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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오르내림 - 전체이용가
    rhythmer | 2018-02-12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오르내림(OLNL)
    Album: 전체이용가
    Released: 2018-01-28
    Rating:
    Reviewer: 황두하









    쿤디판다(Khundi Panda), 아카시(Acacy) 등이 뭉친 크루 쥬스오버알코올(juiceoveralcohol) 소속의 오르내림(OLNL)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무료 믹스테입 [yesyesyesyes]를 공개하며 등장했다. 퓨쳐베이스에 기반을 둔 프로덕션과 독특한 톤으로 노래와 랩을 오가는 보컬이 어우러진 그의 음악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스타일을 들고 등장한 신인 중에서도 주목할만한 완성도를 보였다. 특히, 퓨쳐베이스에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더한 비트 위로 여성에 대한 고찰을 담은 가사가 돋보이는 “girl ~ woman” 같은 트랙에서는 그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스톤쉽(StoneShip)과 계약하고 작년에 발표한 데뷔 EP [APOLLO]에서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기존의 스타일을 좀 더 정제하여 담아냈고, 자신과 주변을 따스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특유의 가사가 살아있었지만, 믹스테입보다 비중이 늘어난 랩이 발목을 잡았다. 웅얼거리는 발음과 딱딱한 리듬감으로 일관한 그의 랩은 하나의 스타일이라기보다 설익은 느낌만 주었다. 퓨쳐베이스를 근간으로 한 음악이 흔해진 시점에서 차별점을 보이지 못한 프로덕션 역시 약점이었다.

     

    이후 약 9개월 만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전체이용가]는 전작의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한 작품이다. 우선 랩에서 상당한 발전을 보인다. 발음이 훨씬 또렷해졌고 전작처럼 리듬감이 무너지는 구간도 찾을 수 없다. 아울러 노래와 랩을 수시로 오가는 퍼포먼스 역시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어린왕자같은 트랙에서는 피처링한 기리보이(Giriboy)보다도 주목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곡을 구성하는 감각이 있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랩 실력이 향상된 것만으로도 전반적인 완성도가 탄탄해진 인상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한영혼용 없이 본인만의 표현이 돋보이는 가사를 지키며 이뤄낸 발전이란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여전히 퓨쳐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프로덕션도 전작보다 단단해졌다. 코스믹보이(Cosmic Boy)가 프로듀싱한 첫 트랙 자기소개서부터 신시사이저와 각종 소스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장르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준수한 완성도를 보인다. 특히, 오르내림만의 러브송 청순문구부터 서사무엘이 함께 한 “Sweet”까지 이어지는 중반부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댄서블한 트랙이 몰려있는 전후반부에 비해 퓨쳐 베이스에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결합하여 한층 가라앉은 무드로 일관하는 프로덕션 덕분에 오르내림의 퍼포먼스가 훨씬 빛을 발한다.

     

    아울러 이 구간에서는 다른 트랙들보다 피처링 진의 참여가 적어 온전히 오르내림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가사적으로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유학생에 비유하거나(“유학생”), 부모님에 대한 단상을 덤덤히 풀어내고(“결혼기념일”) 인생의 달콤함 뒤에 오는 씁쓸함을 이야기하는 등(“Sweet”), 특유의 표현이 가장 돋보이는 구간이다.

     

    상당히 많은 게스트들의 참여는 장단점이 있다. 대부분 곡에 맞춰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곡의 앞뒤에 수미쌍관 형식으로 보컬을 더한 소마(SOMA)나 오르내림의 가사를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곡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서사무엘 등은 특히 인상적이다. 반면, 각각 어린왕자강아지꼬리"에 참여한 기리보이나 최엘비 등은 다소 설익은 라임을 보태 곡의 완성도를 저해한다. 한편, 크루의 단체곡인 “juiceoveralcohol”은 곡의 명확한 목표와는 별개로 앨범 내에서 붕 뜬 인상을 주어 아쉬움을 남긴다.

     

    [전체이용가]는 제목처럼 전 연령이 듣고 즐길 수 있는 동심 가득한 가사로 채워졌지만, 듣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이처럼 순진무구한 표현 뒤에 삶에 대한 고찰을 심어놓는 것은 오르내림의 장기라 할만하다. 그는 믹스테입 때부터 보여준 음악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발전했다. 아직 청자를 사로잡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하지만, 전작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안에 이룬 발전은 그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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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지개씨리얼 (2018-02-12 14:12:12, 182.222.252.**)
      2. 쥬스오버알코올은 악당출현과 같은 느낌이에요
        차라리 보너스트랙으로 넣었으면 괜찮았을텐데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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