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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nderson .Paak - Malibu
    rhythmer | 2016-01-21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nderson .Paak
    Album: Malibu
    Released: 2016-01-15
    Rating: 
    Reviewer: 황두하









    알앤비/소울 싱어송라이터 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등장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A를 기반으로 브리지 러브조이(Breezy Lovejoy)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던 그는 덤파운데드(Dumbfoundead), 왁스(Wax) 등의 앨범에 참여하고 첫 번째 앨범인 [O.B.E. Vol.1]을 발표했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그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앤더슨 팩으로 활동명을 바꾸고 발표한 첫 번째 앨범 [Venice](2014)가 입소문을 타고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독특한 음색의 보컬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랩과 경계를 허무는 시도와 알앤비, 펑크(Funk), 힙합, 트랩, 일렉트로닉 등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의 프로덕션이 결합하며 그만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났다. 스톤 스로우(Stones Throw) 소속의 프로듀서 놀리지(Knxwledge)와 노워리즈(NxWorries)라는 이름의 팀을 결성해 작년 말에 발표한 [Link Up & Suede EP] 역시 [Venice]의 기조를 이어가는 결과물이었다.

     

    그런 그가 뒤늦게 전 세계 장르 팬들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 것은 작년에 발표된 닥터 드레(Dr. Dre)의 마지막 앨범 [Compton]을 통해서다. 16곡 중 무려 6곡에 이름을 올린 그는 즉흥미가 돋보이는 퍼포먼스로 앨범에 소울풀한 기운을 가득 불어넣으며 수많은 참여 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입양되어 컴튼(Compton)에서 자란 농부였던 한국인 어머니와 공군 출신으로 마약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 숨을 거둔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 커리어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2010-2011) 마리화나 농장에서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야 했던 그의 인생에서 드레 앨범에 참여한 건 매우 극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두 번째 정규작 [Malibu]를 감상하는 데에 중요한 감상 포인트로 작용한다.

     

    디제이 칼릴(DJ Khalil), 나인스 원더(9th Wonder), 매드립(Madlib), 하이텍(Hi-Tek) 등등, 베테랑 프로듀서들과 뎀 조인트(Dem Jointz), 포모(Pomo), 카이트라나다(Kaytranada)처럼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프로듀서들이 고르게 참여한 프로덕션은 과감한 시도가 눈에 띄었던 전작과 달리 전반적으로 한층 정돈되고 성숙해졌다. 더불어 '60-'70년대의 펑크, 디스코, 필리 소울 사운드와 '90년대 의 네오 소울, 힙합 소울 등을 아우르며 복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모던한 감성을 놓치지 않았다. 청량한 신시사이저가 곡을 이끌다가 게스트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파트에서 이루어지는 변주가 인상적인 디스코 트랙 “Am I Wrong”, 펑키한 비트 위로 프리 내셔널 유나이티드 펠로우쉽 콰이어(The Free Nationals United Fellowship Choir)의 코러스와 앤더슨의 보컬이 교차하는 “Lite Weight”, 필리 소울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Silicon Valley” 등은 대표적으로 복고적인 감흥이 살아있는 트랙들이다.

     

    앤더슨이 랩과 보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장기를 십분 발휘하고 있는 힙합 소울 트랙들도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나인스 원더가 책임진 전반부와 콜엄 코너(Callum Connor)가 만든 후반부가 기가 막히게 맞물리는 “The Season / Carry Me”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강약을 조절하며 유려하게 뱉는 보컬과 뒤를 받쳐주는 코러스가 곡을 풍성하게 만들며, 성공한 자신의 상황과 그로 인한 부작용들을 경계하는 동시에 다른 아티스트들이 잘 나가는 동안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던 과거를 인상적으로 풀어놓았다.

     

    이 밖에도 나인스 원더가 제공한 서정적인 붐뱁 비트에 하이어터스 카이요티(Hiatus Kaiyote)“Molasses”를 샘플링한 아웃트로가 인상적인 “Without You”와 재지한 피아노 루프와 둔탁한 드럼 라인이 잘 조화된 “Room In Here”도 뛰어나다. 각각 피처링 게스트로 참여한 랩소디(Rapsody)와 게임(The Game) 역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특히, 랩소디는 지난 캔드릭 라마(Kendricka Lamar)[TPAB]에 이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본작은 자전적인 성격이 짙은데, 그가 지난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성공을 자축하며 마무리하는 앨범의 구성은 클리셰적이지만, 그 사이의 디테일한 설정들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흥미롭다. 우선 앤더슨 팩은 말리부라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해 한 여인을 초대하는데(“Heart Don’t Stand a Chance”), 이것은 그의 삶, 혹은 내면에 청자를 끌이들이는 것의 비유로 읽힌다. 그리고 말리부라는 공간에 걸맞게 실제 말리부의 서퍼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를 따와 스킷으로 사용한다. 스킷의 인터뷰들은 앤더슨의 심경을 대변하거나 초자연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식으로 트랙들을 연결하는데, 사고 후 유체이탈의 경험을 털어놓는 서퍼의 인터뷰 다음에 처음 씬에 발을 들이며 느꼈던 붕 뜬 감정을 이야기하는 “The Waters”가 이어지거나, 서핑 할 때의 고통에서 쾌감을 얻는 서퍼의 인터뷰 다음에는 SM적인 성적 취향을 다루는 “Put Me Thru”가 이어지는 식이다.

     

    [Malibu] [Compton] 참여 이후 높아진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는 훌륭한 완성도의 앨범이다. 적당히 허스키한 매력적인 음색과 랩핑과 보컬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플로우를 형성하는 그의 뛰어난 재능은 탄탄한 프로덕션과 만나 더욱 만개하였다. 그는 이제 본작을 통해 [Compton]의 싱어가 아니라 아티스트 앤더슨 팩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가 부푼 가슴으로 새 결과물을 기대해야 할 알앤비/소울 아티스트가 또 한 명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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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ung THUGGER (2016-08-17 16:21:02, 110.15.44.***)
      2. Dre의 Compton 에서 너무 인상적이어서 계속 듣고 있습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점도 독특하군요 주목해봐야할 아티스트인것 같습니다
      1. 이승학 (2016-02-17 13:42:01, 39.118.168.**)
      2. 이거 앨범 어디서 구해야하는지.....ㅠㅠ
      1. The Neptunes (2016-01-24 11:39:23, 210.106.49.*)
      2. 음색도 음악도 독보적이네요. 대단합니다.
      1. Endors Toi (2016-01-21 22:46:09, 119.64.43.***)
      2. 음악이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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