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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화지 - WASD
    rhythmer | 2018-01-25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화지(Hwaji)
    Album: WASD
    Released: 2017-01-11
    Rating:
    Reviewer: 황두하












    화지는 두 장의 정규앨범을 모두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속도나
    발성의 과잉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집중한 래핑, 불필요한 라인을 걷어내고 수준 높은 은유로 채운 가사, 그리고 이를 받쳐주는 파트너 영 소울(Young Soul)의 느낌 충만한 프로덕션이 잘 조화를 이룬 덕이다. 앨범을 거치며 완성된 캐릭터와 세계관은 더욱 흥미롭다. 냉소적인 태도로 냉철하게 시대상을 꿰뚫고, ‘헬조선이라 불리는 세상을 관조하며 쾌락을 좇는다. 화지가 공표했듯이 ‘21세기 히피의 모습이다.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이유는 탁월한 음악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설득력을 얻고 감흥을 안긴다. [쇼미더머니]로 대변되는 작금의 한국힙합 씬에서 오로지 탄탄한 완성도의 앨범만으로 이룬 성취다.

     

    [Zissou] 이후 약 2년 만에 발표한 EP [WASD]는 주제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전작의 연장선에 있다. 그래서 [Zissou]의 비사이드(B-Side) 앨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변함없이 히피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는데, 대신 관조하는 대상이 한국힙합으로 좁아졌다. 겉으로는 게임이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이지만(*필자 주: 타이틀인 ‘WASD’PC로 게임을 할 때 키보드에서 방향키로 쓰이는 w, a, s, d 키를 따온 것이다.), 실질적인 주제는 화지가 바라보는 한국힙합 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첫 트랙인 나 빼에서부터 기형적인 한국힙합 씬을 폭로하고 이에 일조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자신을 분리한다. 아울러 [쇼미더머니]라는 거대한 자본과 상관없이 본인의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같은 태도는 이어지는 “Shine My Way”에서도 계속된다. 다만, 트랙에는 굉장히 잘 어울리지만, 다소 직접적으로 랩퍼들을 비판하는 저스디스(Justhis)와 차붐의 벌스가 화지의 것과는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각종 게임을 레퍼런스 삼은 가사가 흥미로운 영어 랩 트랙 “WASD”와 노골적으로 자신을 이용하려는 이들을 비판하는 게임하지마까지 공격적인 기세가 이어진다. 여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은 랩이다. 어느새 완성형에 이른 그의 랩은 가사적으로 이전보다 힘을 빼고 여유에 방점을 두었지만, 철저히 계산된 플로우 디자인으로 청각적 쾌감을 안긴다. 특히, “Shine My Way”“WASD” 같은 트랙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플로우를 과시하기도 한다.

     

    다만, “게임하지마이후로 나오는 두 트랙은 다소 힘이 빠진다. 여기서부터 시선이 본인의 일상으로 옮겨지는데, 앞선 트랙들보다 번뜩이는 라인이 부족하고, 주제적으로도 지난 앨범의 동어반복처럼 느껴지는 탓이다. EP 규모이다 보니 이러한 약점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반면 마지막 곡인 모테히피은 같은 주제의식을 공유하지만, 디테일한 표현이 돋보이고 오넛(O’nut)의 보컬이 분위기를 환기한다. 단연 하이라이트 곡 중 하나다.

     

    펑크 그루브를 강조한 프로덕션도 정규작들과의 차이다. 그 중심엔 지난 2016년 데뷔 싱글 “Drive”로 깊은 인상을 남긴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오넛이 있다. 그는 영 소울과 함께 전곡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90년대 웨스트코스트 힙합과 모던 펑크(Modern Funk), 그리고 네오 소울(Neo Soul)을 절묘하게 배합한 음악을 선보였던 오넛은 본작에서도 장기를 고스란히 발휘했다. 지펑크(G-Funk) 사운드를 차용해 은은히 흐르는 신시사이저 라인이 인상적인 나 빼는 대표적. 오넛의 참여가 영 소울의 감각적인 리듬 파트 구성과 잘 어우진 덕에 전작과는 또 다른 무드의 탄탄한 사운드가 완성됐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WASD]는 전작의 완성도 높은 비사이드 앨범 격이다. 그 대상이 한국힙합으로 한정되었을 뿐, 화지는 여전히 히피다운 태도를 지킨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화지는 한국힙합에 대해서 지극히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그간의 커리어와 본작의 음악적 성취가 대안처럼 작용된다는 점이다. [WASD]가 지닌 이 아이러니야말로 기형적인 씬을 향해 날리는 통쾌한 한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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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Fukka (2018-01-25 12:45:02, 175.223.17.***)
      2. 아직도 화지 앨범 별점이 퍼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만 다른 행성 사나 ㅋㅋㅋㅋ
      1. SamplerP (2018-01-25 07:13:41, 211.230.160.***)
      2. 웬일로 리드머가 화지앨범에 R 4개 이상을 안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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