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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LC - TLC
    rhythmer | 2017-07-05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LC
    Album: TLC
    Released: 2017-06-30
    Rating:
    Reviewer: 강일권









    TLC(
    티엘씨) ‘90년대 블랙뮤직계의 아이돌이자 아이콘이다. 힙합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던 배기 룩과 극단적인 형형색색 옷의 조화는 단번에 시선을 앗았고, 안전한 성생활(safe sex)의 필요성을 암시하고자 패션의 일부로 콘돔을 활용하는 행위예술적인 행보에선 보편적인 10대 그룹들과 다른 존재감을 체감케 했다. -보즈(T-Boz)의 독특한 콘트랄토 보컬과 칠리(Chilli)의 섹시한 메조소프라노 보컬, 그리고 레프트 아이(Left Eye)의 발랄한 랩은 최적의 조화를 이뤘고, 각자가 반드시 멤버여야 할 이유를 대변했다.   

     

    무엇보다 그녀들에겐 걸작이 있었다. 우선 1[Ooooooohhh... On the TLC Tip]은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의 엑기스가 담긴 작품이었다. 2[CrazySexyCool]은 뉴 잭 스윙의 진화체라 할 수 있는 힙합 소울과 당대 알앤비 씬의 헤게모니를 쥔 슬로우 잼의 가장 매혹적인 순간이 담긴 클래식이었다. 변화무쌍한 행보를 보인 레프트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위기가 찾아왔지만, 5년여의 공백기 끝에 발표한 [FanMail](비록, 전작들보다는 못했지만) [3D]까지 그룹의 성공은 이어졌다.

     

    다만, 두 앨범의 밀도는 확실히 낮았다. 전자는 강력한 싱글은 있었을지언정 수록곡의 감흥이 들쑥날쑥 이었고, 후자는 한 방조차 부족했다. 이후 남은 두 멤버, 특히 티-보즈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오래 전부터 앓아온 겸상적혈구병이 악화되었고, 랩퍼 맥 텐(Mack 10)과의 평탄치 않은 결혼생활 끝에 이혼했다. 결국, TLC는 잠정해체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되었고, 리얼리티 쇼와 TV용 전기 영화 등을 통해 간간이 소식이 전해질 뿐이었다.

     

    그리고 전작으로부터 무려 15년 만에 그녀들의 새 정규앨범을 마주한다. 마지막 앨범이자 레프트 아이 없이 작업한 첫 앨범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에 킥스타터(Kickstarter) 펀딩을 통해 제작이 진행되었고, 최초 목표한 금액 15만 달러(한화 약 1 7,055만 원)가 훨씬 넘는 43 255 달러(한화 4 8,919 9,935 )를 달성한 끝에 완성됐다. 그리고 발매 석 달 전까지도 정하지 못했던 앨범의 제목은 그룹의 이름(Self-Titled)이 되었다. 무척 단순하지만, 마지막 앨범의 제목으로서 이보다 묵직할 순 없다.

     

    따지자면, 팬들이 모아준 자금으로 만든 앨범인 만큼 최초 [TLC]가 음악적으로 지향한 바는 꽤 명확해 보였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다. 선행 발표한 두 개의 싱글부터 그랬다. “Way Back”은 그룹의 전성기적인 ‘90년대 중반의 레이드-(Laid-Back)한 알앤비와 쥐펑크(G-Funk) 사운드의 조합이며, “Haters”는 자존감 고양을 장려하는 주제 면에서 이전 히트곡 “Unpretty”를 상기시킴과 동시에 [FanMail]이 그랬듯 당시 기준에서의 미래지향적인 바이브를 들려준다.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서사도 궤를 같이한다. ‘우린 이미 길을 개척했었기에 소개 따윈 필요 없어라며 위엄있는 컴백 선포를 담은 "No Introduction" 뒤로 정말 오랜만이지? 너희(팬들)와 우리가 안지도 참 오래됐네라며 정겹게 말을 건네는 “Way Back”이 이어진다. 또한, TLC가 꾸준히 다뤄온 주제, , 세간의 왜곡된 기준이나 시선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되찾아야 한다는 역설이 담긴 "Haters""Perfect Girls"가 배턴을 이어받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곁에서 지지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순간을 함께 즐기자고 권하는 “Joy Ride”가 흐를 때 즈음엔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에 복합적인 감정이 복받친다. 특히, 무뚝뚝한 베이스와 펑키한 기타 리프가 먼저 결합한 뒤, 다른 악기들이 점점 가세하며 풍요로운 판이 깔리고, 그 위로 미려한 멜로디가 포개지는 “Joy Ride”“Way Back”과 함께 이번 앨범 최고의 곡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 같은 애틋함과 별개로 앨범의 완성도는 너무 아쉽다. 언급한 두 곡을 비롯하여 바비 헵(Bobby Hebb)“Sunny”와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September”를 절묘하게 배합한 “It’s Sunny” 정도를 제외하면, 예전의 향수에 기댄 곡에서도, 현 트렌드를 반영한 곡에서도 큰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프로덕션 자체의 수준이 떨어진다기보다 구성과 멜로디 등, 세부적인 부분이 진부하거나 평이한 탓이다.

     

    일례로 비욘세(Beyonce)나 앨리샤 키스(Alicia Keys)는 물론, 많은 팝스타의 결과물에서 들을 수 있는 비장한 무드의 피아노 소울-팝 넘버 "American Gold"부터 근 몇 년 사이 포화 상태에 이른 트랩 + 알앤비 넘버 “Scandalous"를 지나 리안나(Rihanna)의 곡을 연상케 하는 댄스홀 차용 넘버 "Aye Muthafucka"까지 이르는 후반부 구간에선 점점 약해지던 몰입도가 완전히 소멸되어버린다. 누가 불러도 평범했을 알앤비 + 트랙 위에 그저 TLC란 이름만 얹힌 모양새랄까. 결국,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미션만큼은 몇몇 곡을 통해 성공적으로 완수했지만, 현재의 메인스트림 알앤비까지도 소화하는 면모를 보여주고자 한 미션은 실패다.

     

    꼭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했을까?! 팬들에 의한, 그리고 팬들을 위한 앨범이자 알앤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룹의 마지막 앨범으로서 좀 더 과감하게 ‘90년대 당시로 돌아갔다면 어땠을까. 혹은 전혀 색다른 시도를 했다면…. TLC의 새로운 작품을 들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눈물 날만큼 반갑고 가슴 뭉클한 일이지만, 다소 밋밋한 백조의 노래란 사실이 두고두고 아쉬울 듯하다. 그럼에도 그녀들에겐 “Joy Ride”의 가사를 빌어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Thank you for stayin’ by my side.
    그리고 R.I.P. Lisa "Left Eye" L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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