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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CyHi The Prynce - No Dope on Sundays
    rhythmer | 2017-12-01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CyHi The Prynce
    Album: No Dope on Sundays
    Released: 2017-11-17
    Rating:
    Reviewer: 조성민









    싸하이 더 프린스(CyHi The Prynce)는 지난 2010,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역작인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G.O.O.D. Friday] 시리즈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상적인 벌스와 후렴을 보탠 그는 곧 굿 뮤직(G.O.O.D. Music), 데프 잼(Def Jam)과 계약하며 창창한 미래를 암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났고, 이제서야 첫 정규작이 나왔다. 물론, 활동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긴 공백 동안 싸하이는 탁월한 글재주와 펀치라인 능력을 앞세워 여러 앨범에 작사가로 참여했다. 또한, 몇 장의 준수한 믹스테입도 발표했다.  

     

    그러나 본인의 이름을 내건 정규작에 대한 욕망을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디어에 노출된 싸하이의 언행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상당한 야심가이자 단체의 중심축이 되고 싶어 하는 인물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간 그싸하이를 지배해온 거대한 감정은 무기력함이 아닐까 싶다. 본작 [No Dope on Sundays]에서는 짓눌린 감정이 극명히 드러나기도 하고, 은연중에 배어있기도 하다.

     

    우직한 스토리텔링으로 묘사한 거리의 삶(Street Life), 그리고 거의 매 트랙 인용된 성경 구절 및 종교적 레퍼런스들은 태생적/환경적 한계 탓에 죄를 지었음에도 구원을 바라는 싸하이의 심리를 대변한다. 그래서 처절하고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다. 여기에 담긴 것은 클립스(Clipse)의 멋진 마약 딜러 앤썸도,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잔혹한 스트리트 드라마도, 르크레이(Lecrae)의 정석적인 크리스천 랩도,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의 현대식 팝 가스펠도 아니다. 싸하이가 설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그러졌지만 부서지지 않고 올곧게 뻗은 그의 인생관과 사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핵심 곡들은 초반부에 몰려있다. 특히, “Amen (Intro)”“No Dope on Sundays”는 이 앨범의 기획 의도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곡들이다. 싸하이가 풀어내려는 이야기의 출발점을 명확하고도 친절하게 짚어준다. 전자에서는 교회와 거리의 삶을 교차시키며 자신이 독실한 크리스천이지만, 거리에서는 마약을 파는 인물임을 강조하는 한편, 후자에서는 그에 대한 실질적인 예를 선보인다. 이 중 6분이 넘는 대곡 “No Dope on Sundays”는 싸하이의 가사와 후렴, 푸샤 티의 벌스, 프로덕션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앨범 최고의 곡이라 할만하다. 

     

    흥미로운 점은 앞선 두 트랙에서 부각한 종교적 색채가 뒤이어 배치된 “Get Yo Money”부터“Murda”까지의 구간에서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싸하이가 서술하는 주제들은 거리에서 생존하는 법과 마약 판매를 통해 깨달은 철학 등으로, 이를 비종교적인 관점에서 현실감 있게 풀어낸다. 여기에 마약 거래를 통해 쌓은 부와 거리의 폭력성을 토대로 한 오락적 요소도 첨가됐다. 그에 알맞게 트랩 드럼과 레게 바이브가 등장하고, 스쿨보이 큐와 투 체인즈(2 Chainz), 에스텔(Estelle)의 활약이 더해졌다. 덕분에 무거웠던 초반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상쇄한다.

     

    서사의 클라이맥스를 차지하는 “Nu Africa”는 흑인의 성공과 회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백인우월주의 사상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없이도 흑인 문화의 위대함을 강조함으로써 통쾌함을 선사한다. 마지막 트랙인 “I’m Fine” 역시 눈여겨볼 곡이다.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보컬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믿음을 통해 결국 구원받은 싸하이에게 있어서는 승전 곡과도 같다.

    아무래도 칸예 웨스트가 총괄을 맡아서 기대가 컸던 탓인지 프로덕션적으로 더욱 날카로움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No Dope On Sundays]는 굿 뮤직이 올해에 내놓은 앨범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 싸하이의 작사능력은 상위급이며, 랩 퍼포먼스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구성도 알찬 데다가 참여한 게스트들 역시 좋은 역할을 해줬다. 싸하이가 여태 인내해온 7년이라는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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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애 (2017-12-01 22:22:34, 118.37.246.***)
      2. 싸하 널 봤던게 7년전쯤 그 당시 칸예가 운영하던 블로그였는데 시간이 꽤나 흘렀구나... 잘 들었다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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