비공식 인스트루멘탈 음원이 웹상에 떠도는 현상을 보더라도, [Moment of Truth]의 비트가 얼마나 견고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영광스러운 힙합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두 남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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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The Neptunes (2015-04-05 21:21:13, 61.102.87.***)
      2. daily operation, hard to earn 도 좋아하지만
        저한텐 역시 moment of truth 가 최고!!!
      1. Qwer (2015-04-05 19:50:30, 180.230.97.***)
      2. 갱스타 앨범 중에서 가장 감동받은 앨범이었어요. 영어 가사를 전혀 알아듣지도 못했는데 저에게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1. Barkin'dogg (2015-03-31 14:59:47, 122.203.62.**)
      2. RIP gu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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