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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orae - Entitled
    rhythmer | 2016-02-03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orae
    Album: Entitled
    Released: 2016-01-15
    Rating:Rating:
    Reviewer: 이진석








    2008
    년 데뷔 후, 꾸준한 템포로 속이 알찬 작품을 발표한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실력자 토레(Torae)의 커리어는 상당히 순조롭다. 마르코 폴로와 합작 앨범을 통해 상당한 이목을 끈 것으로 시작하여 첫 솔로 정규작 [For The Record] 역시 붐뱁 계열의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으며, 가장 최근 발표했던 스카이주(Skyzoo)와 합작 [Barrel Brothers]도 성공적이었다. 격투기 선수에 비유하자면, 토레는 화려하거나 큰 기술을 작렬시키기보다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가는 스타일이다.

     

    이 같은 토레의 새 앨범은 프로듀서 진 만으로도 작품의 큰 결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예전 그의 앨범에 조력한 바 있는 프로듀서들이 다시 한 번 대거 참여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크라이시스(Khrysis), 이 존스(E. Jones), 에릭 쥐(Eric G), 노츠(Nottz) 등등, 더 소울 카운슬(The Soul Council)의 멤버들이다. 이 외에도 붐뱁의 두 거장,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피트 락(Pete Rock)을 비롯한 일마인드(!llmind),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 프레이즈(Praise)까지, 동부에서 내로라하는 프로듀서들이 한데 모여 토레를 조력했다. 가장 의외인 조합은 역시 잘릴 비츠(Jahlil Beats)와 협연이다. 강렬한 서던 비트 위로 토레의 공격적인 라인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데, 둘의 스타일이 절묘하게 맞물려 앨범 내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트랙 중 하나로 완성되었다.

     

    더불어 가장 많은 트랙을 제공한 프레이즈(Praise)와 조합 역시 눈여겨볼 만 하다. 보컬 소스를 활용해 따스한 바이브를 살리며 짧게 컷팅한 샘플을 파워풀하게 재구성하는 작법은 아폴로 브라운의 것과 흡사한데, 토레의 랩핑과 발군의 시너지를 선보인다. 다만, 전반적으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무난한 감흥을 자아낸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토레의 가사와 퍼포먼스 역시 전혀 녹슬지 않았다. 잘 정돈된 라이밍으로 안정감 있게 벌스를 이끌다가도, 어느 순간엔 유사한 조음을 연달아 배치하며 단숨에 몰아친다. 전작 [For The Record]가 꿈을 가진 랩퍼 지망생의 입장에서 풀어낸 앨범이라면, [Entitled]에서 토레는 그 꿈을 이룬 랩퍼의 시선에서 이야길 뱉는다. 그는 완성된 랩퍼로서 자신감을 표하고(“Imperial Sound”, “Let ‘Em Know”), 곧은 태도를 지킬 것을 선언하는가 하면(R.E.A.L), 그가 얻은 위치에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Entitled”). 확실히 전작보다 한층 성숙해진 주제와 분위기로 앨범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제가 다소 밋밋하게 구현되었다는 점은 아쉽다. [For The Record] 때의 치열함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러하다.

     

    [Entitled]는 토레가 이제껏 기조로 삼아온 ‘90년대 뉴욕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향수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Coney Island’s Finest”처럼 쳐지는 구간이 있긴 하나, 대부분 곡에서 그의 유려한 스킬은 건재하다. 첫 정규작에서 랩퍼가 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묘사하던 신인은 스펙트럼을 넓히며 다양한 사유를 풀어낼 줄 아는 베테랑이 되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이 베테랑의 사유를 얼마나 차별화, 혹은 강화하여 풀어내는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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