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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키밤 - Bell Boy
    rhythmer | 2015-08-24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키밤(KeeBomb)
    Album: Bell Boy
    Released: 2015-08-11
    Rating:
    Reviewer: 이진석









    크루 웍스(Worxx)의 멤버이자 캐시미어 레코드(Cashmier Records) 소속 랩퍼 키밤(KeeBomb)이 발표한 첫 EP이다. 그는 사실 이전에 발표한 두 장의 믹스테잎과 몇 개의 싱글을 통해 본격적인 커리어에 시동을 걸었지만, 그다지 주목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진 못했다. 공식 믹스테잎 [No Sleep]에선 프로듀서 집스(Jeep’s)와 함께 잘게 쪼개진 리듬 파트를 위시한 트랩 사운드를 위주로 구성하였는데, 시류에 따라 어느 정도의 구색은 갖추었을지언정, 그 외 매력적인 지점을 찾긴 어려웠다. 랩 역시 트랩 음악 속의 정형화된 랩 디자인을 따라갈 뿐, 고유의 스타일을 뽐내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선 약간의 변모를 꾀했다. 같은 크루에 소속된 프로듀서 24와 키밤의 파트너 격으로 볼 수 있는 죠리(Joe Rhee)가 프로덕션을 맡으면서 리듬 파트는 대체로 둔탁해졌고, 사운드 자체에도 신경을 기울인 듯하다. 잔잔하면서도 담백한 피아노 진행의 따라가나 걸쭉하게 내리깔린 베이스와 음산한 소스의 조합이 돋보이는 구역 B”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눈에 띄는 트랙이 존재하는가 하면, 뻔한 진행으로 감흥이 흐려지는 “Ta Or La (타올라)” 같은 곡과 편차 또한 상당하다.

     

    이 밖에도 전작과 비교하여 가장 달라진 점은 앨범 전체에 걸쳐 본인의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키밤은 지방에서 홀로 올라와 호텔 벨보이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끌어와 이른바 자수성가의 정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다.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청년이 꿈을 품고, 달랑 15만 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서울로 상경한다. 돈이 없어 호텔 벨보이로 생활하며 가난을 견디고, 드디어 기반을 잡은 그는 마침내 뮤지션이 되어 계속 꿈을 좇게 된다. 얼추 매력 있는 서사를 만들기 위한 재료는 충분히 모인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키밤은 이러한 조각들을 맞춰 극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첫 트랙 따라가에선 오웬 오바도즈(Owen Ovadoz)와 함께 꿈에 관해 얘기하며 제법 괜찮은 감흥을 자아내지만, 이후 뜬금없이 이어지는 애매해나 의미 없는 과시용 트랙 “Ta Or La(타올라)” 등이 중간 중간 맥을 끊으며 몰입을 방해한다. “Moment”로 시작해 비슷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후반부의 세 트랙, 특히, 앨범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Bell Boy(23.24 Years Old)”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려 하지만, 그저 반복되는 진부한 표현들이 이어지는 탓에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컨텐츠의 내용과는 별개로 그의 랩 자체는 제법 탄탄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앞서 언급한 약점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퍼포먼스가 특출하게 화려하다곤 할 수 없지만, 특유의 또박또박한 발음은 안정적인 딜리버리를 보장하면서도 자연스레 박자와 맞물린다. 그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몇몇 프로덕션과 표현력의 힘이 받쳐 주었다면, 꽤 인상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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