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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olange - A Seat At The Table
    rhythmer | 2016-10-14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olange
    Album: A Seat At The Table
    Released: 2016-09-30
    Rating: 
    Reviewer: 황두하









    2002
    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솔란지(Solange)의 초기 커리어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2008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Sol-Angel and the Hadley St. Dreams]까지 그녀는 당시 메인스트림 알앤비 사운드의 전형을 따랐고, 때문에 언니인 비욘세(Beyonc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팀발랜드(Timbaland), 넵튠스(The Neptunes),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등등, 함께했던 프로듀서들의 면면만 봐도 그녀가 무엇을 추구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그녀의 커리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12년에 발표한 EP [True]부터다. 인디 레이블인 테러블 레코즈(Terrible Records)를 통해 공개한 앨범에서 솔란지는 전위파 뮤지션 데브 하인즈(Dev Hynes)와 손잡고 네오 소울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뉴 웨이브(New Wave), 피비알앤비(PBR&B), 1980년대 스타일의 댄스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섞은 개성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드디어 솔란지만의 음악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A Seat At The Table]은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보다 깊고 탄탄해진 음악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걸출한 완성도의 작품이다. 앨범을 총프로듀싱할 파트너로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을 택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의 참여로 EP 때보다 알앤비적인 색채가 짙어졌는데, 이것이 앨범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프를 비롯한 현악기로 청량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미디엄 템포 알앤비 트랙 “Cranes in the Sky”, 두왑(Doo-Wop) 사운드를 차용해 단출하게 진행되는 “Mad”“Where Do We Go” 등은 대표적으로 사딕의 손길이 느껴지는 트랙들이다. 특히, 사이키델릭한 소스들이 첨가되어있어 두 아티스트의 색깔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인상을 준다.

     

    이 밖에도 전작의 음악적 변화에 불편함을 표했던 이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일렉트로닉 펑크 트랙 “Don’t You Wait”, 큐팁(Q-Tip)이 참여해 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와 고 알리야(Aaliyah)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Borderline (An Ode to Self Care)”, 시종일관 일렁이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몽환적인 무드를 연출하는 피비알앤비 트랙 “Don’t Wish Me Well” 등등,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강조된 곡들도 뛰어나다. 더불어 네오 소울과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경계를 절묘하게 가로지르며 전형을 피해간 구성과 귀를 잡아끄는 탁월한 멜로디 라인은 본작이 더더욱 빛나는 이유이다.

     

    앨범이 특별한 건 그 안에 담긴 내용 덕분이기도 하다. 그녀는 본작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된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흑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설파하고 있다. 그녀를 둘러싸던 물질적 쾌락에서 벗어나 현실을 돌아보기 시작하고(“Rise”, “Weary”, “Cranes in the Sky”), 이러한 문제들이 부모님 세대로부터 대물림된 것임을 이야기하는가 하면(“Mad”, “Where Do We Go”),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Don’t You Wait”, “Don’t Touch My Hair”, “F.U.B.U.”, “Borderline (An Ode to Self Care)”),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Junie”, “Don’t Wish Me Well”, “Scales”).

     

    특히, “F.U.B.U.”는 앨범의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는 하이라이트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동명의 힙합 패션 브랜드에서 제목을 따온 이 곡에서 그녀는 흑인들에 대한 차별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이 노래 자체를 포함해 우리(흑인)’ 손으로 이뤄낸 것들에 자부심을 갖자고 이야기한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와 더 드림(The-Dream)의 코러스가 어우러지는 마무리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사딕과 함께 앨범의 또 다른 주요 조력자는 바로 뉴올리언스(New Orleans) 출신의 배태랑 랩퍼 마스터 피(Master P)이다(*필자 주: 솔란지는 휴스턴 출신이지만, 2014년 뮤직비디오 감독인 알란 퍼거슨과 결혼하여 현재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다.). 그는 트랙 사이사이에 위치한 9곡의 인터루드(Interlude) 6곡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하여 앨범의 내러티브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거부하고 노 리밋 레코즈(No Limit Records)를 설립했을 당시를 이야기하는 “Interlude: For Us By Us” 다음에 “F.U.B.U.”, ‘No Limit’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는 “Interlude: No Limits” 다음에 세상에 맞서 걸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Don’t Wish Me Well”이 나오는 식이다. 끝으로 마스터 피는 “Closing: The Chosen Ones”에서 우린 모두 선택받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진리를 설파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실로 절묘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각각 “Interlude: Dad Was Mad”“Interlude: Tina Taught Me”에 솔란지의 아버지, 어머니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실제 그들이 겪은 차별을 이야기하고, 릴 웨인(Lil Wayne)“Mad”에서 차별에 대한 분노를 감탄할만한 벌스에 담아냈다. 다소 추상적인 노랫말의 공백을 게스트를 활용해 메운 것이다. 이처럼 치밀한 구성은 새삼 앨범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솔란지는 [A Seat at the Table]을 통해 견고한 영역을 구축함과 동시에 커리어 최고의 앨범을 갖게 됐다. 자매가 모두 같은 해에 정규앨범을 내고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덤이다. 무엇보다 앨범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To Pimp a Butterfly]에 비견될 만큼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감각적이고 탄탄한 음악으로 담아냈다. 비욘세의 동생이 아닌 아티스트 솔란지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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