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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ubstantial - The Past is Always the Present in the Future
    rhythmer | 2017-03-05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ubstantial
    Album: The Past is Always the Present in the Future
    Released: 2017-01-06
    Rating:
    Reviewer: 양지훈









    한국에서 랩퍼 섭스텐셜(Substantial)이 알려진 결정적인 계기는 데뷔 앨범 [To This Union a Sun Was Born]이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언더그라운드 힙합 애호가들 사이에서 불었던 누자베스(Nujabes) 열풍 덕분에 수혜를 얻은 랩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고인이 된 두 명의 프로듀서 누자베스(Nujabes)와 디제이 덱스트림(DJ Deckstream, 당시에는 Monorisick)은 섭스텐셜이 마음껏 랩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주옥 같은 트랙이 가득했던 섭스텐셜의 1집은, 페이즈 락(Pase Rock)의 앨범 [Bullshit as Usual]과 함께 고가에 거래되는 누자베스 컬렉션의 양대 산맥이 된 지 오래이다.

     

    데뷔 앨범의 강렬한 인상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섭스텐셜은 2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열정으로 활동을 지속해왔다. 그리고 다섯 번째 앨범 [The Past is Always the Present in the Future]는 근래에 만든 콜라보레이션 EP [The Past…] [Always]에 수록한 곡들과 새로 만든 곡을 한데 묶어 발매한 작품이다. 1집의 커버와 유사한 앨범 커버는 마치 비교를 유도하는 듯한데, 일본 출신 재즈 힙합 프로듀서가 추구하는 포근함과 안락함의 미학이 두드러진 1집과 세월이 흘러 누자베스의 흔적이 거의 사라진 이번 앨범의 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보다는 이전부터 교류를 이어왔던 멜로 뮤직 그룹(Mello Music Group)의 간판 아티스트 오디씨(Oddisee), 힙합 밴드이자 프로덕션인 디 아더 가이즈(The Other Guys), 섭스텐셜과 결성한 밥 얼로이(Bop Alloy)의 반쪽 마커스 디(Marcus D) 같은 프로듀서와 주인공이 얼마나 좋은 조화를 이루었는지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작품이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정박에 충실하고, 빼어난 딜리버리를 기반으로 벌스(Verse)마다 많은 이야기를 내뱉는 섭스텐셜의 랩 스타일은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이다. 랩과 비트 모두 긍정적이고 산뜻한 느낌으로 가득하다는 점도 변함없다. 프로듀서는 다양하지만, 많은 소스 중에서도 건반 음을 제일 많이 활용한다는 공통점 또한 예전의 작품과 동일하다. 앨범의 제목을 읊조리는 후렴구가 묘한 분위기를 유발하는 "Exposition", 아버지의 입장에서 딸을 향한 부성애를 랩으로 표현한 "In My Daughter's Eyes", 메릴랜드 출신의 긍지를 드러내는 "Made in Maryland" 등은 랩과 비트 양면에서 적절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오디씨가 프로듀서로 관여한 "Made in Maryland"는 둔탁한 드럼과 키보드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굴곡이 없고,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진 섭스텐셜의 랩 스타일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너무 평탄한 전개가 몰입도를 흐린다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디 아더 가이즈가 제공한 비트는 대부분 키보드와 관악 사운드를 조합하는 작법이지만,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례로 "Follow The Master"는 코러스마저 귀에 감기는 맛이 전혀 없다. 상대적으로 빠른 루프와 빠른 랩에 기반을 둔 "PTXD"는 다양한 소스를 담고 있지만, 이 역시 BPM과는 별개로 돋보이는 트랙은 아니다.

     

    앨범 후반부의 "Tony Stanza"가 흥미롭게 들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랩 게스트 톤데프(Tonedeff)의 참여 때문이며, 이 외에는 대부분 비트메이커가 앨범의 흐름과 수준을 좌지우지한다는 느낌이다. 랩퍼가 주인공인 앨범이지만, 이렇게 전체적으로 랩이 아닌 다른 요소가 앨범의 성패를 가르는 판국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루프나 황홀한 세션의 조합을 찾기 어렵다는 점 또한, 발목을 잡는 지점이다.

     

    [The Past is Always the Present in the Future]는 소울풀하고 포근한 재즈 힙합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다소 밋밋한 감흥을 주는 앨범이다. 오디씨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두 곡("Made in Maryland", "The 4our Fors")은 이색적인 드럼 운용을 통해 듣는 순간부터 나머지 트랙과 다른 느낌을 주는데, 차라리 최근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그에게 더 많은 프로덕션 지분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앨범 전반에 흐르는 여전한 낭만은 반갑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섭스텐셜의 선택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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