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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ihanna - Anti
    rhythmer | 2016-02-04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ihanna
    Album: Anti
    Released: 2016-01-28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리아나(Rihanna)는 데뷔 때부터 전작 [Unapologetic]까지 거의 일 년에 한 번꼴로 앨범을 발표해왔다. 장르를 넘어 팝스타로서 확고한 위치에 오른 그녀이기에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대중적인 인기는 높아져 갔지만, 그와 별개로 음악적 완성도는 점점 하향곡선을 그렸다.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와 당시 유행하던 덥스텝(Dubstep) 등을 적극 차용하고 “Diamonds” 같은 킬링 트랙을 내세웠음에도, 전반적으로 진부한 구성 탓에 실망감을 안긴 [Unapologetic]은 그 정점을 찍은 결과물이었다. 매년 쉴 새 없이 작품을 쏟아내던 그녀가 아티스트로서 한계를 드러낸 순간이기도 했다.

     

    이를 스스로 의식한 것인지, 리아나는 처음으로 4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가진 뒤, 새로운 정규 앨범 [Anti]를 발표했다. 그녀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전곡의 프로듀싱에 참여한 앨범은 대부분 연인 사이의 만남과 이별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트랙들로 채워졌다. 작사에 깊숙이 관여한 만큼, 이 이야기들은 그녀가 실제로 겪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폭행 사건 이후 사랑의 고통을 짙은 감성으로 표현했던 작품 [Rated R]과 언뜻 겹쳐 보이는데, 그 감정의 종류는 조금 다르다. [Rated R]이 시련을 겪은 후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표출했다면, 본작에선 시간이 흐른 뒤에 느끼는 전 연인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와 같은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전반부에서 자신감 넘치는 리아나의 캐릭터와 만나 통쾌한 느낌을 주다가 후반부에서는 씁쓸함이 묻어나는 가사들로 묘한 여운을 남기는데, 고저가 확실한 앨범의 구성이 이러한 감정의 흐름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트렌디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에 그쳤던 지난 앨범과 달리, 붐뱁, 사이키델릭 록, 두왑(Doo Wap), 소울 등등, 더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한층 어둡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인상이다. 강렬한 베이스라인과 드럼이 어우러진 붐뱁 비트 위에 스자(SZA)와 조합이 돋보이는 “Consideration”, 히트보이(Hit Boy)와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프로듀싱에 참여해 스캇 특유의 트랩 사운드가 음침한 기운을 뿜어내는 “Woo”,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렁이는 신스 라인에서 계속 진화 중인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의 프로듀싱 감각을 느낄 수 있는 “Needed Me” 등은 대표적으로 어두워진 무드가 돋보이는 트랙들이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록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곡을 커버한 “Same Ol’ Mistakes”는 흥미로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테임 임팔라가 작년에 발표한 앨범 [Currents]의 수록곡 "New Person, Same Old Mistakes"을 커버한 이 곡에선 리아나의 매력적인 보컬이 사이키텔릭한 록 사운드에서도 잘 묻어나는 걸 확인할 수 있지만, 음악적으로 원곡의 아우라를 그대로 빌려온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긴 어렵다.

     

    앨범의 후반부에는 상대적으로 더 잔잔한 트랙들이 이어지는데, 준수한 곡들과 관성적인 진행 탓에 집중력을 흐리는 곡들이 혼재해있다. 두왑(Doo Wap) 사운드를 표방한 “Love On The Brain”과 복고적인 현악기 진행으로 고전 소울의 향취를 재현한 노아이디(No I.D)의 센스가 돋보이는 “Higher”는 전자다. 특히, “Higher”에서는 리아나 특유의 허스키한 고음 처리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와 짧은 러닝타임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반면, 컨트리 음악의 영향이 느껴지는 어쿠스틱한 사운드 위로 다이도(Dido)의 히트곡 “Thank You”에서 멜로디 라인을 빌려온 “Naver Ending”과 피아노 하나로 단출하게 진행하는 팝 발라드 트랙 “Close To You”는 지나치게 안이한 구성으로 감상의 맛을 저해한다.

     

    이 밖에도 후렴구에서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일렉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팝 알앤비 “Kiss It Better”, 드레이크(Drake)와 프로듀서 노아포티셰비(Noah "40" Shebib), 보이원다(Boi-1da)가 참여하여 리아나가 꾸준히 시도해온 댄스홀을 미니멀하게 구현한 “Work”, 독특한 소스들과 과감한 신시사이저의 운용이 인상적인 “Pose” 등도 주목해야 할 곡들이다.

     

    [Anti]는 리아나가 처음으로 가진 4년의 공백기가 어느 정도 유효한 선택이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비록, 아직은 몇몇 아쉬운 부분들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리아나가 팝스타이기에 앞서 장르 뮤지션으로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아티스트임을 상기시켜줬다. 시간이 더 흘러 뒤돌아봤을 때 [Anti]는 호불호가 갈리던 그녀의 음악 커리어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 앨범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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