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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Illa J - Home
    rhythmer | 2017-07-28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Illa J
    Album: Home
    Released: 2017-07-07
    Rating:
    Reviewer: 강일권









    랩퍼 일라 제이(Illa J)
    의 이름 뒤에 제이 딜라(J Dilla)라는 후광이 존재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단순히 형제란 사실을 넘어 일라 제이는 딜라의 비트를 꾸준히 사용해왔고, 많은 이가 그의 앨범에 관심을 보인 이유도 대부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딜라의 유작에 기생하는 랩퍼 정도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귀를 확 잡아끄는 개성은 없을지언정 실력만큼은 탄탄하며, 딜라의 프로덕션과도 매우 잘 어우러졌다.

     

    그럼에도 제이 딜라는 그가 아티스트로서 나아가는 데 필연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그리고 이에 따른 득과 실은 아티스트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어디까지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일라 제이가 이러한 현실을 의식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앨범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커리어에서의 새로운 기점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히 인지한 듯하다. 그만큼 본작의 핵심은 변화다.

     

    [Home]에서 일라 제이는 싱어로 거듭났다. 물론, 랩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흐름을 주도하는 건 노래다. 예전부터 간직해온 소울 싱어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무려 4년 동안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고, 이번 앨범을 통해 비로소 꿈을 이뤘다. 소울 전설 중에서도 상전설이라 할 수 있는 샘 쿡(Sam Cook aka Sam Cooke)을 리드 싱글의 제목으로 내세우고("Sam Cook"), 역사적인 모타운(Motown)의 기반이 된 도시이자 힙합 이전에 소울의 성지인 본인의 고향('디트로이트')을 부각한 지점들은 추가된 싱어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또렷하게 한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친 배움과 노력의 결실인 팔세토 보컬은 허스키한 음색이 미세하게 섞여 매력을 더한다. 흡사 디엔젤로(D'angelo)나 앰프 피들러(Amp Fiddler)가 떠오를 정도다. 다만, 일라 제이의 보컬은 곡을 압도하거나 분위기를 주도하기보다 프로덕션이 지닌 소울풀한 기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쪽이다. 로우(Raw)하고 사이키델릭한 힙합 소울 프로덕션 안에 절묘하게 녹아드는 "7 Mile"이라든지 '70년대 싱어 글로리아 반스(Gloria Barnes)가 부른 동명 곡을 샘플링하여 조성한 푸근한 무드와 한 덩어리가 된 "Home" 등은 그 예이자 앨범의 백미다.    

    [Home]은 앨범의 제목과 프로덕션, 그리고 가사에 이르기까지 일라 제이의 뿌리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좁게는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는 집을, 넓게는 그가 나고 자란 도시 디트로이트를 품었다. 이를 랩과 함께 노래를 통해 표현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강렬하진 않을지언정 소울풀하고 준수한 음악으로 일라 제이의 성공적인 변신에 일조한 프로듀서, 캘빈 발렌타인(Calvin Valentine)의 공도 지나칠 수 없다. 일라 제이가 새로운 커리어를 구축해나가는 길목에서 만난 본작이 뛰어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싱어 일라 제이의 새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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