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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ay-Z - 4:44
    rhythmer | 2017-07-12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ay-Z
    Album: 4:44
    Released: 2017-06-30
    Rating:
    Reviewer: 조성민









    제이
    -(Jay-Z)의 열세 번째 정규작 [4:44]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랩 슈퍼 히어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스핀오프 앨범이라 할만하다. 본작은 제이-지를 떠올릴 때 대표적으로 연상되는 승리자 이미지를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지만, 실상 서술적인 초점은 그가 경험한 내면적인 갈등과 후회, 그리고 성장 등, 사적인 영역에 기반을 둔다. 그렇기에 [4:44]는 여타 제이-지 주연의 히어로물과 궤가 좀 다르다. 방탄복과 가면을 스스로 벗어 던진 전지전능한 인물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들로서, 씬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그리고 미국 사회의 흑인 중 한 사람으로서 담담하게 내뱉는 진솔한 독백들이 앨범을 빛나게 하는 요소다. 그 덕에 제이-지의 디스코그래피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애처로우면서도 낭만적인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제이-지가 묘사하려는 여러 형태의 내면적 고난은 “Kill Jay Z”를 비롯하여 “Caught Their Eyes”, “Family Feud”, “Adnis”, 그리고 서사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4:44” 등을 통해 드러난다. 주목해야 할 트랙으로는 우선 “Kill Jay Z”를 꼽을 수 있다. 이 곡에서 제이-지는 패배주의적 성향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의 감정과 야망을 스스로 억누르는 모습을 서술한다. 이처럼 첫 곡부터 [4:44]가 기존의 작품들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걸 암시한다. 더불어 저 유명한 오제이 심슨(O.J. Simpson) 사건을 모티프 삼은 “The Story of O.J.”에서 내뱉는 재치 있으면서도 뼈있는 라인들과 스토리텔링 트랙인 “Smile”을 통해 전달되는 따스한 메시지도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그런데 가장 주목해야 할 트랙은 “4:44”. 이 앨범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중요한 곡이다. 부인인 비욘세(Beyonce) 2016년작 [Lemonade]를 통해 알려진 부부간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제이-지의 사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인 채 담담하게 내뱉는 제이-지의 랩은, 마치 직접 비욘세에게 말로 전달하는 것 같은 형태로 발현됐다. 플로우의 구조를 뚜렷한 형식으로 설계했다기보다는 윤곽을 얕게 그리고 박자에 맞춰 자연스레 랩을 흘려보내는 식이다. 그리고 그 덕에 곡에 담긴 감정이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특히, 비욘세를 향한 가사도 인상적이지만, 딸인 블루 아이비(Blue Ivy)에 대해 고백하는 세 번째 벌스가 곡의 서사적인 하이라이트를 차지한다. 게다가 한나 윌리엄스(Hannah Williams)의 곡인 “Late Nights & Heartbreak”을 차용해서 빚어낸 코러스로 곡을 매듭짓는 방식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앨범의 프로덕션 역시 그동안의 작품들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샘플링을 통해 곡의 뼈대를 만들어가는 작법은 여태껏 많이 선보였지만, 음량의 스케일, 쓰여진 악기, 프로덕션 진의 규모, 그리고 대중성을 가미한 트랙의 유무는 달라진 요소들이다. 노 아이디(No I.D.)를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로 임명하고 전권을 쥐여준 점도 특기할만한 지점이다. 이제까지 제이-지는 한 명의 프로듀서에게 이런 식으로 총괄 프로덕션을 일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수록된 트랙들은 재즈와 소울 샘플을 비롯하여 찹 기법을 토대로 한 담백하고도 미니멀한 노선으로 기획되었으며, 제이-지의 전작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거친 질감으로 포장됐다.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바이브를 자아내는 “Bam”, 오르간 연주와 엇박자의 드럼이 풍요로운 느낌을 가미하는 “Marcy Me”, 그리고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음울한 키보드 룹이 인상적인 “MaNyfaCedGod” 등은 프로덕션적으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들이다.  

     

    제이-지는 힙합 씬이 만들어낸 현실판 사기 캐릭터 그 자체다. 랩 슈퍼스타, 인상적인 걸작들을 보유한 아티스트, 트렌드 세터, 백만장자, 성공적인 사업가 등이 그를 대변하는 직함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4:44]는 사실상 힙합 아티스트로서 황혼기에 다다르고 있는 제이-지가 큰 위험을 감수하고 발표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작은 [The Blueprint]처럼 장황하지 않고, [The Black Album]처럼 대중적으로 큰 획을 긋지도 못하며, [American Gangster]처럼 멋진 컨셉트로 기획된 작품도 아니다. 그 대신 어느 때보다 빛나는 솔직함과 로우(raw)한 랩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어떤 면에서는 그가 보유한 명반들과 비견되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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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할로윈1031 (2017-08-08 03:22:10, 175.202.125.***)
      2. 앨범 커버에서 부터 예고됬던 클래식. 역시 얼굴없는 가수 제이지...
      1. The Neptunes (2017-07-16 22:15:05, 114.204.202.***)
      2. 그의 또하나의 클래씩이 탄생했다고...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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