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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onwayne - Rap Album Two
    rhythmer | 2017-03-09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onwayne
    Album: Rap Album Two
    Released: 2017-02-17
    Rating:
    Reviewer: 강일권









    랩퍼 존웨인(Jonwayne)의 이름을 보자마자 서부극의 황태자 존 웨인(John Wayne)이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엔 흥미로운 비화가 있다. 대부분 그가 존 웨인에서 랩퍼 이름을 따왔을 거로 생각하겠지만, 단지 자신의 본명(Jon Wayne)을 붙여서 표기했을 뿐이다. 배우 존 웨인의 본명은 마리온 로버트 모리슨(Marion Robert Morrison), 그리고 예명은 미국 독립 전쟁의 주역 중 한 명인 앤서니 웨인(Anthony Wayne) 장군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랩퍼 존웨인은 바로 이 앤서니 웨인의 후손이다. 그야말로 리얼 존 웨인인 셈이다.

     

    이처럼 이목을 끄는 이름만큼이나 음악 또한 인상적이다. 최초 비트메이커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의 랩 재능을 먼저 알아본 건 레이블 스톤즈 스로우(Stones Throw)의 대표이자 프로듀서 피넛 버러 울프(Peanut Butter Wolf)였다. 존웨인은 스톤즈 스로우와 랩퍼로서 계약했고, 바삭바삭한 느낌 가득한 커버의 앨범 [Rap Album One]을 통해 울프의 선구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마니아와 인디 힙합 씬에서 존재감이 훌쩍 올라간 것과 달리 존웨인의 현실은 추락하고 있었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삶과 음악에 대한 권태가 절정에 달했다. 2015년에 발표한 EP의 제목(‘Jonwayne is Retired’)은 당시 웨인의 심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2013년 작의 속편이자 새 앨범 [Rap Album Two]엔 그가 겪은 고통과 고통 이후가 고스란히 담겼다. 자연스레 전작과는 여러모로 분위기가 다르다. 영리한 라임 배치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펀치라인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지만, 유머보다는 진중한 이야기 속에서 피어난다. 예의 기가막힌 비유와 워드플레이로 가득한 첫 곡 “TED Talk”에서 느껴지는 능청스러운 기운은 현장감 넘치는 스킷과 프리스타일이 결합한 두 번째 곡 “Live From The Fuck You”를 지나면서 점차 가라앉고 진지해진다. 가사 전반에 깔려있는 자조적인 동시에 관조적인 무드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이라 할만하다.  

     

    존 웨인의 랩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랩핑 자체가 쾌감을 주는 부류는 아니다. 대신 탁월한 라이밍과 딜리버리, 그리고 이야기의 힘이 있다. 그의 개인사가 여느 때보다 드라마틱한 배경으로 깔린 상황에서 완성된 본작이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그만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대부분 존 웨인이 담당한 프로덕션도 이야기와 조화를 중시한 듯하다. 각 주제의 무드에 맞춰서 짜인 루프와 사운드 효과가 인상적이며, 마지막까지 흐름 또한 아주 좋다 
     

    사투에 가까웠던 알코올 중독과 싸움을 짧고 굵게 고백한 “Blue Green” 같은 곡을 보라. 중독 당시 웨인의 상태처럼 불안정하게 조율된 건반과 우울한 가사의 랩이 결합하여 적잖은 여운을 남기고, 초반부에 삽입된 환자감시장치 사운드 연출이 곡의 극적인 무드를 더욱 극대화한다. 이 외에도 그의 정신과 육체가 무너져가던 사이 멀어진 인간 관계에 대한 자책과 여전히 곁에 있어준 이들을 향한 감사를 담은 “Afraid Of Us”, 1996년부터 10년 주기로 나눈 벌스를 통해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그린 “These Words Are Everything” , 많은 곡이 감성을 건드린다.

     

    [Rap Album Two]를 듣고 나면,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을 잔잔하게 잘 연출한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하다. 그만큼 이야기의 맛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또한, 전작(‘Rap Album One’)보다 나은 속편이기도 하다. 존웨인에겐 끔찍한 과거겠지만, 당시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한층 좋아진 음악적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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