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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Diverse - One A.M.
    rhythmer | 2015-04-14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Diverse
    Album: One A.M.
    Released: 2003-11-04
    Rating: 
    Reviewer: 양지훈









    장르를 막론하고 출중한 실력을 갖춘 신인 뮤지션이 정규 앨범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천명할 때, 우리는 (긍정적인 의미의)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맛보곤 한다. 2003[One A.M.]으로 힙합 애호가들을 놀라게 했던 시카고 출신의 다이벌스(Diverse)도 딱 그런 사례에 속한다.

     

    야구를 비롯한 운동에 소질이 있어 스포츠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랩은 10대 시절부터 취미 생활의 일부로 삼아왔던 그는 우체국 직원이 된 이후, 랩 가사를 쓰면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힙합 씬에 뛰어들었지만, 데뷔 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될 놈은 무얼 해도 된다.'라는 말까지도 유효했다. 2001년 첫 EP [Move]를 발표한 이후, 당시 로커스(Rawkus) 레이블의 핵심 랩퍼였던 모스 데프(Mos Def)를 만나게 되었고, 이는 언더그라운드 컴필레이션 앨범 [Urban Renewal Program]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국 입소문을 통해 최고의 프로듀서와 최고의 랩 게스트를 자신의 앨범에 섭외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이벌스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자신의 모든 능력을 불어넣었다.

     

    평단과 대중이 모두 인정한 그의 랩은 '타이트하다.'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치노 엑셀(Chino XL)처럼 뛰어난 어휘력을 바탕으로 단어를 빼곡하게 배치하지만, 하드코어 랩은 아니며, 알에이 더 러기드 맨(R.A. the Rugged Man)의 랩과 유사하긴 한데, 그렇다고 숨 넘어갈 정도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랩은 아니다. 매 비트를 하이톤의 타이트한 랩으로 채우되, 거친 표현은 가급적 피하고 언어 유희에 공을 들이는 것이 다이벌스가 정립한 스타일이었다. 좀처럼 따라 하기 힘든 랩 스타일을 정립한 만큼, 앨범의 어떤 곡을 듣더라도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 발음에도 문제가 없어서, 조금만 집중해서 듣는다면 촘촘하게 배치한 라임을 캐치할 수 있다.

     

    [One A.M.]을 흔히들 재즈 힙합(Jazz Hiphop)이라는 하위 카테고리로 분류하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한정 짓기에는 매우 풍부한 사운드를 갖추었다. 펑키한 기타와 베이스를 비트의 주춧돌로 삼은 첫 곡 "Certified"만 들어봐도 [One A.M]이 얼마나 다양한 사운드를 갖춘 앨범인지 느낌이 온다. 이러한 폭 넓은 음색의 일등공신은 2000년대 초 힙합 뮤지션과 활발하게 교류하던 알제이디투(RJD2)와 프리퓨즈 73(Prefuse 73)이다. 프리퓨즈 73은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 보여준 난해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연출을 배제하고, 다이벌스의 청명한 목소리에 어울릴 만한 비트를 제공했는데, 이는 "Just Biz" 등의 트랙에서 잘 나타난다. 두 남자를 주축으로 한 프로덕션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다이벌스는 랩 게스트 리릭스 본(Lyrics Born)과 진 그레이(Jean Grae)를 동원하며 앨범의 중반부를 후끈하게 달구었는데, 만약 알제이디투의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록, 단 한 곡에서만 모습을 드러냈지만, 재즈 기반의 샘플을 정교하게 조합한 프로듀서 매드립(Madlib)의 힘을 느낄 수 있는 "Ain’t Right"도 반드시 들어봐야 할 트랙이다.

     

    참신한 스타일의 랩과 그에 견줄만한 다양한 색채의 비트가 돋보이는 이 앨범의 유일한 단점은 40분에 불과한 러닝타임이다. 사실 그것도 그리 크게 지적할 점은 아니다. 워낙 타이트한 랩으로 점철되어 있다 보니, 4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조차 결코 짧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평단에서는 시카고에서 커먼(Common) 이후로 최고의 재능이 탄생했다는 찬사를 보냈고, 참신함에 목말라 있던 대중은 그의 등장에 반가움을 표했다.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 수반된다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한 다이벌스의 랩퍼 데뷔는 음악 외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One A.M.]은 인간이 자신의 숨은 재능을 뒤늦게 발견하더라도 그것을 잘 활용하면 많은 이를 놀라게 할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 작품이다.

     

     

    ※ 애석하게도, 다이버스는 [One A.M.] 이후, 믹스테입이나 싱글의 발매 외엔 굵직한 흔적이 없다. '08년의 싱글 "Escape Earth"에서도 변함없이 유창한 랩을 들려주었는데, 정규 앨범을 통해 빼어난 실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는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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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공책 (2015-04-15 14:51:07, 114.71.70.***)
      2. 일본반 보너스트랙이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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